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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6. 2022

봄날은 간다

오랜만에 남산을 오르며 상춘객이 되었다.

좌우로 핀 벚꽃잎이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화사해졌다.

낮은 곳보다 높은 곳의 벚나무가 꽃을 늦게 피우는 모양이다.

아래쪽엔 벚꽃이 절반 정도, 중턱엔 삼분의 이 가량 남아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을 보며 이팔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도 들었다.

중턱을 조금 지나 관망대가 있는 곳에 이르니 서울 N타워 아래쪽의 벚꽃이 남산을 아름답게 물들여놓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 즐겨 그렸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정상에 오르는 도로변엔 빨갛고 노란 꽃이 피어있었다.

튤립 같기도 한데, 어떤 건 꽃잎이 활짝 벌어져 있었다.

튤립 꽃잎도 저렇게 벌어지나?

앞서 가던 분이 더워서 그렇단다.

더우면 꽃잎이 벌어질까?


그렇게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을 때였다.

10여 미터 앞에서 어떤 여성분이 도로에 옆으로 눕다시피 한 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진을 찍으려고 저런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 몹시 궁금했다.

다가가서 물어봤다. 사진이 잘 나왔나요?

그분이 사진을 보여줬다. 그런데 친구와 내 모습이 담겨있었다.

어! 우리들이 나왔네요? 사진을 보내주실 수 있나요?

그분에게 받은 사진이다.



사진이 정말 멋들어지게 나왔다.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 그 위를 오르내리는 사람들,

붉은색 가방과 노란색 외투의 색감, 맑고 푸른 하늘, 구도와 색상과 배치 모두 좋았다.

전혀 모르는 분의 샷에서 우연히 발견한 친구와 나의 사진은 오늘의 득템이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남산 정상에 거의 올랐다.

정상 부분의 벚나무엔 꽃잎이 거의 그대로 있었다.

제대로 된 벚꽃 나들이를 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니 북악산 방향의 멋진 서울 경관이 보였다.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

서울, 서울, 서울, 사랑으로 남으리~

가왕 조용필의 노래가 떠올랐다.



친구에게 '하지만꽃'을 아느냐고 물었다.

오십 대 후반인 친구가 알턱이 없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벚꽃을 '하지만꽃'이라고 한단다.

여자 친구에게 하지만꽃놀이 갈까라고 한다고.

BUT꽃->벋꽃->벚꽃-> 벚꽃이라나!


청춘들의 봄날은 '하지만꽃'과 함께 그렇게,

오십 대 후반인 우리의 봄날은 벚꽃과 함께 이렇게 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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