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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May 17. 2024

후쿠오카의 명산 구주산


산행지 : 일본 후쿠오카현 구주산

산행일 : 2012.6.29(금)~7.01(일) 2박 3일

누구랑 : 다음카페 (산장나눔터 16명) (백두산악회. 8명) (58 멍 주마등 클럽 8명) (기러기투어 6명) 

어떻게 : 마키노토~ 구츠카케산~대피소~구주산~나카다케 방향 중간지점(연못)~대피소~미키노토.


 


  (구주산 위치도) 


  (산행 개념도)



훼리를 이용해 주말에 다녀올 수 있는 

일본 트래킹 패키지 상품이 특가행사로 비용이 아주 저렴하다.

시일이 좀 급박한데 누가 붙어줄까?

그러나 일단 공지를 올려놓자 의외로 나 좀 델코 가라는 전화가 빗발친다.

 

산장나눔터 산우님들 16명.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서울의 백두산악회 회원님들 8명.

그리고 유난히 나를 좋아하던 58 멍 주마등 회원님 8분이 붙어 주셨다.

그리하여~ 전국구로 팀이 꾸려진 우리 팀이 떠나야 하는 D데이 전날...

그런데 이걸 우쩌나?

하필 이런 때 우리 직장은 노사분규가 발생한 관계로

주휴일 특근 거부에 따른 사용자 측의 연병가 불허 방침이 내려진다.

아~!

대갈빡 깨진다.

인솔자가 못 가게 될 위기다.

그래서 나는 전날밤 전화통을 붙잡고 동료 기관사들에게 사정 사정한 끝에 

겨우 근무일정을 바꾼 산찾사는 다행히 이번 일본 트래킹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KTX로 부산 도착하자 전국에서 도착하는 회원님들이 반색하며 나를 반긴다.

나는 막내의 인연으로 알게 된 부산 횟집에 주문한 횟감에 

덤으로 딸려온 떡 한 박스를 찾아 부산항 국제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다.



여객선 터미널엔 강 회장님이 입국수속을 준비하고 계셨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일러 일단 여권을 먼저 걷어 강 회장님께 건네고 

우린 저녁식사를 위해 시내로 이동했다.



인원이 많으면 먹고 싶은 것도 많다.

돼지국밥을 먹고 싶은 팀은 앞집으로 시원한 탕을 먹고 싶은 팀은 그 옆의 

한식당으로 그렇게 팀이 나눠진다. 

덕분에 불경기에 앞집도 옆집도 골고루 팔아주니 좋고 우리는 식사시간이 단축되어 더 좋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터덜 터덜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고도...



또 한참을 기다려 입국 수속을 끝내자

기다렸는 듯 여자들이 우르르 면세점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울 초록잎새 저걸 어쩌나?

명품 가방을 들더니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헉~!!!

그러나 초록잎새는 나의 눈빛에 겁을 먹었던지 막바지엔 포기.

잘해쓰~

그 돈이면 우리 부부는 일본을 한번 더 갈 수 있는데..

ㅋㅋㅋ



드디어 승선...

후쿠오카로 향하는 카멜리아호에 부푼 꿈을 안고 우린 배에 올랐다.



우린 8인용 방 두 개와 단체방을 배정받았다.

그런데 모객이 저조한 기러기 투어는 대구에서 2명 부산에서 4명을 부탁해 우리 팀에 함류했다.

그 덕에 졸지에 예정에 없던 산찾사의 팀원이 더 늘어났다.

방 배정은 여성들을 죄다 몰아 8인용에 배정해 주고 남정네들은 단체방으로 정리했다.

이후엔 쓰루 가이드의 입출국 수속에 따른 브리핑이 잠시 있은 후..

 


내가 공들여 준비해 온 횟감을 회원들에게 풀었다.

아울라 미리 酒님을 모시는 건 각자의 信心에 따라 준비하라 했더니

겨우는 겨우 준비한 게 소주 4홉들이 8병 그리고 사노라면은 맥주만 두 박스다.

