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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Apr 06. 2024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트래킹 (후편)

(킬리만자로 정상에 표범이 없더라)

산행지 : 아프리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산행일 : 2012.7.05(목)~14(토) 8박 10일

누구랑 : 다음카페 (산장 나눔터) 회원 10명

어떻게 : 마랑구(코카콜라) 루트.....(총 산행 거리 74.6 km)


-제4일 차 : 2012년 7월 08일 일요일 (맑음)-

☞ 만다라 산장 조식 : 06:30

☞ 만다라 산장 출발 : 07:50

☞ 중식 : 11:45~12:10

☞ 호롬보 산장 도착 : 14:10

☞ 호롬보 산장 석식 : 17:30

☞ 만다라 산장 ~ 호롬보 산장 : 11.6 km -----> (산행시간 6:20 소요)


(마랑구 루트 개념도)


           (만다라 산장에서 호롬보 산장까지의 고도표)

  

이른 아침 6시....

티 타임이라며 요리사 보조들이  뜨거운 물과 차를 가져온다.

킬리만자로 커피를 마시는 걸로 새벽을 연다.

이후...

세수하라 내온 따스한 물의 양으론 답답하여

화장실 옆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로 아예 머리까지 감으니 머리통이 얼얼한 게 정신이 번쩍 든다.

시간에 맞춰 요리사들이 차려준 조반을 간단하게 들고 도시락을 챙겨

배낭에 넣고 다 함께 호롬보 산장을 출발했다.


 

  

찬란한 아침 아기 햇살을 받으며

마지막 열대우림 지역을 통과하는데 하늘을 보니

아직도 달은 서쪽나라 반도 못 간 하늘 중천에 외롭게 떠 있다.

적도에 가까운 지리적 영향으로 달님은 항상 저렇게 해님과 조우를 하게 된단다.  

  

고도를 높일수록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며

식생들의 종류도 확연히 달라짐에 본격적인 관목지대로 들어섬을 알 수 있다.

   

오름길에서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그간엔 주로 서양인들만 만났었는데 한눈에 봐도 한국인이다.

혹 일본인 아닐까 했는데 먼저 한국말로 말을 건네오신 분들은 춘천에서 오셨다는 노익장들...

65세를 넘겼다는 친구 두 분이서 킬리만자로를 오셨다는데

일정상 고도적응없이 정상공격을 한 탓인지 고소에 굴복당해 도중 하산을 하셨단다.

국내 산행 경험도 아주 풍부하신 산전수전 다 겪어보신 분들이라 많은

아쉬움을 않고 하산 중이라 안타까웠다.

 

  

마랑구 산장을 뒤로하며

작은 둔덕을 넘어서자 관목지대가 펼쳐지며

좌측엔 흰 눈을 이고 있는 킬리만자로의 정상이 우측엔 마웬지봉이 서로 마주한 모습이 보인다.

오늘의 일정이 여유롭다.

일찍 호롬보 산장에 도착해 봐야 특별히 할 일도 없어

풍광이 좋은 곳이면 마음껏 해찰을 떨며 천천히 걷기로 했다.

  

첫 휴식...

초원지대엔 각종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종류도 갖가지...

그러나 버벅대는 고물 하드를 장착한 산찾사의 메모리 성능은

그마저도 고소를 맞아 무용지물이 됨으로 캡틴 가이드 콜맨이 일일이 집어주며

설명을 했으나 남아있는 기억은 전혀 없고 사진 몇 점만 남았다.

 

 

 

  

캡틴 가이드 콜맨.

32살 먹은 노총각인데 듬직하다.

ROTC 장교 출신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콜맨은 첫날부터 내가 선물로 준 모자를 쓰고 만족스러워한다.


  

산허리를 가르며 길게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걷노라면 마치 우린 하늘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발아래 저 아래는 그야말로 구름바다가 펼쳐지니 누구든 그런 느낌이 들 거다.

그렇게 걷다가 만난 조망처의 쉼터...

먼저 도착한 요리사들이 쉼터 의자를 선점해 티 테이블을 차려놓고 우릴 기다린다.

부지런한 포터와 요리사들 덕분에 우린 산상에서 구름바다를 내려보며 감미로운 차를 음미한다.

잉크를 풀어놓은 듯 파아란 하늘 아래서 넘실대는 구름 위에 앉아 차를 마시는 기분...

행복하지 않은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간다 하니

모두들 쌩고생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할 거다.

그런데 우린...

초가을의 기분이 느껴지는 상쾌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눈부신 비경을 바라보며

차를 음미하고 있다면 누가 믿을까?


  

한잔의 차를 음미 후...

때가 됐으니 도시락을 풀어 점심까지 먹기로 했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배를 굶주린 까마귀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먹을 것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의 까마귀들은 트래커들에게 얻어먹던 버릇이 있어 그런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우리의 뒤를 따라 올라서던 일행들...

쉼터 자리를 선점한 우리들로 인해 그네들은 땅바닥에 주저 않아 점심식사를 한다.

인솔교사 두 명이서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이곳까지 온 이들은 북유럽 핀란드에서 왔다고 했등가?

대략 고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굳이 외국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육과정에 이런 형태의

국내 명산트래킹 하나쯤 이수 과목으로 정해주면 아마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왕따 문화는 사라질 거다.

