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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인주 Nov 15. 2016

시각을 열어주는, 디자인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

아, 가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색깔이 가장 풍성하고, 가장 예쁜 옷들을 레이어드해서 입을 수 있고, 조금씩 무르익어가는 그 분위기가 주는 감정이 참 좋다. 가을의 냄새가 물씬 나는것을 자연에서부터 느껴본다.


때론 날씨의 변덕스러움에 짜증도 나지만,

사계절이 뚜렷해 변화하는 모든 순간을 맞이 할 수 있어 좋다.


친구와 네스트호텔에 갔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다.

바다도, 산책로도 잘되어 있고, 인천공항을 지나쳐 간다는 점이 꽤 달콤하다.

영감을 얻고싶을때 가볼 수 있는 곳으로 추천이다 :)


아니나 다를까, 산책로엔 억새풀들이 자리잡아 있었다.

자연들 덕에 이렇게 지금 시간이 흐르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참 고마운 존재다.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얼만큼 '제대로'보고, 느끼면서 살고 있을까?

누군가는 모든 감각을 깨우며 산다. 하지만 누군가는 모든 감각을 제로 상태로 두고 무감각하게 살아간다.



한때, 이병헌의 나레이션으로 만들어졌던 광고가 있다. 한단어 한단어가 너무나 마음에 와닿아서 좋았던 내용이였는데 헬렌켈러의 수필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이란 이야기의 일부였다.






1931년, 한 잡지는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하기도 했다. 본문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저는 단지 감촉을 통해서도 나를 흥미롭게 해주는 수많은 것들을 발견합니다.
저는 잎사귀 하나에서도 정교한 대칭미를 느낍니다.

저는 손으로 은빛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표피를
사랑스러운 듯 어루만지기도 하고 소나무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나무껍질을 쓰다듬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 긴 겨울잠을 깨고 나오는 자연의 첫 번째 몸짓인
새싹과 새순을 찾아보려는 희망으로 저는 나무줄기들을 더듬어 봅니다.

제게 있어서 계절이라는 꽃수레는 너무나 떨리는 끝이 없는 드라마이며
그 활기찬 흐름은 저의 손가락 끝을 스치며 지나갑니다.

때때로 이런 모든 것들을 너무나도 보고싶은 열망에 제 가슴은 터질 것만 같습니다.
단지 감촉을 통해서만도 이처럼 많은 기쁨을 얻을 수 있는데,

만약에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생각의 탄생에서 봤는지 박웅현작가님의 책에서 봤는지는 잘모르겠다. 여튼 어디선가 본 헬렌켈러의 일화다. 그녀는 한참동안 숲속을 산책하고 돌아온 친구에게 무엇을 관찰하고 왔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어. Nothing in particular." 라고 답했다.

그때 그녀는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만약 대학교의 총장이 된다면,

전공 불문하고 모든 학생들이 반드시 들어야 할 필수 과목을 하나 만들 것이다."

<당신의 눈을 잘 쓰는 법 How to use your eyes>

그녀는 우리가 눈을 잘 쓰는 방법을 알게 되면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쉽게 보이지 않는 것과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봄으로써 세상을 더욱 놀랍고 새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품었던 것이다.







내가 아기였더라면, 난 이것들이 아름답다고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까? 

새로움에 오감을 깨어 감탄할 수는 있었겠지만, 아마 난 공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쉽게 보이지 않는 것, 다른시선들을 발견하게 되면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창조가 생겨난다.



무언의 위로를 받았다.

아, 그래도 나의 방향은 필요한 길로 흘러가고 있었구나 싶었다.


디자인수업을 진행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이제 뭘 봐도 "어! 디자인씽킹이다." 라는 말을 제가 하고있어요.>

<수업을 듣고 나면 하나씩 보이는 것들이 생겨요 "지하철 광고판 부터, 책을 볼 때 까지 폰트, 레이아웃, 색감 모든게 다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보게되요.>

<시각이 넓어졌어요!> <사진을 찍을때도 그리드 그리드! 를 외치고 있어요>

 등등 정말 쉽게 볼 수 없는 것 새로운 것들을 보는 것이 많아진다.


이런 피드백이 나의 원동력이 되곤한다. 

나 또한 디자인을 알고나서,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세상 모든것 들은 '그냥'만들어진게 없었다.






 


https://open.kakao.com/o/gfM8i1o



그래서 최근엔 오픈카톡방을 만들었다. 얼만큼 내가 볼 수 있는가, 보고 있는가가 중요해짐을 느끼고 나서는 내가 항상 볼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빠르게 바꿀 수 있는 환경은 카카오톡이었다. "하루 3초 센스업 디자인" 모든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채팅창. 가끔은 나도 참여자들이 공유해주는 디자인을 보고 배우기도 하고, 어쩔땐 내 영감이 되어준 것들을 공유하기도 하며, 대화를 나눈다.






@네스트호텔에서 좋았던 프레임들








본다는 것은 위대하다. 하지만 우린 볼 수 있는 힘이 없다.

새로운 것들을 새롭다고 바라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방법은 단순하다. 시각적인 요소들을 배우면 된다.






네스트호텔이 좋은 이유는 눈으로 '볼'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다. 


디자인이 가득한 곳이다. 편안하고 단조롭지만 모든것이 하나하나 가득차있다. 

레이아웃, 색감, 채광, 동선 등등 배울 수 있는 디자인적 요소가 가득했다.


인쇄물들도 많다. 키의 반만한 사이즈의 책자에 매력적인 그림과 글이 적혀있는 책도 있다.

그 속에서 어떻게 배치되어있는지를 보면 또 배움이다.  달려있는 조명등도 하나같이 특이하다.


처음 왔을때보단 조금씩 루즈해 지고 있는 모습이 보여 슬프지만, (책이 흐트러져 있다던가, 장소별로 다르게 사용해서 더 좋았던 향이 이젠 별로 나지 않는다던가 뭐 그런것 ) 그래도 한번 좋아하면 계속 좋아해야지! 하며 좋다. 자꾸 찾아오게된다.






문득 생각해본다.

정말, 우리가 단 며칠만이라도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그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가끔은 내 셀카가 너무 잘나와서 이게 진짜라고 믿어버릴때가 있다. 푸하하 쓰고나서도 웃기다. 그런데 그게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눈앞에 있는 것을 보이는 것을 믿어버리는 것.



그렇다면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어, 상대를 위한 시각적인 자료를 먼저 줄 수 있다면?

또한,SNS에서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게 상대에게 표현할 수 있다면?


내가 디자인씽킹 수업을 만들어가는 이유도, 우리가 모두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이유다.

디자인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저 두가지 질문에 모두 Yes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볼"수있는 능력에서 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느껴본다.



힛 자, 오늘도 감각적으로 '보면서' 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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