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랑탕 트래킹 제4편

(신이 허락해야만 되는 히말라야)

by Yong 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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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네팔 랑탕 체르코리 & 코사인 쿤드

산행일 : 2018년 01월 10일(수)~22일(월) 12박 13일

누구랑 : AM 트래킹(주)회원

2018년 01월 14일(일)

- 08:00 : 랑탕마을(3430m)

- 08:53 : 싱둠(3410m)

- 12:00 ~13:05 강진곰파(3870m) 중식

- 14:40 ~ 15:15 강진리(4350m)

- 16:50 : 강진곰파(3870m)

토털 : 7Km (강진리 왕복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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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아주 잘 잤다.

잘 잤다는 건 고산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른 분들은?

속이 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몇 분 외엔

별다른 증세가 없는 걸로 보아 다들 그런대로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전날 저녁을 굶어 걱정스럽던 산자수명님도 다행히 안정을 찾으신 듯 식사를 하셨다.

오늘 아침엔 특별히 계란 후라이가 인원수에 맞춰 나왔고

맨날 빠지지 않는 김치는 물론 마른김을 구워 올렸는데 이게 의외로 인기품목 1위를 차지한다.

매번 식사의 끝엔 항상 구수한 누룽지가 나온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만큼은 다들 한 대접씩 누룽지 국물을 들이켠다.

이른 아침 알람을 대신한 찌아로 한 컵.

밥과 함께 국 그리고 누룽지로 식사를 끝낸 후 차 한잔을 하다 보면

아침엔 차고 넘치는 수분 섭취가 되기에 고산병 대처엔 이만한 처방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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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후 한 시간 후 출발이다.

카고백을 정리해 내어 놓은 다음엔 할 일이 없어 산장 주위를 잠시 산책했다.

저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랑탕 2봉에 먼저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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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의 마구간엔 당나귀들이

입에 걸어준 먹이통을 부지런히 먹고 있다.

어제는 포터들도 힘이 부친 듯 몇 마리의 나귀에 우리들의 카고백을 실어 날랐다.

오늘도 짧게 걷긴 해도 계속되는 오름길이니 저 당나귀들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리들을 위한 수고로움을 대신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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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미터 이상 고산의 아침은 춥다.

롯지 로비의 난로로 향하다 보니 밖에서

우리 팀 유일의 여성포터 니찌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뭘 먹을까?

헐~!

라면이다.

겨우 저런 걸 먹고 그 무거운 짐을

머리띠에 걸고 거칠고 험한 길을 걸어 오르던 그녀의 괴력이 의아할 따름이다.

예전 푼힐을 거처 ABC까지 트래킹 할 때 함께 했던 여성분들이 그때도 저런

여성 포터를 보며 지금껏 자신이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왔다는 걸 새삼 알았다며

귀국하면 매사에 모든 걸 감사하며 살게 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실 남자보다 여성에게 나는 이곳 네팔 트래킹을 권하고 싶다.

니찌란 여성...

그 힘든 삶을 살면서도 어쩜 저리 해맑은 웃음을 짓는지?

얼핏 그녀의 동공에 비친 내 모습을 발견한 순간

온갖 불평불만을 안고 살아온 부끄러운 내 인생이 그녀에게

오염될 것만 같아 얼른 나는 시선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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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타오르는 난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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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를 끝낸 산우들과 함께 트래킹의 일정에 든다.

오늘은 랑탕에서 강진곰파까지 7km의 짧은 거리긴 해도 해발 3870m까지

올려야 하는 오름길의 연속이라 힘겨움이 예상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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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떠나자마자

가이드가 사전에 미리 발급받은 퍼밋을 들고 입산허가를 받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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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맞아준 건 마니석으로 된 돌담길이다.

옴마니 반메흠이 적힌 마니석 돌담길에선 라마불교를

믿으며 살아가는 이곳 산골 오지 주민들의 불심이 느껴진다.

네팔은 80%가 힌두교인데 척박한 이곳 오지의 산골짝 마을 주민 대다수는 라마불교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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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 초반은 완만하다.

그러나 고산에 들어 그런지 다들 호흡이 거칠다.

이제부턴 모든 행동은 굼뜨게 해야 하고 항상 머리는 따뜻하게 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이른 아침엔 몸이 덥혀질 때까진 아주 천천히 걸어 올라야 한다.