덤으로 초록잎새가 내놓은 뚱뎅이 맥주 두 개와 마가목을 비롯한 

각종 담근 술 4홉들이 3병이 합세했다.


회는 아주 풍부했다.

35인분을 주문했는데 40명이 먹고도 남았다.

불청객 기러기 투어에서 4명이 꼽사리를 꼈어도 남을 정도라 

이 글을 통해 횟집을 경영하시는 민지 아빠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래서 그랬나?

다들 흡족하게 배를 불리며 酒님을 향한 

信心을 발휘한 덕에 선상의 밤은 화기애애하게 깊어만 가는데.

이런 딘장~!!!

갑자기 불이 꺼지며 이젠 그만하고 디비저 주무시라는 

선사 측의 배려에 술을 많이 못하는 나야 반갑고 고마웠지만 다른 산우들은 이제 물이 올랐다.

그들이 갑판으로 자리를 옮겨 더 했는지 어쩠는지 나는 이미 초반에 떨어진 관계로 모른다.

다만 한밤중 목마름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아직까지도 酒님을 향한 광신도 한분이 

찬양가를 라이브로 공연 중이시다.

내가 슬며시 다가가 그만하시라 흔들어보니

?

이런~!!!

잠꼬대로 노랠 하시는 중이다.

그 어르신 참말로 특이하다.

벨 수 있나?

참고 그냥 자던가 디치닥 거리던가 해야지~

그런데 이 양반이 웃긴다. 

아침에 모두 일어나야 할 시각이라  주위의 부산스러움에 시끄러웠나 보다.

남 잠자는데 좀 조용히 하라 역정을 내신다.

헐~!

어쩌겠나 또 웃어야죠 뭐~



일어나자마자 나는 날씨가 걱정스러워 갑판으로 나가보니 흐리다.

자연히 선상 일출은 꽝~! 



그래도 비만 안 와도 다행이란 생각이다.

오히려 찌푸린 날이 산행엔 반가운 법.



식당으로 향한 로비...

지난밤 꽉 채웠던 좌석들이 텅~ 비었다.



금남 구역 8인실 여성방을 조심스레 노크를 하니 다들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밤 겁 없이 금남구역을 침범했던 한 사내가 있었다.

사노라면 그런 날도 있겠지만 사노라면이 진짜 그럴 줄 몰랐다.

산우들이 전날밤 마가목주와 솔잎주에 맛이 간 사노라면을 이곳에 미리 재웠다는데

아침에 술이 깬 라면말이 가관이다.

일어나 보니 검은 실루엣을 입은 웬 여자가 왔다 갔다 하길래 

상황판단이 안된 라면은 웬 맛이 간 여자가 남자방에 저런 옷차림으로 다니나 의야했단다.

ㅋㅋㅋ

그런 사노라면을 반기건 혜진 낭자였다.

그녀는 다른 여자가 근접 못하게 지키며 꿈결 같은 밤을 보냈다나 뭐라나?

그래 그런가?

혜진 낭자의 얼굴엔 화색이 돈다.



여객선은 후쿠오카의 하카타항엔 입항을 끝냈지만 

출입국 관리직원이 출근을 해야 입국수속을 할 수 있어 대기 중이다.



오늘 조식은 미역국이라 속풀이로 괜찮다.

밥과 국 반찬 모두 무한 리필이라 나는 국을 두 그릇이나 뚝딱 해 치웠다.



아침을 먹고도 더 기다림이 있은 후...



드디어 입국 수속이 시작된다.



아이고~!!!

그런데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겨~?

그래도 오늘은 아주 적은 인원이란다.



입국 수속을 끝낸 후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곧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버스에선 쓰루 가이드 최 희정양이 썰을 푼다.

그녀는 성 뒤에 상을 붙여 불러 주는 게 예의라며 일정 내내 최상으로 불러 달랜다.

그녀가 가이드로서 최상일지 최하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느낌은 좋다.

최상의 가이드를 만난 것 같던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녀는 일정 내내 특유의 끈질긴 입심으로 우리 모두를 만족시켜 주었다.



