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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r 24. 2020

군사분계선은 어디인가?

실제 군사분계선은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일뿐이다.

2018년 4월과 6월에 각각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하여 국내외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었다. 연이은 정상회담에 이어서 곧바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개최되었던 미·북(북·미) 정상회담의 협상 결렬로 다시 예측하기 어려운 안보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2019년 4월에 개최되었던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북한 최고 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결과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원하는 북핵 문제 해결과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4·27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의 하나로 비무장지대에 설치 운용하였던 쌍방의 일부 초소를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폐쇄하기는 했으나, 판문점에서의 상호 자유 왕래와 안보견학 추진은 남·북·유엔사의 3자 협의 과정에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을 포함한 협정 체결 쌍방의 협의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그 이전 단계에서 양측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로,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 시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대체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6·25 전쟁 막바지에 유엔사와 조·중 측의 합의로 체결된 정전협정에 명시된 남·북 군사분계선의 실질적 위치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다.


정전협정 당시 쌍방은 지도 위에 그은 군사분계선을 따라 1,292개의 표식물을 설치한 후, 그것을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1,292개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대부분 자연 훼손되었고, 180여 개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전협정을 관장하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유엔사 군정위)는 "군사분계선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었다.


군사분계선 표식물을 설치하는 한국군 @http://kookbang.dema.mil.kr/


유엔사 군정위에서는 "군사분계선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군사분계선의 위치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는 필요성을 다음의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였다.


첫째, 현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물의 수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이것만으로는 비무장지대 내에서 적대 병력을 분리하는 선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 시 양측은 정전협정 원본 지도상에 그어진 군사분계선을 따라서 1,292개의 군사분계선 표식물을 설치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적대 중인 병력을 분리하도록 합의하였었다. 그러나 2015년과 2016년에 걸쳐서 유엔사 군정위 측에서 조사해 본 결과에 의하면 최초 설치하였던 군사분계선 표식물 1,292개 중에서 181개 정도만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둘째, 군사분계선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1953년 정전협정 원본 지도를 지금 사용하고 있는 현대 측지계로 바꾸어 보려는 작업을 단 한 차례도 해 본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유엔사 군정위 자료에 의하면 정전협정 원본 지도상 군사분계선을 현대 측지계로 변환할 경우, 발생 가능한 오차는 1:5만 축적 지도의 오차 100m, 지도와 실제 지형 간의 오차 100m, 정전협정 원본 지도상 1mm 두께의 펜으로 그어진 군사분계선의 폭 50m 등 최대 250m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양쪽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 현재 유엔사 측에서 파악한 군사분계선에는 최소 다섯 개의 유형이 있다. ①1953년 7월 27일 서명한 한국 정전협정 원본 지도상 군사분계선, ②유엔사 군정위 조사반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글어스(Google Earth) 상 디지털 군사분계선, ③미국 국립 지리정보국이 사용하는 디지털 군사분계선, ④한국 국방 지형정보단이 사용하는 디지털 군사분계선, ⑤비무장지대의 한국군 전방 초소인 GP(Guard Post; 경계초소)와 OP(Observation Post; 관측초소)에서 실제로 인지하고 사용하는 군사분계선이 그것들이다.


군사분계선이 그어진 정전협정 지도 @http://naver.me/FR7RycTt
유엔사 군정위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회에 걸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영국의 지형정보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정전협정 원본 지도의 군사분계선 위치를 추출하였고, 지상에 설치된 군사분계선 표식물을 측량하였다. 이러한 군사분계선 프로젝트(MDL Project)를 통하여 정전협정 원본 지도상 군사분계선을 현대 측지계로 변환한 좌표값 23,954개를 추출하였고, 식별 가능한 군사분계선 표식물 181개의 좌표값을 측량한 것이다. 그 결과물로 2016년 5월 유엔사 군정위 대표 5명이 보증하는 군사분계선 위치를 규정하였다.


유엔사와 한국군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명확한 군사분계선의 위치를 규정하고, 적절한 시기에 북측과 합의하여 군사분계선의 위치 오해로 인한 군사적 충돌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유엔사 주관으로 3년에 걸쳐서 시행되었던 MDL(Military Demarcation Line; 군사분계선) 프로젝트의 결과이다.


이 자료를 활용하여 유엔사와 한국군이 사용하기 위한 명확한 군사분계선의 위치를 먼저 규정하고, 이것을 토대로 비무장지대 내에서 군사분계선의 모호함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을 예방함으로써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하여 남․북 간 합의된 군사분계선 위치를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전협정 원본 지도상 군사분계선과 한국군을 포함한 유엔사 측에서 인식하고 있는 군사분계선의 오차를 최소화하고, 남·북 간 상호 합의된 군사분계선 위치를 규정할 수 있다면, 양쪽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때 국경선을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JSA 인근의 군사분계선 표식물




저자가 인터뷰 출연한 G1 TV  방영 프로그램인 [DMZ 스토리 2]  "군사분계선, 그곳에 선은 없다" 아래의 유튜브에서   있다.

https://m.youtube.com/watch?v=MPgXHWBCeLc&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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