우리 일행은 결코 서둘지 않고 이렇게 자주 휴식을 취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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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해발 3550m의 문두(Mundu) 마을 표지석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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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산골마을을 뒤로 보낸 우리의 발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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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둠(3410m)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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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부턴 3천 미터 이상에서나

생존이 가능하다는 야크들이 종종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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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어느 틈에 따라붙었는지

우리 뒤에서 늦게 출발한 한식 요리사팀과 포터들이 뒤엉켜 우릴 추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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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뒤엔 가냘픈 여성포터 니찌가

그녀의 남동생과 함께 힘겨운 걸음으로 우리 뒤를 따른다.

이내 우리를 따라잡던 그녀의 해맑은 웃음에 정여사 님이 파이팅을 외친다.

그저...

같은 여성으로서 저런 삶을 살아가야 하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이 안따까운 정여사의 눈길이 그녀의 꽁무니를 길게 길게 따라붙는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이 재미있게 사는

삶이라 하지만 그건 나보다 월등한 처지의 사람을 만났을 경우다.

이번엔 반대로 저런 삶에서 지금의 내 삶을 되돌아본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것 하나만으로도 깊은 안도감이 밀려든다.

영어로 자비(Compassion)는 같이 아파한다 라는 뜻이다.

정금숙 누님....

아직도 저 여인에게서 거두지 못한 눈길엔 자비심이 가득 담겨 있다.

같은 여성이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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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둠마을을 뒤로하며 만난 마니석 돌담길엔

불심이 바람에 날려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자 하는

라마불교의 염원을 담은 타르초를 긴 장대에 달아 멘 룽다가 세워져 있다.

마니석엔 상형문자의 글들이 적혀 있는데 지난해에 이곳을 덮친

지진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는 마니석을 쌓은 돌담이란 말을 들었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

참 무섭다.

저분들의 영혼이 평화롭게 잠드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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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저 멀리 강진곰파가 보이며

내일 우리가 올라야 할 체르코리가 확연하게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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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의 경험은 많으나

고산경험이 전무한 황초님이 고산병이 두려웠나 보다.

선두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후미에서 정여사 님과 함께 걸었다.

다소 시끄러운데 없으면 또 심심한 존재라 계륵과도 같은 인물인데

후반부엔 고산의 영향인지 약간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인다.

아마도 다들 내색을 안 하고 있지만 차츰 몸에선 반응이 오기 시작할 타임이다.

한발 한 발이 점점 더 무거워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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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답답함으로 복장이 터질 느린 행보이나

덕분에 주위 풍광을 차분하게 디카에 담을 여유가 있어 나에겐 나름 괜찮은 진행이다.

그런 게 사실 장기간 걸어야 할 트래커에겐 꼭 필요한 체력분배를 할 수 있음에 나에겐 플러스다.

뿐만 아니라 그간 해외 트래킹에서 나는 내 사진이 거의 없는 편인데

함께 후미를 이끌었던 서브 가이드가 수시로 내 디카를 뺏어가

센스 있게 나를 찍어준 덕에 제법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던 건 덤으로 얻은 행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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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곰파를 얼마 앞두고

등로옆 돌담에 앉아 햇빛을 쬐고 있던 여인이 손짓한다.

이심전심으로 통한 듯 다들 그리로 발길을 옮겨 배낭을 풀어놓는다.

이곳의 상호가 붓다 레스토랑이라 돼 있는 걸 보면 라마불교를 믿는 점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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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밀크티를 시켰다.

따스한 한잔의 커피가 피로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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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아래 나른함이 온몸에 퍼져 흐른다.

이런 시간들이 참 좋다.

마음엔 평화로움이 가득한 이런 휴식이 빠저나 간 힘을 충전시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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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야 할 시간...

강진곰파가 바로 코앞이다.

인도 북부 여행 때 본 곰파는 거대한 사원였다.

당연 강진에 있는 곰파도 그럴까 싶었는데 아니다.

계곡 건너편에 아주 소박한 암자하나 달랑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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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의

티베트 불교의 불탑 스투파에서 오른쪽의 다리를 건너

강진 곰파까진 우리 일행은 30여분을 더 걸어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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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곰파 롯지로 향하는 산우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좌측의 봉오리가 오늘 고산 적응차

오르게 될 강진리 그리고 그 옆엔 6378m의 설산 강첸포의 모습이 우람한데

왜 티벳어로 큰 산이란 했는지 그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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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내내 진행방향 좌측으론

7227m 설산 랑탕리웅의 자태가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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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 산꼭대기 타르초가 휘날리는 강진리가

아주 가까이 보이던 언덕을 타고 넘어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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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으로 칠을 한 롯지가 내려 보인다.