구주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버스 기사는 칼 같이 규정 속도를 준수한다. 

그래서 겨우달려가 운전했음 1시간도 안될 거리를 2시간 넘게 걸렸다.



그래도 한차레 몸 물을 빼러 휴게소를 들리니 할 짓은 다 한다.



그렇게 도착한 구주산 마키노토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는데

흐이구~!!!

내가 그렇게 염려했던 비가 내린다.

우린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주차장에 도착했으나 선 듯 내려서긴 쉽지 않다.

아~!

나는 어떡하라고~?



나의 산우들은 그러나 이런 비쯤은 개의치 않았다.

일부 몆 명만이 망설이고 있어 부득이 관광팀과 트래킹으로 나누어 진행시켰는데...



전국 등산 중앙 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던 

구의 클럽 강 회장님은 산전수전 다 겪어본 베테랑 산꾼이시다.

이곳 지리 또한 손금 보듯 훤한 지라 선등으로 산우들을 이끌어 주신 덕에 난 후미를 맡았다.



시멘트길이 끝나고 흙길의 등로를 만나자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그러자 비가 더 세차게 내린다.

등로는 이미 물이 넘쳐 작은 또랑으로 변했다.

아이고~ 정말로 아깝다.

지금 가뭄에 시달리는 한반도나 뿌려주면 을매나 좋을꼬....

우리의 조국 한국의 온 산하는 지금 바싹 말라 다 타 들어가는 중이다.

그래서 올해 수확한 감자는 조려서 반찬으로 먹기에 딱 좋은 조막만 한 크기인데

양파 또한 무늬만 양파로 스몰 사이즈가 현실인데 웃기는 건 우리의 각하님 말씀이다.

4대 강 완성으로 이제 홍수는 물론 가뭄에서 완전 해결 됐다나 뭐라나?

하긴 파란 집에서 풍기는 썩은내가 진동을 한지가 언제인데 쥐박기는 자신이

하늘 아래 젤 깨끗한 집안이라 떠드니 할 말이 없다.



산하엔 아무것도 볼 순 없어도 느낄 수는 있다.

참으로 멋진 등로 라는 거...



악전고투 속에 도착한 대피소...

다들 그래도 먹고는 살것다고 차갑게 식은 도시락으로 배를 채운다.

마눌 초록잎새는 도시락이 싫다며 빵을 달랜다.

회장님이 먹으라고 내 준 캔맥주도 이젠 엄습한 추위에 도로 내 배낭 속으로 

들어가고 마눌의 도시락과 먹다 남은 도시락 쓰레기까지 합류하자 내 배낭은 더 무거워진다.

딘장~!!!



악천후라 안전을 위해 계획된 코스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때맞춰 강 회장님이 먼저 내게 어떨 할지 의향을 물어보신다.

당연 안전이 우선이다.

정상을 찍고 되돌아 나와 나카다케(중악)를 향하다 

오이케(연못)만 보고 되돌아 내려와 원점휘귀 산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피소에서 능선을 향한다.

그러다 만난 나카다케와의 갈림길에서 우린 구주산을 향했다.



잠시 이어진 너덜길을 올라서자.



이정목이 바로 이곳이 해발 1787m의 구주산임을 알린다.

그 멀고 먼 길을 우리가 찾아왔건만 반겨 주는 건 안개와 뿌려대는 빗줄기라

야속함과 함께 서운함이 왈칵 밀려든다.

그래도 우리의 산우들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나름 괜찮지 않냐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준다.

일단 올랐으니 우린 정상증명사진을 먼저 남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터지는 탄성.

하늘이 열렸단다.

난 못 봤는데?

한순간에 열렸다 닫힌 조망에 감동받은 산우들...

아마도 착한 심성에 하늘도 감동했나 보다.

그럼 난 못된 넘이라고 금세 닫아 버린겨 뭐여~!



대장님이 못 봤응께 다시 하늘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자는 산우님들...

흐미~!