단체로 야영과 숙식을 해결해 가며 며칠간 공동생활을 경험하는 트래킹을 하다 보면

잘난 놈 못난 놈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만 하는 공동체의 삶을 이해할 수도 있고

더불어 봉사와 나눔의 미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식사 후 이어진 걸음...

마웬지봉을 올려다보며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완만한 고개 중턱에 닿게 되는데...

그 고개 아래가 바로 호롬보 산장이다.

갖은 해찰을 떨며 걸어도 어쩔 수 없이 호롬보 산장은 느닷없이 우릴 맞아 준다.


  

산장이 코앞인지라

풍광이 좋은 이 언덕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시간을 죽이다가.


 


산장으로 향하는데...

산장 옆 협곡엔 특이하게 생긴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 이름은 시네시오 킬리만자로라고...


  

이곳은 호롬보 산장이며

고도가 3720M 란 명패가 먼저 우릴 맞아준다.


  

도착하는 산장마다 거쳐야 하는 의례절차.

각자 일일이 신상명세 기록과 자필 사인을 해야만 입실을 허용한다.




우리가 배정받은 산장.

한동엔 전체인원 12명이 묵을 수 있는데

그중 반을 갈라 6명이 한쪽씩 써야 됨으로 반대편으로 4명을 보냈는데

다른 팀이 2명이 더 들어와야 하는데 다행히 그날 추가된

인원이 없어 반대편은 4명만 산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의 일정은 끝.

오늘 여기로 오면서 우리 한테는 너무나 반가운 동행이 있었다.

아프리카로 유학을 왔다는 대학원생 두 명이 그들이다.

귀국을 한 달 앞두고 킬리만자로 등정을 하기로 했다는 기특한 학생들은

비용과 일정을 생각해 오늘 중으로 고소적응 없이 바로 키보산장까지 걸어가

내일 새벽 정상공격을 감행하기로 했단다.

우린 그네들의 정상등정 성공을 빌어주며  숙소 앞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이별을 했다.


  

짐을 풀어 숙소 침상을 정리 후....

갈아입을 옷을 들고 계곡을 향했다.

오늘까지는 뭐~

이 정도쯤은 괜찮으리란 생각에 계곡물에 알탕을 했다.

햇살은 따가운데 계곡물은 생각보다 훨~ 차가웠다.

오소소 돋는 소름에 얼른 옷을 갈아입자 개운함에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다른 사람은 이쯤의 고도에서 이미 고산의 증세로 앉아다 일어서면

머리통이 띵~ 하고 어질어질하다 하는데 난 전혀 그런 증세를

느낄 수 없어 알탕을 감행한 거다.

다만...

소화기관이 약해 그것만 조심하면 될 뿐이다.

이후...

할 일이 없어 호롬보 산장 주위를 배회하다

주간 친선게임 윷놀이 판을 벌렸다.

역시 팀은 1층침상 : 2층침상.

결과?

ㅋㅋㅋ

내기를 해야만 2층 침상은 승부에 강한 팀이란 걸 노출시킨다.

형편없는 성적으로 1층팀의 완승....

우리의 윷놀이가 외국인의 관심을 끈다.

영어회화가 좀 되는 구름님이 그런 외국인에게

열심히 윷놀이 규칙과 방법을 설명 후 함께 놀기로 했다.

이번엔 차이나팀 : 에스파냐팀의 대결.

결과는 막상막하의 대결 끝에 가까스로 에스파냐팀의 승리.

마지막으로...

우리 팀과 외국팀 대결이 벌어졌는데 우린 일부러 져 주기로 합의가 됐다.

그런데..

이런~!!

그것도 맘대로 안된다.

결과는 싱겁게 우리의 한판승으로 끝이 났다.

그날밤...

1달러 내기 윷놀이로 호롬보 산장의 한밤은 시끌벅적했다.

결과?

아웅~!!!

신경질 난다.

2층 침상팀 증말루 내기엔 완죤 목숨을 걸었는지 양보도 없고 일말에 양심도 없다.

싹쓸이 승패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

ㅋㅋㅋㅋ  


  

-제5일 차 : 2012년 7월 09일 월요일  맑음-☞

( 고소적응훈련 : 호롬보~제브라 록 8.4KM )

☞ 호롬보 산장 기상 : 06:00

☞ ZEBRA ROCKS 고소적응 훈련 : 09:10

☞ KIBO PATH : 11:30

☞ 호롬보 산장 귀환 : 12:30  

한밤...

잠에서 깨어 밖을 나가보니 역시 별들의 잔치가...

오소소 소름이 돋아날 만큼 추위가 엄습해도 개의치 않고 호롬보 산장의 뜰을 서성댄다.

내가 또 언제 이런 풍광을 다시 보랴~

야경을 담을 수 있는 내공을 갖추지 못한 사진술이

원망스러운 그런 아름다운 밤은 그렇게 흘러만 간다.

그러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새벽 일출의 기대로 저절로 눈이 떠진다.

부리나케 옷을 입고 밖을 나가보니 붉게 타오르는 곳이 산기슭에 가렸다.

다만 그 잔영으로 붉게 물든 띠가 호롬보 산장 아래

구름바다 위로 길게 선을 그려 넣었는데 정말 이쁘다.  


  

산기슭에 가려

일출의 모습은 볼 수 없어도 이미 해는 떴나 보다.

아침 아기 햇살을 담뿍 받은 킬리만자로 산정이 빛을 내고 있다.