바로 저곳이 오늘 우리가 이틀밤을 묶게 될 롯지다.

영국의 영웅적인 산악인 빌 틸먼(1898~1977)이

60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땐 야크 움막 밖에 없었던

강진곰파는 랑탕리웅,킴슝,강진리,체리코리,강첸포가 한눈에

조망되는 명소로 알려져 이젠 이곳에서 제일 번화한(?) 동네가 되었다.

빌 틸먼은 그때 랑탕 근방에 4개월을 머물며 5개의 빙하와

6개의 고개를 탐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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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강진곰파에 여장을 푼 우리들....

바로 점심 식사 후 한 시간여 휴식을 취한 후 고산 적응차 강진리를 다녀오기로 했다.

4350m 강진리는 2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다들 알아서 개인의 신체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강진리를 다녀오기로 한다.

그래도 혹여 생길지 모를 불상사를 염려하여

떠나기 전 산우님들께 개인역량에 따라 내일 체리코리를 오를 때

본인에 맞는 페이스를 찾는데 주력하고 혹여 고산증의 증세가 있을 경우엔 위험할 수 있으니

절대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지 말고 미련 없이 즉시 하산을 당부드렸다.

아울러...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산우님들은 차라리 오늘 푹 쉬는 게

내일 체르코리 등정에 유리할 수 있으니 그냥 숙소에 쉬시라 권하였는데

의외로 고산경험이 풍부한 에개해님이 숙소에 그냥 남겠다고 하셨다.

그 외....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도 스스로 대견하시다 하신 정금숙 님과

삼리님이 강진리 등정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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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가이드 마누구룽이 강진리를 향해 선등을 한다.

이제부턴 단체 진행이 아닌 개인의 역량대로 걸어주면 된다.

이곳 강진곰파까진 어떡하든 팀을 인솔해 데려 올 수 있지만 내일 우리들의

최종 목적지 체르코리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오르다 안되면 포기하고 되돌아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진리는 내일을 위한 적응훈련이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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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가 선두에서 리딩을 잘하고 있다.

그런데....

고산이라 그런가?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개인 간 산행능력이 확연하게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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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걷지 않아 컨디션 난조의

산자수명님이 떨어져 나가 숙소로 발길을 돌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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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일행들은 꾸준히 걸어 오르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산행 사진을 담고 싶어 가이드를 제키고 먼저 올라서자

뒤에서 따라오던 산우 한분이 그런다.

대장님이 그렇게 빨리 올라가면

다른 사람들 페이스가 무너지니 얼른 먼저 가라나 뭐라나?

헐~!

강진리는 팀 산행이 아니라 개인 역량대로

올라가며 자신만이 감당할 수 있는 페이스를 찾아보라 그렇게 강조를 했건만

이게 무슨 헛소리?

사람들은 대다수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나머지는 무심코 흘려버린다.

이런 경우가 그걸 말해 준다.

그것도 다 알만한 경험자가.....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를 했다.

강진리는 고산 적응훈련으로 본인 능력대로 천천히 오르다 내려가실 건데

내일 또한 그런 컨셉으로 진행할 거라 주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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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맨 뒤에서 후미를 추스르며 오르던

패턴과 달리 후미는 서브 가이드 두 명에게 일임하고 가급적 난 중간에서 오름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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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마누가 결코 빠른 걸음이 아닌데 다들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진다.

다만...

그 걸음을 바짝 뒤따라 걷는 건 의외로

73세의 고 재구님과 그의 친동생 재응 님 이시다.

대단한 노익장이다.

역시 매주 꾸준히 체력을 다진 산악인은 뭔가 달라도 다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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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오름길....

오랜만에 힘든 걸음을 옮겨본다.

가쁜 호흡에 밀려드는 고통을 오랜만에 즐긴다.

단숨에 선두를 따라잡아 강진리 정상에 올라선 나는 랑탕 2봉과

랑탕리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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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

선두의 메인 가이드와 고재응 형제분이

내려간 이후 맨 후미가 올라설 때까지 강진리 정상에서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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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다림이 지루하여

강진리 반대편의 봉우리를 하나 더 올라 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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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리 보다 좀 더 높은 무명봉에 올라선 이후엔

돌탑에 디카를 놓고 셀프 사진 놀이를 하며 후미가 강진리 정상에 오르는 걸 확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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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들이 내려서길 멀찍이서 바라보다

어찌 될지 모를 안전산행을 위해 후미의 산우들을 인솔하기 위해

능선 안부로 내려섰는데 서브 가이드와 산우 한분이 보이지 않아

나는 다시 또 강진리 정상을 올라야만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정상에선 내가 우려했던 현실이 발생하고 있었다.