지둘릴걸 지둘려라 이 눔 덜아~



곧바로 전원 하산하라 명을 내리자 산우님들 금세 발길을 돌린다.



능선 갈림길을 만나 중악이란 이정표를 향해 얼마쯤 진행을 하자.

햐~!!!

산중에 이런 거대한 호수라니?

순간 백두산 천지를 본 듯한 감동이 밀려든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또다시 밀려든 짙은 운무가 호수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처음 산행을 시작한 마키노트로 향한 길에선 세찬 비바람을 맞았다.

순간 얼굴이 다 따갑다.

처음엔 싸락눈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건 강풍에 날린 빗방울였다.

자칫 잘못하면 몸의 중심을 잃을 수도 있는 강품을 온몸으로 견디며 우린 하산을 서둔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자 싱그러움이 

물씬 풍겨 난 초원에선 청아한 노고지리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느새 발길이 1503m 구츠가케산에 이른다.

올라올 땐 쏟아지던 빗줄기에 고개를 땅으로 처박고 오느라 이곳을 그냥 스쳐 지났다.

사노라면 왈~

형님~!

아까 우리가 이곳으로 올라온 거 맞아~?

난 이런 거 못 봤는데...



마키노토에서 올라서면 젤 먼저 반겨준 게 정자의 쉼터인데

아마도 저곳에서 내려보는 풍광은 정말 멋질 거다.






드디어 우린 처음 산행을 시작했던 마키노토 등산로 입구의 매점에서 구주산 산행을 끝낸다.

오늘은 빤스까지 축축하게 젖어버린 우중 산행이다.

그래도 나름 아주 재미있었다 말해 주는 산우들이 정말로 고맙다.

자칫 잘 못 하면 짜증으로 일관했을 우중산행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나의 산우들은 그걸 오히려 즐겼다

난 그런 산우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관광팀은 유후인 온천지구를 다녀와 트래킹팀과 만나 벳부역사 앞에 위치한 호텔로 향했다.



도착한 호텔에선 온천욕을 먼저 즐긴 후 저녁만찬을 즐겼다.

식사는 호텔식이라 깔끔하고 정갈한 게 맘에 든다.

이후 강 회장님과 단둘이 밀담(?)을 나누고 있는 꼴을 못 봐준 산우님들에 이끌려 들어선 방안.

이궁~!!!

징그런 넘들...

그날밤 사노라면은 맥주를 사다 나르느라

풀방개처럼 점빵문이 닫힐 때까지 수없이 드나들어야 했다.

한편...

58 멍 개시끼 형님들은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공구리 

형님을 따라 하카타 시내를 접수했다는 전설이 뿌연 안갯속을 흘러 흘러 전해지고 

있다 카더라는 유언비어가 그날밤부터 퍼졌다.

 


다음날 아침...

이제부턴 관광모드 다.

벳부역사엔 전차들이 바삐 운행되는 시각인데



누가 안 온겨~?

우리 팀들은 다 왔는데...

한참 후 우리 팀에 꼽사리로 껴 준 기러기 투어팀이 뒤늦게 들어선다.

약속시간 칼같이 지켜 달라던 가이드 최상의 고운 얼굴이 찌프러진다.

우리 팀은 빠진 분 없죠?

그러자 우리 팀의 58 멍멍이 형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우린 조폭만 확인하면 다 온겨~!

ㅋㅋㅋ

그런데 닉네임 조폭님은 이름값도 못한다.

그 말을 뻔히 듣으면서 그냥~ 해롱해롱 웃는 건 뭐여~?



모든 인원이 승차 후 호텔을 등진다.

그러자 버스가 떠날 때까지 우릴 향해 태극기를 흔들며 환송해 주던 여인이 있었다.

바로 이곳 호텔 사장님이다.

그녀의 서비스 정신이 대단하다.

저런 대접을 받고 나니 우리가 최상의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팍~!



버스가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여기서 쓰루가이드 최상의 시시콜콜 개인사 스토리가 

펼쳐진 덕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던 이동시간이 감동의 파고를 넘나드는 사이...