새벽녘 숙소 앞.

기온차가 무지하게 심하다.

해가 뜨기 전 기온은 영하로 겁나게 춥다.

그런데...

우리 숙소 앞동의 외국 여학생들은 웬일인지 맨다리에 짧은 팬티 차림이다.

북유럽은 이런 기온에 익숙한가 보다.

우린 추워 디지겠는데...



호롬보 산장의 하루는

구름 위에서 시작하여 구름 위에서 끝이 난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구름바다는 오후까지 지속되는데 아무리

그렇다 한들 우린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오늘은 할 일 없다.

다만 고소 적응을 위해 마웬지봉 갈림길까지 다녀오면 된다.

고도를 4200M까지 올려 신체가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일이 오늘의 목적이요 과업이다.

고소적응 훈련으로

제브라 록까지 걷는 길을 나서야 하는 차림새를 꾸린다.

한여름 마라톤 출전에도 바르지 않던 선크림을 얼굴 여기저기 덕지덕지 칠을 하고

청남대 울트라 출전 때 받았던 햇빛 가리개로 무장을 한 완벽 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호롬보 산장을 떠나자마자 만나는

이정표의 안내를 받아 제브라 록으로 방향을 잡는다.


  


걷다가 만난 돌탑군의 둔덕에 올라 다 함께 파이팅으로 전의 다지고...


  

구름도 넘지 못하고 걸려든

마웬지봉을 쳐다보며 우린 뽈레 뽈레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만난 시네시오 나무 군락지....

그 풍광이 너무 이색적이고 아름다워 디카에

먼저 담고 싶은 욕심에 그곳을 향해 뛰어든 산찾사.

이궁~!!!

습지였다.

그래서 한쪽 발이 쑤욱~

얼른 수습을 하고 보니 이미 등산화와 함께 양말까지 홈빡 젖어버린 상태.

그걸 본 산우들이 겁을 먹고 접근을 못한다.

위험한 길이란 걸 대장이 몸소 시범을 보여준 사건였다.


 

  

등로옆...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피었다.


 

  

제브라록 갈림길에서 방향을 튼다.


  

제브라 록....

일명 저 바위가 얼룩말 바위란다.

바위의 생김새보다는 색상이 얼룩무늬라 그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얼룩말 바위 위에 올라서자

킬리만자로가 바로 코앞으로 달려든다.

국내산 같음 한달음에 올라설 것 같은 야트막한 야산 정도로 낮아 보이고 만만해 뵌다.

너 요 녀석 기다려라 내일이면 우리가 접수한다.

킬리만자로와 마주하고 있는 마웬지봉은 더 가깝다.

1912년 독일 지리학자 프리츠 클루테가 최초 등정을 했다고 한다.

마웬지봉을 멀리서 보면 안부사이로 등로가 훤히 보인다.

콜맨에게 저게 길이냐 물어보니 그건 길이 아니라 워터 로드라고 일러준다.

등로가 아니라 비 올 때 계곡처럼 물이 흘러내리는 길이란 뜻으로 이해가 되는데

콜맨의 설명으론 올라가지 못한다고...

왜?

설명은 들었어도 학창 시절 영어시간 땡땡이를 친 탓에 알아듣질 못하겠다.

우야튼...

결론은 못 간다가 정답이다.

우리의 뒤를 이어 외국인들이 따라붙었다.

이런 곳에 오면 트래커는 누구나가 다 친숙한 친구가 된다.

함께 사진을 찍자 하니 그네들이 더 좋아한다.


  

사실...

우린 서양 남정네는 관심 밖이다.

그래서..

관심 집중의 글래머 여인에게 유어~ 할리우드 무비 스타라며

추겨 꼬실 린 뒤에 무비스타란 말에 그만 껌벅 디 집어지며 좋아 디질라구 하는 여인네들을 모셔 놓았더니

딘장~!

차린 밥상에 덥석 숟가락을 얻어 놓은 건 내가 아닌 검프 님과 블루님이다.

검프 님과 블루님 아주 좋아 디진다.

저 사진을 사모님들이 보면 뭐랄까 궁금하다.


  

그런데...

서양의 남정네 하나가 검프 님께 대시를 한다.

저너머 호모 아녀~?

ㅋㅋㅋ

검프 님이 입고 있는 재킷과 목에 두른 버프를 보고.

그네들 부부도 사하라 마라톤에 참가했다며 반가움을 표한 거다.

그래서 또 사하라팀 기념사진 한 장을 남겼다.


 

 



  

얼룩말 바위 능선을 내려서자

호롬보 산장에서 키보산장을 향한 등로와 만난다.

마웬지봉이 가지 친 능선이 내려앉은 고개 하나를 올랐다

반대편으로 내려 호롬보 산장으로 돌아오는 원점 희귀 코스를

걷는 거로 오늘의 고소적응 훈련을 끝낸다.

걸어 내려오며 바라보는 산정의 풍광이 아름답다.

끝없이 펼쳐진 발아래의 구름바다.

그리고..

이국적인 풍광이 물씬 풍겨 나는 시네시오 나무의 군락과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조화를 이룬 킬리만자로의 산정이 한 폭의 그림이다.


 

 

 

호롬보 산정의 밤이 깊어간다.

또다시 벌어진 1달러 내기 윷놀이는

약간의 규칙을 수정 3선 2승 제로 4판의 승부를 벌였는데...

역시..

