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랑탕 트래킹 제3편

(계곡 속살 깊숙이 파고든 여정)

by Yong 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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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 : 2018년 01월 13일(토)

- 07:55 라마호텔(2470m)

- 09:30~09:47 리버사이드(2769m)

- 11:19 고라타베라(2790m)

- 12:30~13:47 탕샵(3140m)

- 16:50 랑탕마을(3430m)

(총 거리 1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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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틀째를 맞는다.

아직은 고도가 낮아 다들 컨디션은 최상.

그러나....

오늘은 해발 960m를 더 올려 3430m의

랑탕 마을까지 가야 하니 고산병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는 전날 저녁 식사 후 고산병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을 충분히 주지 시켰었다.

몇몇 분만 제외하면 고산이 처음이라 다들 잘 새겨 들었으리란 믿음으로

메인가드를 선두로 우리 팀은 라마호텔을 출발하여 랑탕마을에 이르는 12.5km의 대장정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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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가드 마누구룽의 리딩이 돋보인다.

결코 서둘지 않은 여유로운 보폭으로 후미와 간격까지 조절하고 있다.

노익장을 자랑하는 광주 5분의 체력이 오히려 젊은 층을 압도한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산을 찾는

직장인보다 매주 등산으로 체력을 다진 저분들의 산행 능력이 더 뛰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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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사이로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열대 특유의 푸른 숲 속에서 뿜어 저 나온 싱그러움과

계곡의 물소리에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 그런가?

산우들의 발걸음엔 흥겨움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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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가득한 발걸음이 어느덧

2769m에 위치한 리버 사이드 로지에 도착했다.

누가 일러 준 것도 아닌데 다들 배낭을 벗고 휴식에 든다.

휴식 중엔 서로들 배낭을 열어 먹거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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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우리 뒤를 따라 들어선 포터에게 간식들이 아낌없이 투하된다.

저 모습이 바로 한국인 특유의 정(情) 문화라 할 수 있다.

우리 팀은 일정 내내 지나가다 만나는 어린애들을 보면 다들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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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사이드 롯지에선 지금껏 볼 수 없던 설산이 조망된다.

해발 고도를 좀 더 올려 수목 한계선을 지나면 아마도 질리도록 보게 될 설산이 분명하다.

디카로 힘껏 당겨보니 설산의 위용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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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쉬었나?

선두의 메인가이드는 준비도 안 했건만

산우들이 먼저 배낭을 들춰메고 무언의 압력과 시위를 보내고 있다.

그 위세에 눌린 가이드 마누가 어쩔 수 없었던 듯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배낭을 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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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메고 얼마 걷지 않아

문이 굳게 닫힌 WOOD LAND란 이름의 롯지에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지금 이곳은 비수기다.

그래서 롯지도 빈집이 더 많다.

이곳도 성수기엔 트래커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국의 트래커가 많이도 찾았나 보다.

막걸리 소주 어세 오세요란 베니어판 광고판 글귀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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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가 점점 더 거칠어진다.

계속되는 오름질에 다들 점점 힘이 빠진다.

아마도 고산에 접어들어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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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질이 끝나자마자 이젠

산사태로 허물어 저 내린 산 사면을 횡단하는 너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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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또 돌이 굴러 내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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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진의 여파로 등로가 훼손된 게 분명해 보인다.

이런 길은 가급적 빠른 통과가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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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등로가 안정을 찾았다.

그러자 이젠 설산이 제대로 조망된다.

위치로 보아 6596m 랑탕 2봉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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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는 진행방향 우측의 계곡을 끼고 이어진다.

제법 널찍한 분지형태의 지형을 따라 걷다 보면 등로옆에 세워진

넘어지고 녹슨 이정표가 어느덧 이곳이 2972m 고라타 벨라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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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라타 벨라는 폭격을 맞은 듯 온전한 건물이 없다.

지진의 피해 현장이다.

그날의 참상을 저 건물들이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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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뿐인가?

고라타 벨라를 지나 개울을 건널 때 보니

수차로 돌아가는 마니차가 균형을 잃어 돌지 않고 멈췄다.

마니차에 세긴 불법이 수차로 힘차게 돌고 돌아 부처님의 말씀이 온 세상에 흘러

펼쳐지길 바라는 그네들의 염원도 함께 멈춘 것 같아 순간 안타까움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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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고도를 3000m 이상 올리다 보니

맨 후미의 정여사 님 발걸음엔 비로소 힘겨움이 엿보인다.

