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트럭여행의 꿈
아빠는 어디로부터 해방하고 싶어?
어느 날 저녁이었다. 어린이집 교사인 딸아이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아빠는 어디로부터 해방하고 싶어? 딸에게 물었다. 그게 왜 궁금해?
딸아이가 직장에서의 얘기를 들려줬다. 아빠가 휴가 때 [나의 해방 일지]를 오후 내내 봤다는 얘길 하니까, 주임 선생님이 자기도 휴가 때 그걸 모두 봤다면서 뭔가 통하는 것 같다는 얘길 했던 모양이다. 주임 선생님이 딸에게 Kenny 아버님은 무엇으로부터 해방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다고 했단다. 그이는 날 Kenny 아버님이라고 칭한다.
주임 선생님은 내가 브런치 작가 활동을 하는 줄 안다. 그 선생님과 난 딸의 넷플릭스를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내가 Kenny란 것도 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정서적 교감이 있다면서 간혹 딸에게 나의 안부를 묻곤 하는 이다. 그런 주임 선생님이 나의 해방에 대한 질문을 딸에게 던졌다.
곁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말했다. 아빠는 엄마로부터 해방되고 싶을 걸! 아내는 아빠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면 맞는 것 같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난 아니다. 물론 남편들은 아내로부터의 해방을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혼은 “속박을 통해 자유를 얻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해방을 궁금해하는 주임 선생님에게 일반적인 답을 줄 순 없다. 뭔가 특별한 대답을 전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일생을 돌아봤다. 난 어디로부터 어디로 해방되고 싶었을까? 사춘기 땐 부모님으로부터 해방되려고 집을 떠나 산 적도 있다. 중학교 3학년 말부터 고등학교 2학년 말까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숙사와 하숙집에 머물기도 했다. 부모님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고3 땐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너무 놀다 보니 공부가 하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군인이란 직업을 선택하고 결혼해서 이십 대 중반에 아빠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그리고 군복을 입고 30여 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어쩌면 푸른 제복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태생적으로 구속받기 싫어하는 성향인데, 40년 가까운 세월을 제복을 입고 통제받는 인생을 산 건 정말 기적이다.
드디어 생각났다. 나의 로망은 아프리카 트럭여행이다. 트럭을 타고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을 달리는 것이다. 아프리카 여행의 진수가 뭔지 알아본 적이 있다. 아프리카에 꽂힌 청년에게 물어봤더니 트럭여행이라고 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아프리카 트럭여행을 꿈꾸게 된 것이다.
좁은 땅덩어리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딸에게 말했다. 아빠는 좁은 땅덩어리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좁은 땅을 떠나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지에 가고 싶다. 그곳이 바로 아프리카 대륙이다.
러시아 대륙 횡단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아프리카냐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슈바이처 같은 아프리카의 성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왠지 그때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심한 곱슬머리라서 흑인들과 신체적 공감대가 생겼을 수도 있다.
아프리카를 떠올린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난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하다.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할 땐 방한복을 몇 겹씩 껴입었다. 시베리아 대륙 횡단도 생각해 봤지만 추운 건 싫다.
역시 Kenny 아버님은 특별하셔!
딸이 주임 선생님에게 나의 해방을 얘기했다. 역시 Kenny 아버님은 특별하다고 했단다.
옆에 있던 아내가 당신은 팬이 있어서 좋겠다며 삐죽 댄다. 다 늙어서 무슨 트럭여행을 하느냐고 빈정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언젠가 아프리카 트럭여행을 할 것이다. 트럭을 타고 흙먼지를 날리며 아프리카 대륙을 달리는 상상을 한다. 차를 타고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곳에서 달리다가 지치면 텐트를 치고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보는 상상을 한다.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