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읽다가 턱턱 막혔는데, 이젠 많이 부드러워졌군!
브런치 글을 쓴 지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줄면서 소일거리를 찾던 중, 친구에게 들었던 브런치가 기억나서 가입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총 310편, 일주에 하루씩 빼고 1일 1편 쓴 셈이다. 은근과 끈기가 부족한데, 대견하다.
며칠 전, 전화를 받았다. 구독자 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때 구독해줬고, 첫 번째 종이책 출간 때 곧바로 구매한 친구였다. 간단히 안부를 묻곤 느닷없이 칭찬을 해댔다. 지난 일 년간 내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나! 처음엔 읽다가 중간중간 턱턱 막혔는데, 이젠 문체가 많이 부드럽고 편해졌다고 했다. 기쁘다.
브런치 글쓰기 1주년에 즈음하여 지난 일 년간 변화된 일상을 돌아봤다. 부크크에서 6권의 종이책을 출간하면서 글쓰기, 교정 교열, 편집 능력이 향상됐다. 첫 번째 책과 최근 발간한 책을 펼쳐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첫 번째 책 편집 상태는 부끄럽다. 작년부터 시작한 영어 원서 번역 일도 훨씬 수월해졌다. 번역하는 시간도 단축됐고, 문체도 매끄러워졌다. 번역도 창작의 일환이란 말이 실감 난다. 글 쓰는 연습이 번역 능력도 키워줬다.
첫 번째 출간한 책 ‘말과 글 그리고 생각’이다. 같은 내용의 책에 흑백사진을 넣은 건 Black & White, 컬러는 Color를 덧붙였다. 브런치 북은 괜찮았는데, 종이책을 처음 편집하다 보니 말 그대로 투박하다. 형, 친구, 후배 등 여러 사람으로부터 내용은 괜찮은데, 편집 상태가 거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지난 2월 출간한 여섯 번째 책이다. 편집 실력이 꽤 늘었다. 교정 교열, 감수해 주신 분들 덕에 제법 괜찮은 자가 출판을 할 수 있었다. 4월 출판 예정인 국군인쇄창 발행본은 표지와 내지 디자인, 교정 교열 및 감수를 전문가들이 한다니 매우 기대된다.
[해병대 교회 70년사]를 출간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군사편찬연구소의 역사 사료 정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3월부터 11월까지 여섯 명의 군사전문가들이 함께 진행한다.
2월 부크크 초판 발간 후, 수정 보완한 [해병대 교회 70년사]를 국군인쇄창으로 넘겼다. 해군해병대교회총회 주관으로 500부 찍어 낼 예정이다. 투박하게 자가 출판했던 책이 인쇄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격조 있게 다듬어질 걸로 기대된다.
이달부턴 월간 [동원N예비군] '나를 채우는 인문학' 코너에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브런치 글을 10편 추려내서 그걸 바탕으로 매월 A4지 넉장 분량의 에세이를 쓰게 됐다. 본업인 연구 외에 몇 가지 일이 늘었지만 감당할 만한 역량이 갖춰졌다. 감사할 뿐이다.
브런치에서 우연찮게 교류하게 된 몇 분의 작가도 있다. '고래별' 작가님께선 투박한 내 글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현자는 말이 없다]라는 글도 써 주셨다. 작가님의 작품이 인쇄된 대여섯 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주셨다. 서가에 카드를 진열해 놓고 인증샷으로 화답했다. '일과삶' 작가님은 구독자 무작위 추첨에서 뽑혔다며 작가님이 쓴 책을 보내주셨다. 친필로 사인해서 며느리 앞으로 보내 주신 책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은 출산을 앞두고 있던 며느리에게 좋은 선물이었다. 며느리는 예쁜 딸을 출산한 지 10일째다. 사진작가 겸 셰프인 이탈리아의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께선 브런치 글에 사진을 어떻게 넣을 것인가를 조언해 주셨다. 이 분들을 비롯해서 334명의 구독자 분들께서 투박한 내 글을 읽어 주신다. 몇몇 분은 졸고에 댓글도 자주 다신다. 모두 모두 감사한 분들이다.
고래별 작가님께서 쓴 브런치 글 ‘현자는 말이 없다.’
요즘은 브런치에 써놓은 글을 다시 꺼내서 지우고 줄이고 바꾼다. 인기글로 뜬 순서대로 클릭해서 한편씩 지.줄.바! 처음엔 턱턱 막히던 글에 손을 대면 댈수록 점점 더 부드러워진다. 재밌다. 지금도 이 글을 고치고 있다. 근데, 더하고 늘이고 바꾸는 중이다. 나중에 다시 지우고 줄일 수도 있겠지만. 기분 좋은 오늘은 더.늘.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