우리의 후배 김강호의 신기에 눌려 1층 침상팀은

3:1 완패를 당함으로 이후론 아예 킬리만자로에선 윷놀이판을 접어 버렸음을 밝힌다.  



- 제6일 차 : 2012년 7월 10일 화요일 (맑음) -

( 호롬보 산장 ~ 키보산장 : 9.2KM ----> 산행시간 : 6:35 )

☞ 호롬보 산장 출발 : 07:40

☞ MAWENGE RIDGE 1350 FEET 휴식 : 10:15~10:29

☞ 중식 : 12:30~13:00

☞ 키보산장 도착 : 14:15



이틀밤을 지낸 호롬보 산장을 떠나야 할 시각...

그리 일찍 서둘 것도 없을 법 한데 콜맨은 일찍 나서길 원한다.

하긴...

키보 산장에 일찍 도착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새벽 일찍 정상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아쉽지만...

구름 위의 산장 호롬보 산장을 뒤로 우린 키보산장을 향했다.


  

오늘도 서둘 것 없는 느린 걸음을 추구한다.

키보산장에 도착할 쯤엔 아마도 우리 일행 중엔 고소의 고통을 호소할 산우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첫 쉼터...

라스트 워터 포인트에 이른다.


  

이곳 쉼터 의자에 앉아 간식을 내어놓자.

우리나라 참새쯤 되어 보이는 새들이 몰려든다.

발밑에 빵 부스러기를 놓아주자 열심히 쪼아 먹는 새들이 앙증맞다.


  

다시 이어지는 발걸음...

고도를 높여갈수록 야생화 만발한 초원지대는 끝나고

고개 하나를 넘기자 그야말로 황무지 허허벌판이 우리를 맞아 준다.


 


좌측엔 킬리만자로

우측엔 마웬지봉 사이를 가르며 황무지길은 길게 길게

그리고 아주 완만하게 고도를 높여갈 수 록 우리의 산우들 자신조차 알게 모르게 지쳐가는 데...

  

의지와 집념의 사나이 검프 님도

걷는 꼬락서니를 보노라면 분명 고산의 강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니마~!"

"뭐 혀~!! 언능 따라붙으라~"



지금껏 진행하며 산행대장으로

통제를 않는 자율에 맡겨오던 스타일에 변화를 줄 때가 온 걸 직감한다.

국내 산행 시 속보 스타일에 익숙해진 한병택 님이 자꾸만 선두의 산행 가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급기야 그 앞을 치고 나가는 행태를 반복한다.

전원 정지.

한병택 님을 맨 뒤로 쫓아 보낸 후.

제일 저질 체력이라 생각되는 바위솔님을 앞세우고 그 뒤를 이어 순서를 정해주곤

절대 앞사람 추월은 용납 못하며 이 스타일 그대로 내일 정상 공격까지 진행할 것임을 선언했다.  

  


호롬보로 내려가는 사람들....

한눈에 봐도 행복에 겨운 어여쁜 두 여성의 트래커를 만났다.

어제 새벽 정상 등정에 성공했단다.


  

그녀의 축원과 기를 받는 악수와 기념촬영 후....


   

또다시 이어지는 걸음....

황량한 벌판에 내리쬐는 직사광선이 따갑고

간간히 불어 제키는 바람에 날리는 먼지 속에 입안이 마르고 까끌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조용하게 이어지던 대열에 소란스럼이 감지된다.

"국내 산행경험도 많다더니 재 왜 저래?"

상황파악을 못한 내가 당황스럽다.

알아보니....

거지새끼 서너 마리를 뱃속에 거느린 벵이리가 투정을 부렸다.

이 길은 누구나가 초행인 관계로 모든 진행을 현지 가이드에게 일임 한 관계로

어디서 몇 시쯤 점심을 먹어야 할지 모르니 중간중간 알아서들 배고프면 간식으로 채우라 했는데...

사실..

먼지 구덩이 속을 걸으며 간식을 하기엔 환경이 열악하니 간식 섭취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걸 미리 알아서 잠시 휴식을 주며 간식타임을 줬어야 했는데 진행자의 실수다.

그리고...

벵이리의  그런 고통을 이해하는 친구는 나 외엔 없다.

저 녀석...

히말라야 고산정복도 가능한 전천후 신체를 소유했으나

아킬레스건은 단 하나 뱃속 순대만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득 채워줘야 한다.

저 녀석의 그런 특성을 모르는 산우들이 뒤에서 비난하는 소리를 직장의 유일한 내 친구넘이라 솔직히 난 더 싫었다.

그래서 내 맘과 다르게 그 넘게 싫은 소리를 내 지르자 벵이리는 다행히 그냥 꼬리를 내린다.  



그런데...

이번엔 젤 뒤로 보낸 한병택 님이 끝없이 중얼중얼 시끄럽다.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원활하지 않으니 약간 맛이 갔나?

그런 한병택 님을 검프 님이 책임지고 추슬러 갈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킨다.

우야튼 저것도 전형적인 고소증세의 일종이다.

키보 산장을 앞두고 염려스러운 일이 하나 둘 발생됨에 갑자기 가슴이 무거워진다.

  


키보 산장을 앞두고 쉼터를 만났다.

캡틴 콜맨이 여기서 점심을 먹으라 손짓 발짓....

 


점심 식사 중에

반갑고 자랑스러우며 대견스러운 우리 대한의 아들을 만났다.

