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트 조셉 상편)
제4일 차 : 2017년 3월 06일 (월요일)
(프랜츠 조셉 상편)
- 07:00 : 누룽지로 아침식사
- 07:40 : 짐 실은 택시로 버스 정류장 이동 나머지는 걸어서..
- 08:20 : 그레이 마우스행 버스출발
- 12:40 : 그레이 마우스 도착
- 12인승 승합차 렌트하여 프렌츠 조셉 마을로 이동
- 프렌츠 조셉 숙소 Montrose Reception 도착
4일 차의 날이 밝았다.
오늘은 그레이 마우스까지 이동이다.
버스 정거장까지는 걸어서 5~8분 정도 예상이다.
그런데...
짐들이 장난이 아니다.
먼저 구름님이 일행들을 인솔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김성수 형님과 내가 남아 콜택시를 불러 모든 짐들을 이동하기로 했다.
잠시 후...
택시가 오긴 했는데 모든 짐들을 다 실을 수 없다.
마침 주차 돼 있던 택시가 있어 두대로 이송을 시켰다.
시외버스 정류장....
인터 시티라 쓰인 버스가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그레이 마우스까지 가는 버스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 놓은 버스인데 기사가 짐을 받아 화물칸에 차곡차곡 쌓아 준다.
버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밖을 내다보니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노선버스를 기다리던 다양한 인종의 여행자들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시간이 되어 출발한 버스는
크라이스트 처치의 이곳저곳을 들리며
승객들을 더 승차시킨 뒤 도심을 벗어나자 비로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그레이 마우스로 향한 버스를 타게 된 건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여 생긴 일였다.
처음 계획된 동선은 Tranz Alpine 열차로 이동하게 돼 있었고 예약금까지 지불 완료된 상태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여행으로 알려진 Tranz Alpine 열차는 총 4시간이 걸린다.
산악지역을 통과하며 아름다운 지역에선 포토타임까지 주어 진다는 통유리로 된 열차 여행은
모든 여행자의 로망이라 꼭 타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떠나기 얼마 전 산불로 운행이 중단되어 예약금이 환불 조치 되었다.
아서스 패스에 근접한 캐스 힐 인근 관목지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목재로 된 철교
7군데 중 3개가 완전 소실되어 교체하는데 6주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하늘이 벌인 일을 감히 인간이 어쩌랴~!!!!
그런데...
트란츠 열차의 비용이 겁나게 비싸다.
우리는 예약을 대행한 여행사에서 시티버스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일인당 10만 원씩을 되돌려 받았다.
우리는 그 돈으로 서운한 마음을 대신하여 맛난 것을 더 사 먹기로 했다.
버스가 광활한 대지와 험준한 산악지대를 힘차게 달린다.
가는 도중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면 버스기사의 친절한 멘트가 이어진다.
영어를 알아듣는 승객들이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걸 보면 유머가 있는 기사분이다.
우리야 뭐~
다들 꿀 먹은 벙어리인데....
그러다 버스가 머문 곳이 있었다.
커피 그리고 15분이란 단어를 유추해 보건대
휴게소에서 니들 몸 물도 빼고 커피도 마시며 쉬다가 15분 후에는 차에 올라 타란 소리다.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했다.
버스에 내리자 온몸을 휘감는 바람이 사납다.
춥다.
얼른 휴게소 안으로 들어서자 커피를 주문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는 간식으로 가저온 빵과 함께 잠시 후 주문한 커피를 받아와 나눠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한차레 쉬었던 버스가 힘을 낸다.
처음엔 이국적인 풍광에 눈들이 초롱초롱 빛나던 산우들이 끄덕끄덕 조는 사이
어느덧 버스가 그레이 마우스에 도착했다.
모든 짐들을 찾아 내린 후...
예약한 렌터카 회사를 찾아 삼만리는 못 되더라도 우야튼 우린 헤매었다.
사실 렌터카 회사는 우리가 내린 정류장 바로 옆에 있었는데...
우린 12인승 승합차로 계약을 했다.
그런데...
헐~!!!!
