첫눈 아닌 첫눈 내린 날의 코로나 단상
새벽부터 눈발이 흩날리더니 아침까지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며칠 전 깊은 밤에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대다수 서울 시민들이 그 눈을 보지 못했다.
휴대폰이나 삐삐가 없던 시절, 젊은 연인들은 집 전화나 편지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하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린 눈이 첫눈 아닌 서울의 첫눈이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 2.5단계에서 3단계 상향 조정이 논의되는 현 상황 속에서 이 시대의 연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면서 데이트를 즐길만한 실내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성 친구를 사귀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져서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사랑 고백을 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버스나 전철에서 애정 행각을 하는 모습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기성세대도 코로나 블루로 우울한 지경인데, 혈기 왕성한 자녀들은 훨씬 더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그들에게 집에만 머물러 있으라는 말이 언제까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자유분방하게 자라 온 젊은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들에겐 분출구가 필요하다. 흐르는 물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듯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청춘들의 혈기를 제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 주도의 방역 시스템과 예방 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연령대별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특히 젊은 혈기가 끓어오르는 청춘 남녀가 갈 곳이 필요하다. 서울에 첫눈 아닌 첫눈이 내린 날, 코로나 단상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