어제 헤어진 대학원생이다.

고소적응 없이 그냥 곧바로 정상 공격을 감행한 청년은 킬리만자로 최고봉인 우후르 픽크 등정에 성공했단다.

햐~!!

대단한 청춘들이다.


   

대학원생과 헤어진 후...

정해진 순번 대열을 유지하며 느린 걸음으로 우린 키보산장을 마침내 들어섰다.

우리는 호롬보에서 키보까지 9.2km의 거리를 6시간 35분에 주파했다.


   

키보 산장 역시 다른 산장과 마찬가지로

각자 본인들 신상명세와 자필 싸인으로 입실을 허가받은 뒤...

 

 

다른 산장과 달리

콘크리트로 된 산장을 배정받아 입실을 했는데...



우리가 배정받은 산장의 내부는 역시 2층 침상의 구조다.

이번엔 내 침상을 2층으로 정했는데...

2층 침상 구조가 잠자리 험한 넘이면 뇌진탕으로 그냥 즉사하기 딱이다.

ㅋㅋㅋㅋ



따스한 차 한잔씩 마신 뒤 각자 자유시간...

키보 산장의 뜰을 거닐어 본다.

호롬보 산장보다 고도를 높여 그런지 옷깃에 와닿은 추위가 예사롭지 않다.

현재 여기의 고도가 4700m...

그러나 아직 현재까지 앉아다 일어서거나 급히 움직여도 어질 하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세는 물론 남들처럼 머리에 돌이 굴러간다는 그런 고통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좀 이른 저녁식사 후.....

확연한 고소증세를 보인 한병택 님이 걱정스러워

부탁하기엔 제일 만만한 구름님께 다이나목스와 아스피린을 얻어다

검프 영중이 형님께 드리며 식사 후 먹이라 이른 후 새벽 등정을 위해 이른 저녁 침상에 들어 잠을 청했다.


  

- 제7일 차 : 2012년 7월 11일 수요일 (맑음) -

(키보산장~우후르픽크~호롬보산장 : 19KM)

☞ 키보산장 출발 : 전일 23:30

☞ 길만스 포인트 : 07:00

☞ 우구르 픽크 : 08:30

☞ 키보산장 : 12:00 ~ 13:00

☞ 호롬보 산장 :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맞이한 디데이....

먼저 차 한잔으로 잠을 떨구고...

내가 한국에서 가저간 누룽지를 끓인 새벽참을 산우들께 먹였다.

전날 저녁부터...

소화기관이 약한 난 걱정스러움에

한국에서 가저간 인스턴트식품인 죽종류로 허기만 속였는데도 배고픔을 모르겠다.

역시...

새벽참은 가저간 단팥죽으로 간단하게 때우기로.

아무래도 꽉 찬 속 보다 차라리 비우고 가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예전 식탐을 못 이긴 탓에 결국은 동티베트 오지 중의 오지 야딩의 5000미터 지옥고개를 넘길 때의

그 고통을 다시 반복할 순 없어 결정한 이번일이 킬리만자로에선 반복되지 않기만을 빌어본다.

전날 23:30에 키보산장을 출발.

어둠 속에 이맛불을 밝히고 어제의 순번대로 아주 느리게 킬리만자로를 오른다.

정상까지 약 1200m를 치고 올라야 하는 힘겨운 싸움.

불안감보다는 어디서 솟아나는지 자신감이 불끈불끈 솟아난다.

오늘은...

그렇게 초롱초롱 하늘을 수놓던

별들도 자취를 감추고 달님도 구름 속에 그 모습을 숨겼다.

대신...

우리의 뒤를 따라서 기어올라오는 수많은 불빛 행열들이 정상을 향해 꾸물꾸물 기어오른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벵이리가 고통을 호소한다.

"야~"

"너 발 안 시려~?"

"난 발 시려 죽겠다 야~!"

이상하게도

남들은 손 시렵다 발 시렵다 난리인데 난 전혀 고통을 모르겠다.

선두에 선 콜맨의 리드가 돋보인다.

그는 뒷 발굽 치를 툭~툭~ 치며 등산화 반쯤의 보폭으로 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반면 그 뒤를 따르는 바위솔(김강호)은 콜맨보다 더 큰 보폭을 옮기기는 하나

아주 짧게 옮겨놓는 콜맨을 따라가기 버겁다.

바위솔에게 콜맨의 보법을 잘 보고 따라 하라 이르자

콜맨이 그런다.

깔작 깔작.

ㅋㅋㅋㅋ

욘석 누구한테 말을 배웠다 표현 하나 제대로다.

그렇다.

킬리만자로를 향한 걸음은 깔짝깔짝 걸음이 제격이다.

중간쯤 올랐을까?

그렇게 믿었던 검프 님께 후미와 함께

이미 고소에 시달리는 한병태 님을 부탁했는데 오히려 검프 님이 무너 저 내린다.

힘이 달리면 추위도 감당이 안되나 보다.

나보다 두 겹 이상은 더 입었을 것 같은데 영중이 형님이 추위에 사정없이 떤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게

수시로 간격을 체크하며 별도로 난 앞과 뒤를 왔다 갔다 하며

산우들의 상태를 살피며 진행을 시키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영중이 형님과

한병택 님에게 따로 서브가이드 한 명씩을 붙여주고 나머지 일행과 별도로 진행을 시켰다.