우찌 이런 일이~!!!!
구름님이 기간이 지난 국제 면허증을 가져오셨다.
사실 난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될 구름님이 피곤할 땐 한 구간 정도는
운전을 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국제 면허증을 발급받아 가져 왔었다.
그 덕분에 졸지에 메인 운전자는 쓸모없는 면허가 되었고
팔자에도 없던 서브 운전자가 메인이 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아웅~!!!
산찾사는 초반부터 쫄았고 당연히 똥오줌 못 가리고 무쟈게 헤맸다.
여긴 우리와 달리 운전석도 반대 차선도 반대다.
당연 서툴 수밖에...
특히 도심의 교통법규에 생소한 난 유난스럽게 버벅댔다.
그때마다 뒷좌석의 산우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옆자석의 구름님은 좌불안석이다.
ㅋㅋㅋ
우야튼...
도심을 빠져나와 광활한 대지를 달리면서부터
안정이 찾기 시작한 나는 비로소 그렇게 커 보이던 12인승 승합차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점심 시각도 훨~ 지나버린 시간...
다들 뱃고래에선 아우성인데 마땅히 세울 공간이 없다.
다행히....
프랜츠 조셉을 향해 달려가던 중 도로옆 넓은 공터를 발견한 나는
차를 주차시킨 후 라면에 알파미 두 개를 넣은 라면밥으로
동료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었다.
초라한 밥상...
그래도 우리 팀의 먹성 하나만큼은 끝내준다.
그게 다 시장이 반찬이겠지 했는데 아니다.
이후..
전 일정 내내 뭐든 맛나게 싹싹 비워 내는
먹성들이 맘에 들어 여행 내내 나는 다들 이뻐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버벅대는 운전 솜씨로 그래도
안전하게 도착한 프랜츠 조셉마을의 숙소에 찾아든다.
예약한 Montrose Reception 이란 숙소가 의외로 깔끔하고 맘에 든다.
각자 2 일실 방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위해 장보기에 나선 우리는
마트에 들러 쌀도 사고 과일도 사고 특히 고기는 아주 고루고루 샀는데...
이번엔 구름님이 우리의 살림을 책임진 총무님 눈치를 보며 요령껏 장바구니에
소고기는 기본에 양고기와 사슴고기를 추가했는데
다행히 들키지 않았던지 무사히 주방까지 이송된 성과를 올렸다.
이곳 숙소는 공동 주방실이 따로 있다.
다들 30년이 넘는 요리솜씨로 다져진 살림꾼들이라 그런지 말이 필요 없다.
알아서들 각자 어떻게들 일을 찾아 일사천리로 진행을 하는지 마치 톱니바퀴 물려가듯 정확하다.
남자들?
손끝 하나 까딱을 안 한다.
내가 남자들 버릇 참 더럽게 가리켜 놨다고 하니
우리는 여행할 땐 항상 이랬다며 그저 빙그레 웃고 만다.
이거 착한 거야 맹~ 한 거야~?
순식간에 화려한 식탁이 차려진다.
이번 식탁엔 양주가 등장하셨다.
순간...
그걸 바라보는 주당들의 흡족한 미소가 볼만하다.
ㅋㅋㅋ
화려한 식탁이다.
더 이상 고급스러울 수 없는 메뉴가 펼쳐진다.
이날 고기는 종류별로 다 먹어 보는데 양고기가 최고의 인기품목이 되어
그다음부턴 우리의 식탁에선 절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식사를 끝낼 쯤...
공동 주방실에 외국인들이 몰려든다.
그들 손엔 모두들 하나같이 빵 하나만 달랑 들려 있다.
참 소박한 식탁이다.
이곳 숙소에선 몇 시간을 고아 끓여낸 수프가 제공된다.
그들은 그 수프에 빵을 찍어 먹는 것으로 식사를 끝낸다.
호기심에 수프를 한 그릇 떠먹어 보았다.
의외로 맛이 기막히다.
먹보 산찾사는 그렇게 먹고도 그래서 수프 한 그릇을 또 위장에 쓸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