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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잎새 병상일지 40일 차

(을지병원은 파업 중)

by Yong Ho Lee

제40일 차 : 2016년 10월 27일


힘겨운 밤을 또 넘겼다.

같은 병실에 있는 간병인들의 말씀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뿐이다.

아픈 게 당연하다는 말이다.

후유증이 정말로 겁난다.

이제 겨우 운신하기 시작했는데...

오전엔 회진하던 주치의도

통증은 당연하며 길게는 6개월 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에 초록잎새는 보조기기에

몸을 의지 한 채 병동을 3번 돌더니 지처 쓰러졌다.


오전식사는 겨우 밥 한 숟갈에

과일 몇 조각뿐인데 다행히 점심은 좀 먹는다.

오후 2시...

허리부위 X레이 촬영을 하러 1층 영상실에 갔다.

오늘부터 병원노조 파업이라 많이 기다릴 줄 알았는데

가자 마자 바로 촬영을 끝냈다.

1층 로비는 집회로 시끌벅적 심란하다.

언제쯤 우리 사회가 노. 사 화합이 정착하게 될지 답답하다.

오후 3시엔 재활보다 온열과 전기 치료로 끝.


시간이 지날수록 컨디션이 살아난다.

저녁엔 도가니탕을 데워오자 밥을 말아 제법 먹었다.

얼마 후..

복강경 수술 부위와 골반 지지대를 박았던

상처에 붙인 거즈를 떼러 온 인턴이 상처 부위를 보더니

딱정이가 생겨 아물어 가는 중이니 그냥 둬야겠단다.

마눌님 살성이 참 좋은 것 같아 다행이다.

난 아직도 정강이 상처 부위엔 부기가 남았는데...


오늘도 또 하루가 저문다.

부디...

편안한 밤이 되기만 빌어본다


(추신)

이런 노인도 있습니다.

지하 1층 재활 치료실을 향하던 중

우리 옆 병동의 할머니 한분이 퇴원을 하시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퇴원 수속도 그렇고 병원도 파업으로 심란하여

그랬는지 그분의 젊은 딸이 불평불만을 쏟아 놓았습니다.

그 순간.

그 할머니의 눈에선 레이저 광선이 발사됩니다.

걷던 걸음을 멈추며 딸에게 하신 한마디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저분들도 다 살아보겠다고 하는 짓이다."


딸은 그 순간 입을 닫고 머쓱해하더군요.

그간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사하던 분이라

앞으로 건강 하시란 우리 부부의 인사엔 그 무섭던 눈길이

하염없이 부드러운 자애로운 눈길로 변 해 있었습니다.

세상엔 이런 노인도 있더군요.

세상이 참 시끄럽습니다.

노동착취 없는 사회.

비인간적인 비정규직이 없는 사회.

그래서 다들 어우러저 인간답게 사는 사회가 되길 바라 봅니다.

저 할머니의 마음 같다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을지병원 집회현장

노. 사 화합으로 살 맛난 직장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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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치료실에서 온열 치료 중인 초록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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