그러며...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영중형님께 부탁을 했다.

고산은 자존심으로 되는 게 아니니 절대로 목숨까지 걸지 말고 현명하게 판단 처신하라고...

어느덧...

길만스 포인트를 몇 미터 앞에 두고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든다.  


  

번잡스러운 길만스 포인트 보다

좀 더 한가로운 그 아래서 일출을 맞기로 하고 진행을 멈춘 우리는 일출을 기다렸다.


  

일출은 순간적으로 이뤄졌다.


  

구름층을 뚫고 올라선 강렬한 태양빛....

눈이 부셔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진다.

밝혀진 주위 풍광...

사방팔방 운무가 넘실 댄다.

우린 지금 천상에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길만스 포인트를 앞두고....

지금껏 아무 소식 없이 편안했던 속이 갑자기 울렁댄다.

아~!

이런 딘장~!!!!

대갈빡이 아픈 것도 아니고 심장이 답답한 것도 아닌데 이게 또 왜 지랄인가?

내 심장 박동수는 남들 60회 이상 뛰어야 할 때 겨우 43회면 족한 서맥을 자랑하는 강철 체력이다.

나도 남들처럼 이런 고산에 올라서면 차라리 대갈통에서 자갈 굴러간다는 고소의 고통이 어떤지 맛보고 싶다.

다만....

아~!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정말 싫다.

결굴....

킬리만자로 길만스 포인트에 올라서자마자

꾸역꾸역 내용물을 토해 내야 했다.

딘장~!

먹은 게 없어 그런지 마알간 물만 토해 놓고 나자 잠시 편안함이 찾아들긴 했는데...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풍광들....

바로 내 눈앞의 키보 분화구가 내려 보인다.


  

키보 분화구에서

올라붙은 저 언덕은 그럼 우후르 픽크가 되리라...

 

  

그러고 있는 사이 누가 내 옷깃을 잡아 챈다.

영중형님...

완죤 꼬라지가 처참하다.

100회 풀코스 마라톤은 기본.

사하라 사막 횡단 마라톤 50대 세계 1위.

칠레 아타카타 사막 마라톤 연령대 1위에 전체 순위 8위.

1 대간 9 정맥....

온갖 수식어가 모자란 철인이 킬리만자로에서 처참하게 무너지고 자존심은 구겼다.

누가 감히 저분이 저러리라 예상이나 했을까?

"용호야~'

"나 네발로 죽기를 각오하고 올라왔다~"

그렇게 말한 영중형님은

길만스 포인트만 찍고 고소의 영향으로 급히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검프 영중형님 외

전원 우후르 픽크로 향한다.

여기부터는 순서고 뭐고 없이 개인의 역량과 체력대로 각자 산행.

중간기착지 5739미터 스텔라 포인트 찍고.


  

있는 힘을 다해 올라서니

바로 우리의 목적지 우후르 픽크가 저만치서 반긴다.

 

  

이젠 다 왔다 싶었는데...

또 속이 울렁댄다.

이런~!!!

어째 꼭 정상을 앞두고 무슨 의례절차를 치르듯 이런지 모르겠다.

이번엔 먹은 게 없으니 노오란 위액이 꾸역꾸역 넘어온다.


 

우후르 픽크를 찍고 되돌아가는 길...

산찾사 완전 탈진 상태다.



그럼에도...

주위에 풍광이 아름다우니

아무리 손이 시렵고 몸이 귀찮아도 그냥 갈 수 없어

해찰을 떨며 동영상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부지런히 주워 담아본다.

 

  

무엇을 위해

이 고생 다하며 이곳에 왔는가?

나도 모르게 조용필의 킬리만자로란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킬리만자로엔

하이에나는 물론 굶어서 얼어 죽은 표범은 없었다.

다만...

내가 계획하고 꿈꿔오던 킬리만자로의 정상은

그간 선등자가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온통 눈더미 천지의 풍광과 달리

시커먼 화산재가 그대로 드러난 등로가 나를 맞아줬을뿐였고.

정상의 아이스 돔 20M의 높이는 100년 사이 85%가 녹아내렸다던데

그 진행 속도는 예상외로 더욱 빠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

킬리만자로 정상정복의 댓가로 지불해야 했던 내장의 뒤틀림은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몸이 축 깔아지는 게 탈수증까지.....



기운이 펄펄 솟아나던 저 오름길을

내려갈 땐 다 죽어서 내려가야 했다.

화산재의 미끄러운 길이 왜 그렇게 멀고 멀게 느껴지던지....  


  

겨우 키보 산장에 도착 후....

울렁대는 속 때문에 남들 식사시간에 침대에 누워있다

스틱하나만 남기고 카고백에 몽땅 쓸어 담아 포터에게 맡기고 일행보다 먼저 호롬보 산장으로 향했다.

그래도 명색이 대장인데 대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자존심 하나가 나를 지탱시켜 준 힘이 됐다.

그런데...

키보 산장을 100미터쯤 떠났을까?

스틱을 놓고 왔다.

순간 갈등.

과감히 포기한다.

그때는 정말이지 100미터를 되돌아갈 힘이 나에겐 없었다.



