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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8. 2020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한 외교정책

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Policy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한 외교정책인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전략적 인내는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관련 선행적 조치를 기다리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 변화는 없었고, 오바마 정부 시절 북한과의 공식 대화도 없었다. 오히려 북한은 3회의 핵실험, 40여 회의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해 핵 미사일 능력을 크게 강화시켰을 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전략적 인내의 종결을 선언하고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한 결과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결정했고, 2017년 4월 26일 미국 의회에서 정책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 정책은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북한의 행동 또는 입장이 변화하는 적절한 조건에서 대화와 협상을 추진한다는 것이며, 북한의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하고 압박 강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협상으로 유도한다는 오바마의 정책과 기본적으로는 유사하다. 그러나 두 행정부의 대북 인식과 정책적 접근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오바마 시절에는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북핵 문제보다는 이슬람 국가(IS: Islam State)의 부상과 이란 핵 개발이 우선적 안보 이슈로 다루어지면서,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정책은 북한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간주되기까지 하였다. 또한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미국의 지역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북한의 핵 개발은 재균형 정책의 주요 수단인 한·미·일 3자 협력과 미사일 방어체계(Missile Defence System) 구축의 명분이 되었다. 반면, 트럼프는, 패권질서 구축이 미국의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인식하에, 북핵 문제를 대중국 정책의 하위 차원이 아닌, 최우선 사안의 하나로 간주하였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가 매우 중대한 사안임을 반복해서 밝히면서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대한 비판을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표명하였다. 따라서 2017년 4월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의제 중 하나가 바로 북핵문제였다. 또한 미국의 국무장관 틸러슨(Rex Wayne Tillerson)은 동년 5월 3일 국무부 연설에서 미국의 당면 현안으로서 북핵문제를 가장 먼저 제시하였다.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의 부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른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 인식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북한이 향후 2~3년 내에 미국 본토를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 내에서 제시되었고, 오마바는 정권을 이양하면서 트럼프가 직면한 최우선 안보 과제가 북핵 문제임을 강조하였다.


둘째, 대북 압박의 범위가 확장되고 순위도 높아졌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 제재와 압박은 주로 경제부문에 국한되었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 국에 대한 압박은 미약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은 경제 중심에서 군사·외교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높은 수위를 지향한다. 2017년 4월 시리아 공습에 이은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전개 공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설로 비화되었고, 이는 긴장 고조를 통한 대북 군사적 압박 의도에 따른 것으로 평가되었다. 틸러슨은 2017년 4월 28일 유엔 안보리 연설에서 모든 국가가 대북 외교관계를 중단 또는 격하시킬 것을 요청했고, 헤일리(Nimrata "Nikki" Randhawa Haley)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017년 5월 16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회의에서 모든 국가들은 북한을 지지할 것인지 미국을 지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면에서도 제재 강화를 추진하면서,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의 불법활동과 관련된 제3 국 기관 및 개인을 제재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셋째, 대화와 협상 유도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매우 전향적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틸러슨은 2017년 5월 3일 연설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그것이 체재 안전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는 믿음 때문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고, 북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대북 4 NO를 천명했다.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며, 4 NO는 사실상 대북 불가침과 체제 안전보장을 의미하는 매우 전향적인 방침이다. 이 방침은 동년 5월 18일 홍석현 대미 특사와 틸러슨의 만남에서도 확인되었다. 이러한 전향적 대북 메시지가 북핵문제의 시급성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행정부들과는 달리 대외정책에서 민주주의 또는 인권과 같은 자유주의적 이념과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에도 기인한다. 대화 재개 조건도 완화되는 것 같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요구하면서 국제 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사찰단의 복귀와 핵 동결을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반면, 트럼프 정부의 헤일리 대사는 북한이 핵 개발 및 그와 관련된 실험을 전면 중단할 때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없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만으로도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글은 해병대전략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전략 논단] 제27호(2018)에 게재된 "트럼프의 대북 최대 압박과 관여정책 그리고 한국의 안보"에서 부분 발췌하였으며, www.rims.kr에서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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