광주팀 5분은 다 70세가 넘으신 분들이다.

그 일행 중 제일 나이가 어린 분이 고산병 증세를 보였다.

정상엔 이미 동료들이 다 내려간 상황에서 발생한 상황인데

휘청대는 다리를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도 그분은 절대로 내 몸엔

손대지 마라며 서브 가이드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그때 내가 다가서자...

네가 대장이면 대장이지 왜 상관이 나며 육두문자의 쌍욕을 해댄다.

아주 난감한 상황이다.

그냥 혼자 놔두면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100% 즉사다.

그 순간....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내뱉던 그분의 말에서 나는 실마리를 찾았다.

형형스러운 눈빛으로 쏟아보며 하는 말...


"내가 특수부대 출신이다~!"
"그런데 감히 네놈들이 나를 건드려~?"


상황을 살피다 가만가만 다가가 그분께 그랬다.

"제가 힘겨워 혼자 내려갈 수 없으니 특수부대 출신인 형님이 저 좀 데리고 가 주세요~!"

그러자.

한참을 쏘아보던 그분이 그런다.

"그럼 그렇게 해~!"

"제가 지금부터 형님의 허리춤을 뒤에서 잡고 따라갈 테니 내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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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터 시작된 가파른 내리막길...

자칫 잘못하여 굴러 떨어지면 그야말로 인생 종 치는 거다.

서브 가이드 둘은 무용지물이다.

온전히 내 팔힘에 의지해 내려가야 할 그분의 몸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곳은 고산....

호흡이 가파 심장이 터질 듯하다.

옆에서 바라만 보던 서브 가이드 한 명을 급하게 내려 보냈다.

"가이드 마누~ 컴"

다행히 알아듣고 쏜살같이 서브 가이드가 내려가고 있다.

구원병이 올 동안 오로지 내 역량에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형국....


똥줄이 탄다고 해야 하나?

그분을 데리고 하산하는 과정은 인형극을 연상하면 된다.

다리만 휘청댈 뿐 오로지 내 힘으로 그 하중을 들어 올려 걷게 하는 방법이라

난 젖 먹던 힘까지 죄다 쏟아 내야만 했다.

그렇게 절반쯤 내려왔을 땐 허리춤을 잡았던 내 손가락에

피가 돌지 않아 그런지 무감각의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놓으면 안 된다.

잠시 좀 쉬어 가자 했더니 이분은 정신이 잠시 돌아왔나?


너 내가 다칠까 봐 허리춤 잡았지 라며...

내가 안 다치고 내려가면 40만 원을 네가 내고 내가 다치면

찍소리 안 하고 40만 원을 줄 테니 이젠 허리춤에서 손을 떼란다.

헐~!!!!

이런 젠장....

환장하고 팔짝 뛸 순간에 메인 가아드 마누가 도착했다.


이젠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던지

가이드 마누가 달래고 어르자 한쪽 어깨를 내준다.

메인 가이드와 함께 서브 가이드가 옆에서 거들자 이내 하산길이 수월해진다.

순간...

난 정말 기진맥진하여 어떻게 숙소까지 내려왔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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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잠깐이 십 년 세월처럼 지루하고 힘들었던

하산을 끝낸 숙소에서 따스한 물로 씻겨 난로옆에 앉힌 후

안정을 시키자 그분의 낮색이 돌아오는 듯 보여 한편 안심이 되긴 했는데

나이가 연로하신 분이라 회복상태를 믿을 수 없어 불안하다.

어차피 오늘은 늦어서 안되고 내일 상황을 봐서 대처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날...

얼마나 신경을 쓰고 용을 썼는지 나는 내 생전

처음으로 오른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 뻘겋게 충혈이 되었고

입안은 혓바늘이 생겨나 밥 한술을 떠 넘길 수 없기에 그냥 굶었다.

그날밤...

나는 내 몸이 한없이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숨을 못 자며 상념으로 기나긴 밤을 지새울 때 들던 단 하나의 생각은 오로지...


아~!

정말~!

정말~!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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