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그라시아 & 와나카 아이언 마운틴 트래킹)
제5일 차 : 2017년 3월 07일 (화요일)
(프렌츠 조셉 ~ 와나카)
- 08:00 조셉 몬트로치 숙소
- 09:00~10:40 Franz Josef Glacier 트레일 트래킹
- 11:30~11:45 폭스 그레시아 마트에서 시장 보기
- 17:50 와나카 파노라마 숙소착
- 와나카의 일몰 명소 아이언 마운틴 등정
지난밤...
아무래도 운전이 미숙하다 보니 긴장을 했었나 보다.
침대에 눕자마자 시체처럼 잤다.
덕분에 개운한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와나카까지 또 머나먼 여정을 나 홀로 운전해야 한다.
아침..
주방에 내려가니 부지런한 우리의 아줌씨들이 벌써 누룽지를 다 끓여 놓았다.
그저 숟가락만 들면 된다.
먹어주는 것도 일이라 얼른 한 그릇을 비워 냈는데....
얼어려~?
이번엔 외국인들이 빈손으로 주방에 들어오더니
그곳에 있는 빵과 커피 그리고 음료를 지들 맘대로 양껏 가져다 먹는다.
딘장~!
저녁에 수프 그리고 아침엔 빵과 커피가 제공되는 걸 우리만 몰랐다.
뒤늦게 알았으니 억울한 건 있지만 우리가 누군가?
위대(胃大)함이 무기인 나는 물론 우리 산우들 죄다 조선인이다.
토스터기에 빵을 구워 그곳에서 제공하는 각종의 잼을 발라 우리는 양껏 드셔 주었다.
그렇게 배를 불린 우리들....
전날 저녁에 미리 섭외해 놓은 빙하 헬기투어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거리엔 한차레 비가 내려 젖어 있고
아직도 하늘엔 우울함이 가득하다.
날씨가 좀 불길하긴 했다.
헬기투어 여행사에 들리자 우리의 예감이 적중했다.
기후가 나빠 헬기를 띄울 수 없단다.
대신에 그곳 여행사에선 누구나 무료로 걸을 수 있는 조셉 빙하 트래킹을 권한다.
우리는 모든 짐을 빼내 차에 싣고
헬기투어 전문 여행사에서 권장하던 조셉빙하 트레일을 향해 달렸다.
얼마 후...
우린 Franz Josef Glacier 란 이름이 붙은 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트래킹을 준비했다.
그런데....
등로 시점엔 참 특이한 안내판이 건식 돼 있다.
그곳엔 사인펜을 든 사진 속 인물이 오늘의 기후와 등로상태 그리고
주의 사항을 적고 있어 우리가 걸어야 할 등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햐~!!!
요건 참 잘하는 짓이다.
드디어...
안내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우린 힘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초입의 안내문엔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돼 있다.
그게 왕복인지 편도인지는 모르겠고 별도로 코스별로 30분과 20분 코스가 있다.
물론 우린 종주코스를 완주할 예정이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우리들만의 발걸음만 허용된 한적하고 외진 길이다.
그래서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뉴질랜드에 입성 후 제대로 걸어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길은 넓고 평탄하다.
양 옆으론 아열대의 관엽식물들이 빼곡하다.
살짝 떠다 큰 화분에 심으면 그대로 고급 수종의 인테리어 식물이 될 거다.
특히 양치류의 식물들은 내 눈을 사로잡을 만큼 이쁘다.
어느덧....
빰을 때리던 싸늘함이 상쾌함이 느껴질 만큼 몸이 덥혀진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소리의 청아함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치...
어릴 때 우리 집 뒷산에서 들려오던 꾀꼬리의 울음과 닮았다.
저 새는 뭐지?
궁금증에 사방을 둘러봐도 주인공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느새 발걸음이 야트막한 둔덕을 넘는다.
이곳이 뷰~ 포인트로 등로초입 안내도에 Sentinel Rock Waik 20분으로 적힌 코스로 짐작된다.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조셉빙하가 이곳에선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둔덕을 넘어서자 등로는 확연하게 그 모습을 변모시킨다.
울울창창 열대우림은 간데없고 느닷없이 나타난 황량한 강바닥을 우린 걸어야 했다.
그렇지만 양옆의 험준한 산세를 감싸 안고 희롱하는 운무의 아름다움에
걷는 동안엔 전혀 황량하단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조셉빙하가 지척이다.
그러나...
초입의 안내판에 서있던 남자가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덕지덕지 써 놓고 길을 막고 있다.
금줄을 은근살짝 넘보던 아주 착한 여인 금숙이 언니가 많이 아쉽나 보다.
그 녀석의 손바닥에 자기의 손바닥을 철석같다 붙이더니 한마디 한다.
아라쓰~!
앙가~!
빙하...
입맛만 다시며 쳐다보다 발길을 돌린다.