 - 제8일 차 :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맑음) -

(호롬보 산장 ~ 마랑구 게이트 : 19 KM)

☞ 호롬보 산장 출발 : 07:40

☞ 만다라 산장 : 10:35~10:50

☞ 마랑구 게이트 : 12:55 ~14:00

☞ 모시 도착 후 킬리만자로 커피 구입

☞ 임펠라 호텔 버스 교체 : 16:30~16:40

☞ 나망가 국경 : 18:22 ~19:30

☞ 나이로비 사파리 호텔 : 22:30  


고통스럽던 길고 긴 여정....

전날 키보에서 호롬보까지 홀로 외롭게 걸어 내려온 나는

숙소에서 씻지도 먹지도 못한 채 그대로 침낭 속을 파고들어 잠을 청했다.

잠이 보약인가?

정확히 한밤중 0:28에 눈을 떴다.

목마름....

머리맡의 수통을 들이켜니 속이 편안하다.

그럼 된 거다.

전날 저녁까지 물만 마셔도 난 죄다 반납을 해야 했었다.

한밤중 문을 열고 밖을 나갔다.

어제 새벽 킬리만자로 등정 때는 보이지도 않던 수많은 별들이 어쩐 일인가?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고 있다.

난 이 밤이 흘러가는 게 아까워 은하수 흐르는 푸른 밤의 산정을 한정 없이 거닐다 침상에 든다.

 

 


호롬보 산정을 떠나기 전 나의 모습...

얼굴은 팅팅 부었고 흰 수염이 반쯤 덮인 턱수염이 덥수룩하다.

그러나...

몸은 아주 가볍다.

회복이 내 자신이 놀랄 정도로 빠르다.

아침은 내가 한국에서 가저온 전복죽으로 간단하게...

그리고...

블루님이 고맙게 건네준 미역국 섭취가 내 몸의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킬리만자로 전원 등정의 쾌거를 이룬 우리 팀...

오늘부터는 그리운 처자식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머나먼 귀향길을 떠나야 한다.

3일 밤을 보낸 탓에 이젠 정까지 들었을법한 호롬보 산장을 떠나며

우리는 단체사진을 남기고 마랑구 게이트로 향했다.

  


역시...

구름 위를 걷는다.

올라설 때 보다 훨~ 가벼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마웬지봉아 잘 있거라~

나는 간다


  

관목지대를 접어들자 일기 변화가 심하다.

슬슬 피어 올린 운무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늘도...

트래커들의 발길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마주 스쳐 지날 때마다 서로 간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음성들은

"잠보~"  

  


만다라 산장에서 한차레 다리 쉼 후...



본격적인 열대 우림 속을 파고든다.

이슬비가 간혹 떨어지는 숲 속은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그러나...

음습함 보다는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숲 속길이다.

 

 

드디어...

마랑구 게이트 관문을 통과한다.

익살스러운 에게해님이 게이트 관문의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는 흉내를 낸다.

경주시청의 업무보다 여기가 훨씬 좋은 것 같아 가기 싫다나 뭐라나?

저런~!!!

그럼 나 행수님께 맞아 죽는데 우짤라고 저런댜~?


  

하산 완료 신고처...

일일이 개인 신상명세서 기록 후 싸인 후에....

  


정상 등정은 가이드 콜맨이 증인이 되고

그래서 완주 증명서엔 캡틴 가이드 콜맨의 싸인이 들어간다.

아울러 증명서는 개인 고유 번호가 매겨지는데 참고로 나의 완주증 넘버는 180,502번이다.

  


하산 완료 후...

우린 허접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뒤

그간 우리의 서포트팀였던 포터 요리사 서버 가이드와 이별을 했고

자라투어의 뺀질이 누루의 안내로 아루샤까지 이동을 해야 했는데....

이 누루란넘 엉뚱하다.

쓰지도 구입하지도 않은 나의 카고백 방수용 커버값을 요구한다.

물론 당연 그의 요구는 묵살당했다.

마지막 헤어지며 난 지금껏 싣었던 등산화를 벗어 필요한 포터에게 주라며

캡틴 가이드 콜맨에게 주었고 그는 고맙게 접수했으며

그 순간부터 난 시원한 맨발차림으로 샌들을 갈아 신고 집에까지 올 수 있었다.

 

 

아루샤 도착 전 모시란 도시....

자라투어 삼실이 있는 곳에서 모시란 이름의 도시에서 우린 질이 아주 좋은

킬리만자로 상표가 붙은 커피를 단체로 구입했으며 그 수고는 구름님이 대행해 주셨고

뺀질이 누루는 아루샤까지 가야 할 임무를 저 버리고 우리를 운전기사에게 맡기곤 콜맨과 함께 모시에서 총총히 사라지셨다.


  

아루샤의 임펠라 호텔...

국경을 넘나드는 허가받은 버스로 갈아타고 또다시 먼 길을 떠난다.

대륙을 관통하는 도로옆으로 올 때는 볼 수 없었던 킬리만자로가 아프리카를 떠나는 우릴 마중 나왔다.

그래..

킬리만자로여~ 너도 안녕....

  


황량한 먼지 속의 질주....


  

몇백 년 아니 몇천 년을  그대로 이어저 내려오는

전통 그대로를 고수하며 살아가는 마사이족들이 괴성을 지루며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도 보고.

  


메말라 버린 황무지에서 뭘 뜯어먹는지?

마사이족들이 키우는 가축들이 왠지 가엾어 보이는 황랑 한 벌판을 스쳐지나  

  


우린 드디어

나망가 국경에 도착 후...