앞으론 점점 더 악마의 늪에 빠진 듯 한걸음 한걸음마다 누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올 거다.

정여사 님은 앞선 사람이 보이든 말든 자신의 페이스만 유지하란 나의 말을 충실하게 따른다.

끝까지 그렇게만 걷는다면 문제없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선두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있던 탕샵(3140m) 롯지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길게 휴식에 든다.

이미 식사 시간도 지난 시간이라 배가 몹시 고프다.

그런데...

이미 벌써 지쳐버린 정여사 님은 식욕을 잃었나 보다.

갈증도 심한 것 같아 콜라를 구입해 드시더니 이제야 살 것 같된다.

그런 정여사 님의 잃어버린 식욕을 다행히 요리사들이 살려 냈다.

이날 점심 메뉴는 라면밥....

사실 집에선 처다보 더 않던 라면이 왜 이런데선 그리 맛나던지?

다들 후딱 한 그릇을 해치우곤 더 달래서 위장을 가득 채운다.

나 역시 먹는 게 바빠 지나고 나니 사진 한 장을 담지 못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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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먹었으니 얼마쯤 소화가 돼야 걸을 수 있기에

우린 더 퍼질러 앉아 따사로운 햇살아래 맘껏 휴식을 취했다.

그런 우리들은 물끄러미 바라보는 탕샵의 쥔장....

에게해님이 손짓 발짓을 통한 보디랭귀지로 알아낸 나이가 53세라 놀랬다.

나보다 6살이나 연하다.

그런 현지인에게 에게해님은 니랑 나랑

동갑이라 너스레를 떨자 그는 정말로 친구라도 되는 양 반가워하는 눈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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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떠나야 할 시각.

결코 서둘지 않은 걸음을 다 함께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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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산골마을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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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오름길을 다들 말없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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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비가 없었던 듯...

앞선 산우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걷게 되면 고역이다.

흙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바람이라도 한번 불어 닥치면 뽀얗게 일어난 먼지로 입안이 꺼끌 댄다.

딘장~!

이 정도의 해발이면 눈이 쌓여야 되는데...

그러고 보니 설산의 눈도 그리 풍족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가뭄이 심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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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마을을 지나고

둔덕을 넘어 내리쬐는 태양아래 우린 말없이 걸었다.

그저 날리는 흙먼지에 넌더리를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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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 랑탕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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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참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그곳까지 실제 거리는 멀고도 멀었다.

다가서면 뒤로 물러나고 다가서면 또 그만치 멀찌감치 달아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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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마을을 앞두고 길은 커다란 협곡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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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은 지난해 지진 때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로 인해 엉망이다.

우야튼 지금도 이곳저곳이 흘러 무너져 내리고 있던

희미한 족적의 등로를 따라 그곳을 통과하고 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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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오늘 우리의 안식처 랑탕마을이 펼쳐진다.

랑탕마을 넘어론 내일 우리가 올라가야 할 체르코리(4984m)와

마주한 6745m의 킴숭봉이 흰 눈을 하나 가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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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랑탕마을의 롯지...

어느새 덥수룩하게 자란 나의 수염이 비치던 창문에 대고 인증샷을 남겨본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저렇게 변했다.

그럼 나중엔 어떤 모습?

보나 마나 거지 중에 상거지가 분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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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묵었던 랑탕의 롯지는 지진의 피해로 신축 중인 건물였다.

아직 다 마무리 못한 건물이긴 했으나 그래서 덕을 본 건 있다.

롯지의 로비엔 분명 카메라 배터리와 핸드폰 충전은

일정의 정해진 루피나 달러를 내야 된다고 적혀 있었음에도

각방마다 전기 소켓이 갖춰져 있어 배터리 충전을 무료로 할 수 있었다.


이날 저녁....

저녁식사로 닭볶음탕이 나왔다.

이곳 랑탕마을의 토종닭이라 그런지 양도 많고 큰데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질기지 않고 아주 부드러워

감칠맛 나는 맛에 다들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다만...

광주의 산자수명님은 그날 저녁 식사를 전혀 못 하셨다.

고산병의 일부 아닐까 생각하는데 평소 하루 두 끼 식사만 하던걸

오늘 세끼를 다 드셔서 그런 거라 하셔서 일단 걱정은 접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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