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 트래킹 제5편

(단 둘만이 올라선 체르코리 정상)

by Yong 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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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네팔 랑탕 체르코리 & 고사인 쿤드

산행일 : 2018년 1월 10일(수)~22일(월) 12박 13일

누구랑 : AM 트래킹(주)회원님들....


제6일 차 : 2018년 01월 15일(월)

- 07:15 강진곰파(3870m)

-? 야크카르카

- 11:55~12:10 체르코리(4984m)

- 14:46 강진곰파(3870m)


(등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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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으로 밤을 지세다 새벽녘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늘도 변함없이 단잠을 깨우는 노크 소리에 불을 밝힌다.

문을 열자 서브 가이드가 환한 미소와 함께 따스한 차를 내준다.

이른 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은 꾸덕꾸덕 굳어진

몸과 마음에 미세한 온기를 돌게 만든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1시간을 일찍 시작을 했다.

거리는 짧으나 해발 634m를 올린 4984m의

체르코리를 오르기 위해선 아주 길게 시간을 잡아야 했기 때문였다.


6시 아침식사...

튀김류의 반찬을 입에 넣자 매우 쓰다.

"이거 왜 이리 쓰지?"

옆에 있던 동료가 맛을 보더니 맛만 좋다고 한다.

이런~!

내 입맛이 그런가 보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컨디션 최악이란 증거다.

그래도 오늘 5천 미터에 가까운 체르코리를 오르기 위해 영양섭취는 필수다.

그러나 끝내 돌아오지 못한 입맛을 살릴 수는 없던 나는 억지로

몇 술 뜨다 말고 부드러운 누룽지로 아침을 대신했다.

이런 몸으로 과연 동료들을 인솔하여 정상을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전날 고산병에 노출된 그분의 상태를 살피는 게 우선이다.

예전 킬리만자로 등정 때 호롬보 산장에서 키보산장을 향하던 중

느닷없이 스틱을 집어던지며 쌍욕을 퍼붓다 갑자기 킬리만자로를 향해

거수경례를 붙인 후 한동안 중얼중얼 혼자 지껄여 대던 동료 산우가 있었다.

그 당시 인솔을 맡았던 난 멘붕...

일단 안정을 시킨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그분은

다행히 정상적인 의식을 회복해 다음 일정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분의 경우는 다르다.

젊은 사람은 고산병이 오면 바로 고도를 낮추던가

휴식을 통해 회복이 되지만 이분은 고령이라 회복속도를 장담할 수 없다.


아침에 세밀히 그분의 상태를 살펴보니 이건 아니다란 판단이 선다.

메인가이드를 찾아 후송문제를 논의했다.

먼저 함께 오신 5분을 모셔놓고 상의를 하면서 체르코리 등정은

지금 연세를 감안하여 혹 또다시 있을지 모를 고산병에 대한

안전을 책임질 수 없으니 본인 스스로 결정해 달라 요청을 하는 한편

이분의 상태가 심각하니 가급적 헬기로 수송하여 카트만두의 고산병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동료분들이 힘써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젠 떠나야 할 시각....

체르코리 등정은 각자 선택하기로 했다.

그러자...

고령의 4분과 함께 이미 체력의

한계를 느낀 삼리님과 정여사 님이 포기를 한다.

그럼 4명만 남았다.

체리코리로 떠나며 나는 메인 가이드 마누구룽을 이곳에 남겨 환자 후송조치를 맡겼다.

그런 후 길을 아는 서브 가이드 2명과 함께

점심 도시락을 챙겨 체르코리를 향한 대장정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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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맨 후미에서 일행들을 따른다.

마을 벗어나자 협곡사이로 넓게 형성된 분지의 초원지대를 가로질러 가던 등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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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만났다.

체르코리로 향하려면 반드시 저 계곡을 건너야 한다.

얼음이 얼어붙은 돌을 잘못 밟으면 그냥 계곡에 빠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

우리는 스틱에 의존해 겨우 도하에 성공을 하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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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5살 대학 4년생이라는 서브 가이드 하나가 계곡을 못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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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쉬운 길을 찾아 올라가던 서브 가이드를 기다렸다 만났는데

헐~!!!