굳이 하겠다면 빙하 전문 가이드 투어가 있긴 하다.
맛보기용과 길게 걸어주는 코스...
우린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빙하투어는 접기로 했다.
단체 사진 한 장 남기는 의례절차는
빼먹을 수 없는 중요행사라 돌에 받쳐 겨우 한 장 얻었다.
건망증이 심한 산찾사가 삼각대를 싱가포르의 딤섬 음식점에 놓고 온 바람에
이럴 땐 참 많이 아쉬웠다.
되돌아가다
뷰~ 포인트에서 다시 또 단체사진.
주차장에 되돌아오며 트래킹을 끝냈다.
왕복 놀며 쉬며 1시간 40분이 걸린걸 보니 입구에 적힌
1시간 30분은 왕복이며 딱 우리의 수준에 맞는 계산법이다.
처음 시작할 땐 주차장이 훵~하니 비었는데 어느새 차량들이 가득한걸 보니
이곳도 제법 유명한 트래킹 코스인 것 같다.
이젠 또다시 기나긴 이동이다.
우리는 와나카로 향하던 중간 폭스 그레시아란 소도시에
잠시 쉬었다 가는 사이 여인들이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을 또 잔뜩 사 와 차에 싣는다.
다 우리의 피와 살이 되어줄 양식이다.
그중에서 아주 달콤한 바나나 하나를 까서 졸음운전 하지 마라며
내입에 물려놓은 여인들은 이제서야 좀 능숙해진 나를 믿고 잠에 빠저 든다.
그러나...
의심 많은 인간네비 구름님은 악전고투 중이다.
언제 또 삼천포로 빠질 줄 모르는 산찾사가 못 미더워 졸을 수 없으니
미치고 환장할 그놈의 졸음을 참느라 생 고생이다.
ㅋㅋㅋ
차라리 직접 운전을 하는 게 훨~낳지 선탑은 못 할 짓이다.
그러게 만료된 국제운전면허는 왜 그리 고이 모셔 두었나 그래~?
누구는 만료된 구 여권을 가져와 낭패를 당하더니 국제 면허도 이런 경우가 생긴다.
구름님은 이젠 기념이고 뭐고 앞으론 시효 만료된 건 미련 없이 버릴게 분명하다.
어느덧....
배꼽시계가 작동을 했나 보다.
끄덕끄덕 졸던 일행들이 민생고를 해결해 달라 원성이 자자하다.
핸드폰의 네비를 작동시킨 구름님이 순간 분주하다.
조금만 더....
여기가 아닌가 봐~
조금만 더...
그러다 우리는 Lake Paringa라고 적힌 야영장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얼른 짐을 풀어 점심을 준비했다.
순식간에 차려진 식탁....
화려하다.
무엇보다 경치가 죽인다.
찬란하게 쏟아지는 햇살아래 우린 평화로움을 맛본다.
그냥 밥만 먹고 가기엔 너무나 아깝고 미안한 풍경이라며 밥을 다 먹고도 엉덩이가 무겁다.
우이씨~!
늦으면 늦을수록 나만 힘든데...
ㅋㅋㅋ
여기서 야영을 하던 외국의 여인이 비키니를 입은 채
호수에 풍덩 빠저 수영을 하는 걸 본 금숙이 언니는 그녀가 몹시 부러웠나 보다.
치미는 욕망을 어쩌지는 못 하고 발만 담그는 것으로 절제를 한다.
우린 절대로 말리지 않았다.
그냥 좀 몽땅 빠저 보징~!
살짝 밀어줄걸 그랬나?
어쩜 그걸 바랄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 마눌님 초록잎새도 그런 마음?
아서라~!!!
다시 또 와나카를 향해 달린다.
그러다
망망해대 바다를 낀 도로를 만났다.
와우~!!!!
까잇거 갖은 게 시간뿐이고 우린 자유로운 영혼들인데 여기서 그냥 퍼질러 놀고 가잖다.
우리가 우연히 들어선 장소는 Ship Creek....
간단하게 걸을 수 있도록 모래밭에 원목데크도 깔려 있다.
원목데크를 넘어서면 해변이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명한 하늘빛을 그대로 담은 바닷물이 맑고 곱다.
답답하던 가슴이 탁 트인 풍경에 시원함을 선사한다.
하아~!!!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기 좋은 장소다.
장거리 운전에 지친 나그네가
그냥 잠시 쉬었다 가기엔 정말 아까울 정도의 풍광이다.
이런 곳엔 몇 날 며칠을 아무 생각 없이 머물러도 좋은 곳이란 생각이다.
꽉 짜인 틀에서 다녀야 하는 패키지와 다른 맛이 배낭여행이다.
그 맛을 마냥 우린 즐겼다.
이렇게....
여인들이 몇 번이나 시도해도
만족할 만한 영상을 얻을 수 없었던 공중부양을 구름님이 시범을 통해 보여 준다.