  


입국절차가 어떤지

일단 디밀고 보자식이 먹혀 그런대로 수월하게

탄자니아를 벗어나 케냐의 땅에 들어 선후 또다시 달리고 달려서...

  


마지막 아프리카의 안식처에 도착은 했는데...

히유~!!!

예정도착 시각을 너무 넘겨 버렸다.

그래서...

사파리 캐츠 공연은 못 보고 야생 BBQ 파티로 굶주린 내장을 채워야 했는데.

8가지의 갖가지 야생 고기는 왜 그렇게 질긴지?

난 낙타 괴기는 씹다 씹다 그냥 뱉어 버려야 했다.

그래도...

우리들의 아프리카 마지막 밤이라 우린 킬리만자로

전원 등정을 자축하는 의미로 맥주 각 1병씩을 시켰는데 음료수와 맥주값은 별도로 계산을 해야 된다.

식사를 끝낼 때쯤 계산서를 빼온 흑인 종업원이 내민

영수증을 힐끗 쳐다본 스마일 투어의 한국인 이민수 이사란 양반 좀 보소...

머리가 전자계산기보다 빨리 돌아가는지 계산서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나더러 55불을 내란다.

탄자니아 아루샤의 임펠라 호텔에선 맥주 한 병에 3불씩 계산을 했는데

여긴 왜 이리 비싸냐 따지니 여긴 뭐~ 더 고급스러운 호텔이라 그렇다나 뭐라나?

딘장~!

생각 같아선 맥주값만 따로 계산서를 빼오라 말하고 싶은걸 억지로 참았는데

이 양반 웃긴다.

낼 아침엔 스마일 투어에서 흑인직원이

우릴 공항까지 안내할 거라며 자기 직원에게 팁 5불을 주십사 부탁한다.

한국말 못 하는 가이드는 우리도 별 쓸모가 없는데...

그냥 운전기사만 보내셩~ 하고 싶지만 마지막까지 참는 김에 더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쇼도 끝나 못 보고

식사도 부실해서 별 만족은 못했는데 특별 이벤트가 있었다.

사실 이 정도의 가창력이면 돈 받고 노래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밴드에게

10불인가를 주고 구름님이 팝송 중에 명곡 마이 웨이를 열창했다.

아프리카의 밤하늘에 펼쳐진 구름님의 열창에 객석에 있던 흑인들이 순간 디집어며 까무러치게 좋아한다.

정말 잘 부른다.

저 양반 건축일을 한다더니 직업 잘 못 택한 것 같다.

노래를 끝내고 내려오자마자

헉~!!!

구름님의 열창에 뻑~ 가버린 글래머의 흑인 여자가 구름님을 덤썩 안아 버렸다.

순간 구름님은 그녀의 거대한 가슴골에 파묻혀 황홀경을 헤맸는지는 모르겠고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숨 막혀 죽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포옹을 풀더니 이번엔 볼을 같다 마구 비벼댄다.

ㅋㅋㅋ

아마 그 모습을 구름님 사모님이 목격을 했다면 열받아 그냥 고쿠라 질 현장이 아녔나 생각된다.


  

오랜만에 숙면에 든 호텔...

이른 아침 모닝콜에 일어나자마자 부산하다.

얼른 밥 먹고 공항에 나가야 한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카지노의 대부로 알려진

전 낙원 씨가 소유주로 있는 사파리 호텔인데 호텔규모가 자그마치 6만 평이다.

호텔 규모도 규모지만 열대지방의 관엽식물로 꾸며진 인테리어가 장난이 아니다.

이건 완전 예술이다.



  

아침 뷔페식도 훌륭하고 맘에 들었다.

운전기사가 오고 우리의 짐이 실리는 사이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구름님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는 대학동창을 우연히 만난 것이다.

그 부인은 이곳에서 여행사를 한단다.


  

20년 만의 만남이라니 얼마나 반가울까?

사실 전날 저녁 도착할 때 만났었는데 너무 늦은 밤이라 오늘 다시 찾아온 거란다.

나중엔 구름님과 대학 때 알고 지냈다는 그 부인이 공항까지 찾아와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참으로 사람의 인연이란 게 무섭다.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항상 좋은 기억으로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 함을 또다시 느낀 순간이다.


 

- 제9일 차 : 2012년 7월 13일 금요일 (흐리고 비) -

☞ 사파리 호텔 : 07:50

☞ 나이로비 공항 : 08:40

☞ KE 960 : 22:30

대한항공 직항....

귀로엔 제법 손님이 그득 찼다.

그래서...

당연 올 때보다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13시간을 견뎌야 한다.


  

설핏 잠이 들었나 싶은데

주위가 갑자기 어수선하여 웬일인가 했더니

다들 시선이 창가로 몰렸다.

햐~!!!

비행기가 티베트 상공을 날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보는 히말라야 산군이 예술이다.


  

그래...

기다려라.

다음 기회에 내가 반드시 너를 꼭 찾아 가리라....

히말라야 산맥의 강력한 유혹 앞에 산찾사 그만 무릎을 꿇어 버린다.



제10일 차 :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흐림)

☞ KE 960 인천공항 : 04:50


8박 10일의 힘든 여정을 견디며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10명 전원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 성공.

아마도...

일생동안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8박 10일 동안 무식은 기본에 못난 성질까지 겸비한 산행대장을

잘 보필하고 도와주신 산우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번

산우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산찾사. 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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