홀라당 두발을 빠트려 젖은 채 우릴 따라왔다.

갈아 신을 양발도 없지만 양발이 있어도 신발이 젖은 상태라

아주 대락 난감한데 그 녀석은 그냥 갈 수 있다며 갈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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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코리를 향한 등로는 처음부터 힘든 오름길이다.

비록 구불구불 경사도를 낮춘 꼬부랑길 이라지만 워낙 가파른 등로라

초반부터 산우들의 발걸음엔 무거운 쇳덩어리를 달아멘 것처럼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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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속도로 체르코리 등정은 힘들다.

얼마 후 앞서 걷던 이명기 님과 황초를 제킨다.

두 분은 힘닿는 대로 우리 뒤를 따라오게 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다행히 어제 숙소에서 강진리 등정을 포기하고 컨디션 조절을 하신

에개해님의 발걸음엔 힘이 남아 있어 선두에서 나를 이끈다.

아직 시간은 여유롭다.


그런데..

결코 서둘지 않는 걸음으로 정상을 향하던 우리를 추월하는 사람이 있다.

에게해님이 어디서 왔냐 물어보니 프랑스에서 왔덴다.

홀로 가이드 하나를 데리고 우리 뒤를 따라왔는데 우리의 걸음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곧바로 추월해 걷는 걸음이 참으로 힘차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우리의 걸음걸이를 고수한다.

아장아장 보폭을 줄여 느림보 걸음으로 체력분배를 하며 걷는 걸음임에도

뒤를 돌아보자 이명기 님과 황초님 그리고 그 둘을 보좌하는 서브 가이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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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걷다 만난 무명봉...

바람에 다 날려 보내고 남은 타르초 몇 개만 펄럭대는 룽다가 서 있다.

서브 가이드에게 이곳이 아크카르카 맞냐 물어보니 맞덴다.

그럼...

당연 인증사진 한 장은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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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세차게 부는 고원을 향해

우리는 무소의 뿔처럼 한발 한발 고행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런 우릴 건너편 7234m의 설산 랑탕리웅이 가까이서 내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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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만큼을 걸어 올랐나?

되돌아보니 걸어온 거리가 까마득하다.

그러고 보면 한걸음 한걸음의 발걸음이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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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바람에 윈드 재킷을 꺼내 입고 걷다 보니

바람이 잔잔한 바위아래 우리를 추월하던 프랑스인이 홀로 앉아 있다.

그와 함께 걷던 가이드는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를 향해 레츠 고우~을 외치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미소를 짓는다.

자기는 여기서 포기를 하고 대신 포터를 보내 체르코리

정상 사진만 찍어서 내려오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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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나를 이끌던 에게해 형님이 체력이 달리나 보다.

나보고 먼저 가란다.

더 쉬었다 걸으면 리듬이 깨질 것 같아 형님을 추월했다.

오르다 뒤돌아 보니 아직도 에게해 형님은 그 자리....

그래도 저분은 경험이 풍부하니 스스로 컨트롤하며 올라오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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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마지막 한고비를 남긴 안부에 도착한다.

순간 배가 고프다.

어제저녁에 이어 아침까지 굶은 위장이 쓰릴지경....

곡물로 된 비상식량과 초콜릿으로 허기를 메운다.

다행히 위장은 의외로 달게 받아 드린다.

그런데....

서브 가이드가 빈손 빈 몸이다.

먹거리는 뒤 따라오는 또 다른 서브 가이드 배낭에 있다.

이미 선두와 후미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거리라 비상식을

나눠 먹긴 하는데 식수가 문제다.

오는 동안 둘이서 타는 갈증을 삭이며 아껴 마셨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브 가이드 이놈도 눈치 백 단이다.

아님 숨기지 못하는 내 표정에서 그걸 읽었던가...

처음엔 잘도 받아 마시더니 이젠 찔끔 목만 축인다.

그런 이놈이 글쎄~!