이 정도면 공중부양의 고수다.
이 순간을 포착해 낸 작가는 그럼 누구~?
ㅋㅋㅋ
와나카로 향하는 길은 길지만 지루함이 없다.
아름다운 풍광이 있고 그 길을 달리는 차 안엔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나의 동료들이 있어 즐거움이 가득한 여행길이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와나카의 숙소...
넓고 끝없이 펼쳐진 호수 위에 아담하게 자리한 독채 형식의 펜션이다.
숙소 이름도 풍경에 걸맞은 파노라마....
숙소옆 담장엔 이미 끝물이긴 하나
절정일 땐 그 아름다움이 어떠했을지를 엿볼 수 있는
이름 모를 이국의 꽃무리가 잉크빛 하늘을 찔러대는 형상이 이채롭다.
각자 숙소의 배정이 끝날 무렵....
이곳 쥔장에게 정보를 얻어 들은 일몰의 명소를 향해 우린 급히 길을 떠났다.
얼마 후엔 해가 지니 서둘러야 한다.
Mt. Iron...
굳이 우리말로 해석을 하면 철산?
그런데 그건 아니다.
이산은 해발 564m로 와나카 타운 인근에서 제일 높다.
굳이 해석하면 철산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산으로 불리게 된 연유를 알아보았다.
이곳의 Wanaka Station(와나카 목장) 주인인 Robert Wilkin의 고향이
Scotland의 Ironhurst인데 그의 고향 첫음절 Iron만 따 와 만든 게 이산의 이름으로 되었단다.
숙소를 떠난 지 5분 만에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우린 공원의 관리공단에서 설치한 안내문을 따라 길을 찾아든다.
불과 몇 걸음이나 옮겼을까?
벌써 와나카 도심을 발아래에 둔 조망과 마주한다.
정상을 향한 등로는 대로 수준이며 외길이다.
특이한 건 민둥산인 아이언 산기슭엔 수많은 야생 토끼들이 뛰어다닌다.
여긴 토끼를 안 잡아먹나 보다.
그만큼 토끼가 많다.
이미 석양은 점점 더 선홍빛으로 물들어 간다.
순간 조급증이 인다.
저러다 일몰의 장관을 놓칠 것만 같은데
아직은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초록잎새의 걸음은 더디다.
답답증을 이기지 못한 나는 끝내는 마눌님을 뒤에 두고 나 홀로 아이언 정상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겼다.
오르다 뒤를 돌아본다.
와나카의 호수는 아주 잔잔한데 이곳 아이언으로 부는 바람은 사납다.
이마에 땀방울이 솟는다.
어느덧...
짙은 구름 속에 살짝 얼굴을 내민 석양이 이름 모를 산 중턱에 걸려있다.
이젠 곧 어둠이 내릴 것 같다.
드디어 정상....
이미 해는 넘어갔는데 생각만큼
아름다운 색감을 뿌려 놓지 않음이 오히려 들뜬 마음을 착 가라앉게 한다.
그러나 사방팔방 시원스러운 풍광은 장관이다.
아름답다.
얼마 후...
힘겹게 모든 일행분들이 올라오셨다.
내려서기 서운할 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함께 바라보다
이내 찬바람에 우린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내린다.
좀 더 길게 걸으려면 정상을 넘겨 둘레길이 있다.
좀 일찍 왔다면 그렇게 걸었을 텐데...
어디든 무엇을 하든 간에 아쉬움과 미련은 남는 법이다.
나는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 산에 대한 욕심이 줄어들까?
부지런하고 착한 여인들이 피곤함을 잊고 식탁을 차려 냈다.
오늘도 육질이 좋은 소고기다.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인 비싼 쇠고기가 여기에선 아주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러니 부담 없이 맨날 맨날 고기 파티인데도 전혀 질리지가 않다.
아마도 내 평생 이렇게 맘 놓고 실컷 좋은 육질의 쇠고기를 먹어본 건 처음일 거다.
고기를 굽는 건 자칭 20년 경력의 구름님이 전담했다.
육즙이 살아있게 구워야 한다나 뭐라나 그러면서...
사실 그의 고기 굽는 실력은 인정을 받았다.
고기를 굽고 난 다음엔 볶음밥도 잘한다.
덕분에 산찾사는 입만 가지고 살았다.
와나카의 밤이 깊어간다.
달빛이 은은하게 내려 비친 와나카 숙소 안에선
그간 카고백에 담겨 있던 공동 물품을 분배하는 시간을 갖었다.
트래킹 때 쓰일 것과 분류 후 남는 건 이동하며 소비하는 것으로 대충 정리를 했다.
행복한 삶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혜광 스님-
행복했던 하루를 마감한다.
혜광스님의 말씀처럼 지금 하는 일이 이렇게 좋은데
더구나 난 좋아하는 일까지 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에 맡기며
오늘도 난 깊은 잠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