감정정리를 위해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몸무게도 줄이고 상품도 귀경하면서




다시 또 달리고 달려간 시내 한복판에 우리 팀을 풀어놓았다.

그곳이 어디?

흐미~!!

면세점이다.

내가 젤 싫어하는 곳...

나한테 충분히 세뇌를 당한 마눌님 초록잎새는 다행히 지갑을 열지 못했다.



면세점을 미리 나온 우리들은 더러운 눔의 나라엔 항문도 신으로 모시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학문의 신을 모신 곳이란다.

그곳을 귀경하러 간다.



그러다 또 길거리 상점에 눈이 팔린 우리 산우들...

그란디 우짠다~?

여그가 면세점 보다 물건값이 더 싸다 카네...



드디어...

짜잔~!!!

태자부 천만궁 입구로 들어선다.

여긴 9세기경 시인이며 학자였던 스기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사당이다.

들리는 썰에 의하면 스기와라 미치자네는 백제의 왕인 후손으로 보면 정확하다.

스기와라 미치자네...

이름 참 묘하다.

스기가 뭔데 와라 하는지 그리고 또 뭘 미치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태자부 천만궁 신사의 입구엔 황소 한 마리가 터억 버티고 앉아있다.

황소 앞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기념촬영을 할 정도로 붐빈다.

전설에 의하면 스기와라 미치자네가 모함으로 낙향 후 그만 화병으로 숨을 거두자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이동 중 운구하던 황소가 이곳에 이르러 꿈쩍도 않고 버티기에 이곳을 

무덤으로 정했다는데 이후부터 스기와라 미치자네를 무고했던 놈들이 씨를 말릴 정도로 

차례로 숨을 거두게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덕에 황소도 덩달아 유명하게 되었다는 썰이 

남았는데 그래서 황소의 코를 한번 만지면 천하의 꼴통머리도 신기하게 신동으로 변한다 하여 

다들 이곳에 들리면 한 번쯤은 만지고 가야만 하는 명소가 되었더란다.




태자부 천만궁의 본전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햐~!!!

조경이 죽인다.



몇 백 년은 됨직한 나무들과 그 아래 수로엔 팔뚝만 한 비단잉어가 헤엄을 친다.



그러다 문득 나의 눈길을 잡아 버린 동상이 있었다.

바로 기린상이다.

그런데 기린상의 모양새와 문양이 눈에 익다.

역사 교과서에서 보았던 고구려 고분벽화의 천마총에서 보았던 모양이다.

이 기린상은 일본의 맥주회사 상표로 쓰였단다.

어젯밤 사노라면이 사 왔던 기린 맥주맛이 생각나는 것 왜일까?



이 종이 딱지들은 꼴통머리 좋아지게 해 달라는 축원문을 걸어 둔 것.

많다...

그래 그런가?

일본엔 반성할 줄 모르는 꼴통 보수세력이 아주 많음을 요것이 증명하고 있다.



학문의 신을 알현하려면 먼저 이곳에서 왼손 오른손을 씻고 입안도 행군 뒤에나 만나야 된단다.

그래야 기도빨이 잘 받는다고...



여기가 바로 태자부 천만궁의 본관이다.

천만궁의 본전 지붕은 나무로 만들어진 거라고..

이곳에선 숱한 무리들이 줄을 지어 박수를 치더니 합장을 하고 축원을 한다.



본관에선 악사들의 풍악이 울리며 의례 행사 중이다.



되돌아 나오며 바라본 풍광...

종이딱지처럼 소원성취 기원문을 걸어 둔 것이라고...



지금껏 나 홀로 돌아다니다 이제야 막 들어온 우리 일행과 만났다.

그래서 만난 김에 기린상에서 기념사진 먼저 한방...



그런데 형님.

그거 만지작 거리면 우쩌자는 겨~?

그걸 세워 놓음 책임질 수 있어~?

햐간에 못 말리는 형님이다.



요넘은 또 뭐냐?

