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록잎새 병상일지 47일 차

(재활훈련으로 남선공원 걷기)

by Yong Ho Lee


제47일 차 : 2016년 11월 03일 (목요일)


초록잎새의 컨디션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퇴원 후 첫날의 편안함은 사라지고 지난밤은 고통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

그래 그런지 기분이 아주 안 좋다.

살살 구슬려 많이 먹이려는 나와 신경전으로 불꽃이 인다.

먹는 둥 마는 둥 아침 식사를 끝내고는 계속 까라지는 초록잎새를 보는 것도 괴롭다.

입원 대신 집에 가면 운동 열심히 하기로 약속한 걸 상기시키며

산책이라도 나가자니 힘이 없다 하여 그대로 쉬게 했다.


오후...

좀 한가한 오후 2시에 한의원을 갔다.

초록잎새랑 나란히 누워 나는 팔목 통증 부위에 사혈을 했고

마눌님은 등판의 통증보다 허리가 더 아프다 하여 어혈을 풀어주는 것과 병행한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한 침 시술 후 부황과 전기 자극을 이용한 물리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끝내고 나오자

마눌님이 컨디션이 좀 살아나는가 보다.

천천히 남산공원을 걷자 한다.

그곳을 향해 걷는 우리의 발걸음을 화원의 국화꽃이 잡는다.

아름답다.

오전에 마눌님의 컨디션이 좋았다면 국화 전시장이라도 가려했는데...


(화원 앞의 국화꽃)


느림보 거북이걸음.

보행자 신호등에 불이 들어와 걷는데 불안 불안하다.

다 건너기 전에 불이 나갈 정도로 걷는 속도가 느려 마지막엔 서둘다 보니 다리에 무리가 있나 보다.

얼굴을 살펴보니 괴로움에 찡그려져 있다.

힘들면 그냥 집에 가자하니 그래도 남선공원 팔각정까진 걸어야겠단다.



어느새..

망이 망소이난 민중봉기 기념탑을 지났다.

이젠 탄력이 붙어 제법 잘 걷는다.

47일 만의 첫나들이에 기록될 남선공원 산책길엔 가을색이 완연하다.



완만한 길을 골라 쉼 없이 걸었다.

드디어...

남선공원 정자에 도착한 우린 비로소 벤치에 엉덩이를 내려놓고 길게 휴식에 든다.



되돌아가는 길....

그거 조금 쉬었다고 다리가 벌써 굳었나 보다.

초록잎새가 잠시 다리를 전다.

얼마쯤 걷다 보니 열을 받아 그런지 이후엔 잘 걷게 된 초록잎새는 그러나

오름보다 내리막길을 더 힘들어하여 조심스럽게 남선공원을 내려왔다.




오늘 제법 길게 걸었다.

힘들어하던 오전을 생각하면 의외다.

그만큼 재활에 대한 의지가 강한 우리 마눌님이 대견하다.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keyword
이전 08화초록잎새 병상일지 46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