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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7. 2020

남북 군사합의와 한미해병대 연합훈련

남북 군사합의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미치는 영향과 그 대책

I. 들어가면서

   2019년 4월 2일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환영사에서 해병대사령관은 “한·미 동맹의 핵심군으로 역할을 해 온 한·미 해병대는 연합참모단 지휘소 연습, 연합상륙훈련, 한반도 내에서의 한·미 해병 연합훈련, 해외 연합훈련 확대 등을 통해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한·미 해병대는 한반도 지역 안보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공동의 역할과 연합작전 공조체제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군사합의를 전후로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이 취소되거나 그 규모가 축소되는 등, 최근의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018년 11월 12일 한·미 당국의 해병대 연합훈련(KMEP: Korea Marine Exercise Program) 재개를 비난하면서, ‘상대방을 반대하는 군사적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재개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이 “조선반도 전 지역에서 실질적인 전쟁 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확약한 북·남 사이의 군사분야 합의서에 배치된다”고도 하였다. 이 내용은 2018년 11월 5일부터 포항지역에서 한국 해병대와 미 제3해병기동군 병력이 참가했던 2주간의 대대급 제병협동훈련을 진행하던 중 매스컴에 보도된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 해병대는 2018년도에 계획하였던 KMEP 연합훈련 19회 중에서 7~8월에 8회를 유예하였고 이를 제외한 11회만 정상적으로 실시하였다. 이는 2018년 6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시 중대급 이하 훈련은 정상적으로 시행하고 대대급 이상 연합훈련은 한·미 상호 협조하에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협의한 결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매년 4월경 연례적으로 시행하였던 대규모 한·미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도 2019년에는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즉, 한반도 전구 내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가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며, 그 기회도 점점 더 줄어 들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작금의 현상이다. 이처럼 남·북 군사합의가 한국 해병대와 미국 해병대간의 연합훈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II. 남·북 군사합의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미치는 영향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2일차인 2018년 9월 19일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포괄적 방안을 담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양측의 대표자가 각각 서명한 후 이 문서를 상호 교환하였다. 이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모든 공간에서의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군사적 대책 강구,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조성 및 안전한 어로 활동 보장, 다양한 분야의 교류 협력 및 접촉 왕래 활성화 관련 군사적 보장, 상호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 등이다.


   이와 같은 남·북 군사합의 내용 중에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을 축소하게 만든 것은 첫 번째 항목이다. 이 항목은 남·북 군사합의서 전문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1.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① 쌍방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였다. (중략)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후략)     


   여기서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과 같은 것이다. 또한 이 문구로 인해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의 일환인 KMEP 훈련은 대대급 이하 부대훈련만 시행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8년 11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가 이 문구를 근거로 하여 한·미 해병대의 KMEP 훈련 재개를 비난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쌍룡훈련은 유사시 한·미 연합 반격작전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의 핵심으로써 이 훈련에는 한·미 해병대의 연대~여단급 연합전력과 한·미 해군의 각종 대형 상륙함정이 참가해왔다. 2018년 4월에 실시했던 쌍룡훈련시에는 미 해군 4만 5천톤급 강습상륙함과 스텔스 전투기인 F-35B 6대가 참가했었다. 2019년의 쌍룡훈련 폐지는 미국이 훈련 비용 등을 이유로 자국군의 한반도 전구 전개훈련 참가에 난색을 보이면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폐지에 이어 쌍룡훈련까지 폐지되면서 대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은 실질적으로 명맥이 끊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보도되었던 합참의 공식 브리핑에 의하면, “연대급 이상 훈련은 한·미가 각자 단독으로 시행하고, 대대급 이하 훈련은 연합으로 시행한다는 것이 합참과 연합사의 방침”이라고 한다. “연대급 이상 단독 훈련 과정에서 연합훈련의 필요성이 식별되면 전술토의 또는 ROC-Drill(Rehearsal Of Concept Drill: 작전개념 예행연습) 등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한다. 미측의 예산 삭감 사유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북 합의서의 영향으로 2019년도의 연대급 이상 한·미 연합 상륙훈련은 폐지되었고 한국군 단독의 합동 상륙훈련으로 대체될 예정이며 KMEP 훈련도 대대급 이하 훈련만 연합으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한국 합참에서는 필요시 연대급 이상 제대의 한·미 연합 전술토의 또는 ROC-Drill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대규모 훈련의 경험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 팀스피리트 야외기동훈련에 참가해 본 경험이 있었거나, 육군 군단급 FTX(Field Training Exercise: 야외기동훈련)에 해병사단 또는 해병연대 규모로 참가해 본 경험이 있는 해병대 구성원들은 연대급 이상 제대의 육상기동훈련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수많은 제한사항과 커다란 난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의 폐지는, 연합작전수행 능력과 상호운용성을 약화시키는, 커다란 도전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기 어렵듯이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남·북 관계의 흐름을 고려해 볼 때, 이것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II. 한국 해병대의 대응책

   그렇다면 한국 해병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해병대는, 대규모의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이 제한되는, 위기의 상황을 대대급 이하 제대의 실전적 연합훈련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10여 년 전 포항에서의 대대장 재임 기간 중 필자는 쌍룡훈련, 군단급 FTX, 연대전술훈련 등 상급부대에서 통제하는 대규모 부대훈련 경험은 많이 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중대급 이하 소부대 전술전기를 연마하기 위해 예하 중대장에게 부여할 수 있는 교육훈련 가용시간이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즉, 대부대 훈련 위주로 부대가 운영됨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소부대 훈련 기회는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역으로 대부대 훈련의 기회가 줄어들수록 상대적으로 소부대 훈련의 기회는 늘어나는 것이다.


   해병대 사령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2019년 한·미 KMEP 연합훈련 계획에 의하면, 제병협동훈련과 공지기동훈련 등 대대급 훈련 10회를 포함하여 총 24회의 대대급 이하 제대의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해병대는 이러한 훈련을 통하여 상호 운용성과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은 물론, 실전 경험이 풍부한 미 해병대로부터 실제 전투에 필요한 전투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지휘관 및 참모들은 KMEP 훈련의 주안을 대외 홍보나 한·미 해병대의 우호 증진에 두지 말고 미 해병대와 짝을 이루어서 그들이 체험한 실전적 소부대 전투기술을 습득하는 데에 두어야 할 것이다.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전투 경험을 보유한 미 해병들의 know-how를 배우고 익혀서 우리 해병들의 것으로 체화시키는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북 군사합의서의 이행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고려해 볼 때, 향후 한·미 연합훈련의 기회는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그 규모도 점점 더 축소될 것이다. 한국 해병대의 독자적인 노력으로 이와 같은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급 이하 제대와 개인의 실전적 전술전기를 연마할 때라고 생각하면 된다. KMEP 훈련 등의 가용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전투 경험도 풍부한 미국 해병대로부터 전술전기를 배우고 익혀서, 개인훈련으로부터 대대급 훈련에 이르기까지 지휘관과 참모, 각개병사의 실전적 전투기술을 갈고 닦는 것에 해병대 구성원 모두가 합력하여 매진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글은 해병대전략연구소에서 발간하는 [RIMS 소식지]  제15호(2019. 4.)에 게재되었다. www.rims.kr에서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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