지구는 내 손아래 있다 호령하는 저 넘이 해태상?

나도 모르겠다.



관광을 끝내고 돌아 나오던 길...

스기와라 미치자네가 귀양 올 때 그가 살던 교토의 매화가 

규슈까지 날아와 피었다는 썰과 함께 식음을 전폐하여 목숨이 위태로울 때 

매실로 만든 떡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전설덕에 매화 가지떡 (우메가에 모찌)은 이곳의 특산품이 됐다.

이걸 먹으면 3대가 모든 시험에 합격을 한다 해서 합격떡이라고...



오지랖이 태평양보다 넓은 사노라면은 지난밤 맥주를 사느라 지폐는 다 쓰고 

거스름돈으로 남긴 동전으로 산우들에게 또 우메가이 모치를 사 먹이려고 동전을 헤아리고 있다.

덕분에 얻어먹은 우메가에 모치는 너무 달아~



일본 내 모든 일정을 끝내고 하카타항의 터미널에 도착하자 벌써 마음은 고향을 향한다.



일본을 떠나기 전 뭔 꽃인진 몰라도 이뻐서 단체 사진 한방..



그리고 덤으로 사진 하나 더.

다음카페 (산장나눔터)의 분위기 메이커 라면과 달려 부부도 박았다.



출국 수속 후 선실의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던 중

창밖을 바라보니 우리를 태운 카멜리아호는 이미 하카타항을 밀어내고 있다.



그러자 어느덧 후쿠오카 돔과 타워도 이내 사라졌다.



선실 숙소는 강 회장님이 특별히 산찾사 수고했다며 우리 부부에게 2인 1실을 내줬다.

그런데...

수고는 무슨 수고...

인솔자로 이번처럼 꽁으로 먹은 건 솔직히 처음이다.

그래서 다인실이 불편할 수도 있을 여성회원들께 방을 내준 산찾사는...



2인 1실에 입실했었음을 증명하는 셀카를 한방 날려준 뒤...



요렇게 두발을 쭈~욱 뻗어 주시곤 휴식에 든 곳이 식당 앞 휴게실인데

 


그런 나를 갑자기 산우들이 에워싼다.

왜 그려~?



대장님이라고 나를 좋아해서 찾아온 줄 알았더니...

착각은 자유란 걸 또 실감한다.

다들 방을 나온 건 쩌~그 보이는 대마도를 보기 위해서다.

일본보다 지리적으로 한국에 더 가까운 대마도 땅...

저것도 분명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땐 우리 땅이 분명하다.

우이씨~!!

바라볼 수 록 아깝다.



대마도가 지나자 잠시의 무료함을 일소시킨 북극곰님의 

구수한 구라가 섞인 썰이 큰 곰님의 빈자리를 틈 타 아주 물이 올랐고 신이 났다.



그러다가 악동 같은 산우들께 우리 부부가 된통 걸렸다.

까이거 죽은 놈 소원도 들어준다 카는디 뭐~

그까이 뽀뽀해 라며 연호를 하는 산우님들을 위해 기꺼이 우린....



흐이구...

맘에 안 든다고 다시 하란다.



이번엔 쬠 찐하고 거시기하게 19금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런 라이브가 잼 나긴 한겨~?

이상한 산우들여~!!!



다시 선실 안...

바커스님은 손자에게 줄 선물을 구입한 게 아주 흡족하다.

입이 아예 귀에 걸렸다.

손자가 귀여우니 장난감 인형도 미치게 이쁜가 보다.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게 아주 푼수 영감 다 됐다.

ㅋㅋㅋ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를 기약하며 부산 국제 여객선 터미널에서

전국구의 산찾사 산우들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제 갈길을 가기로...




간단하게 저녁식사 후...

붉은 노을아래 부산역 광장에서 다들 떠나보내고 남은 우린  

대전을 향하는 ktx를 기다리며 2박 3일 일본 구주산 트래킹의 긴 여정을 정리한다.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 주신 산우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산찾사. 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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