이쯤에서 나 홀로 올라갈 테니

넌 그냥 내려가라 손짓 발짓을 해도 손사래를 치며 얼른 올라가잖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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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오름길은 너 널길이다.

지금부턴 그간의 힘듦과 차원이 다르다.

정말이지 한발 한 발이 고행길이다.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운 거리라 포기하긴 억울하다.

그러니 가야 할 수밖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투를 벌이는 에게해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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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상....

강첸포,랑시샤리,얄리피크로 이어지는

설산을 배경으로 일단 정상증명 기념사진을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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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초 휘날리는 정상에서

산행 내내 우리 주위를 한시도 벗어난 적 없는

랑탕리웅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담은 뒤 배낭을 열어

마지막 간식을 털어 서브 가이드와 함께 점심을 대신한 후

마지막으로 남긴 보온물통의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 둘이 마시고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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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번쩍 들고 에개해님이 정상을 향해 오고 있다.

오우~!

그래...

저렇게 해 내실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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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개해님...

그 알량한 배낭마저 팽개쳐 두고 빈 몸으로 오르셨다.

얼마나 힘들었음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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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에게해님은 네팔 3대 트래킹 코스를 오늘 다 완성하셨다.

그 기쁨을 우린 정상에서 함께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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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

아름다운 산천경계를 감탄하며 바라볼 때에도

발은 어두운 신발 안에서 체중을 감당하며 땀 흘린다고....

최악의 몸뚱일 이곳 체르코리 정상까지 올려준 나의 두발이

그래서 더 대견하고 고맙다.

그래 그런가?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어느 고산보다 오늘은 더 남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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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초반 너 널길이 지나자 초원길이 아주 부드럽게 발에 감긴다.

앞서 걸어 내리는 에게해님 앞으로 아름다운 랑탕리웅의 설산이 빛난다.

문득...

고은님의 시가 생각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런데...

시인과 달리 나는 올라갈 때 보긴 봤어도

힘에 겨워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는데 내려갈 때 다시 보니

랑탕리웅의 우아한 자태가 아름다워 차마 발걸음을 옮길 수 없어 머뭇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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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동안 머물던 정상에서

그리고 내리막길을 이어 걷던 중에도 후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산행 초반에 걷던 걸음에서 예상을 하긴 했지만 포기하고 돌아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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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설 땐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설산들이 내림길 내내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굳이 일찍 내려가야 마땅히 할 일도 없는터라 은근 하산을 서둘던 서브 가이드의

눈길을 외면하고 우리 둘은 맘껏 풍광을 즐기며 왔던 길 그대로 걸어내려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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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산을 끝내고 들어선 롯지....

아~!

못 말린다.

에게해님은 들어서자마자 맥주를 시켜 들이킨다.

ㅋㅋㅋ

이젠 볼일 다 봤다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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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려왔던 산우들은?

많이 힘들고 피곤했나 보다

내가 들어선 줄도 모르고 아주 곤히 잠들어 깨어날 줄 모른다.

얼마 후...

체르코리 대신 인근의 호수를 찾아 트래킹을 떠났던

산우들이 들어와 고산병에 걸린 그분의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떠난 얼마 후...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현재까지 간호 전문인으로

근무하시는 정금숙 누님은 그분이 염려스러워 한번 찾아보았단다.

그런데...

이미 그분은 정신줄을 놓고 있던 급박한 상황이라

메인가이드한테 헬기수송을 요청해 놓고 그분의 의식을

깨우기 위해 뺨을 때리고 가슴을 압박하여 의식이 돌아온 후엔 계속 말을 시키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 후 환자를 카트만두로 후송시켰다 전해 들었다.

그때 그런 응급조치와 후송을 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그분은

오랫동안 아니 일생동안 후유증에 시달렸을게 분명하다.

환자 한 분을 위해 함께 오신 동료 두 분은 일체의 트래킹 일정을 중단하시고

환자의 보호자로 함께 카트만두로 가셨는데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돈을 들여오신 분들이라

그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 이글 빌어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빠른 판단과 현명한 조치로 대처를 해 주신 정금숙 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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