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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초딩친구가 생겼다.

길을 잃어 발길따라 닿은 곳, 삼양초등학교

by 용인주

제주여행이 시작됬다.

사실 비행기를 다시 예매해야만 했다. 비행기 시간을 잘 못 알았다...^^ 불편하고도 때론 부끄럽지만, 이게 나인 듯 하다. 비지니스석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일반석도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비행기를 탔다. 시간에 구애받지말자. 라 생각하면서 - 국내선은 음료반입이 된다는 말이 왜이리 반가운지! 비행기가 하늘을 날자마자 시작하는 마음으로 글 하나를 쓰고,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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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없는 나는 제주에 가면 여긴 가봐야지 하는 곳을 검색했더니 신기하게도 숙소 근처였다. 내리자마자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낮잠을 주무신다고, 오늘 협재 근처에 있다면 동선이 맞으면 픽업을 해주신다고 하셨다. #앤트러사이트 이야기를 했더니, 시간이 애매하니 택시를 타라고 하셨다. 한림읍 쪽으로 들어가는 #한수풀콜택시 를 부르면 조금더 싸다는 팁을 알려주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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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내 생각패턴은 <택시나 버스나 비슷한 시간이 걸리니까, 버스를 타볼까? 그러다 너무 답답하면 택시 타지 뭐.> 라며 나를 설득한다. 그래서 10여분정도를 기다려 버스를 탔다. 그런데 20분정도 탔는데도 정류소가 나오지 않는다. 버스에는 노선도하나 붙어있지 않아, 용기내 옆자리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마자 돌아온 이야기는 <어 여긴 반대방향이에요. 반대로 가셔야되요.> 였다. 으악. 1초 소리질렀고 2초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 이게 여행이지. 하며 택시를 타기로 결심하곤 내렸다. 아, 내리자마자의 생각은 택시는 안중에도 없었다. 내 눈앞에는 제주스러운 풍경이 펼쳐져있어다. 왼쪽은 시골스러운 가게들이 있다. 오른쪽엔 건물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조금 걸어볼까 하면서 걸어가보니, 교복과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웅성웅성 몰려있었다. 흥미유발이 될 만한 그런 장면. 그 옆은 학교 같아 보이는 작은 교문과 100년은 되어보이는 나무가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다가가면서 <컵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건가?> 하는 마음이뭉글뭉글 솟았다. 아, 한끼도 못 먹었은게 생각난다. 또 다이어트 중이라 밀가루는 먹으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분식집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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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후덥지근했다. 이미 아이들이 줄을 서있었고, 아주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고 계셨다. 너무 오랜만에 보이는 이 풍경에 웃음이 지어졌다. 모든 순간과 시선을 담아내고 싶어졌다. 20년 전과 지금은 똑같구나. 아이들은 너도 나도 깔깔 거리고 식탐을 뽐내며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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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컵떡볶이에는 치즈도 넣어주나보다. 뭘먹어야하나 고민하는데 옆에 아이가 치즈컵떡볶이를 시키는걸보며 저거다 싶어 하나 주문한다. 천원의 행복이다. 헤헤 손에 하나 쥐고, 옆에 있는 초등학교로 향했다. #삼양초등학교 옛 제주의 서당이였던 곳이였다 한다. 헤헤 괜히 반갑다 서당. 작고 아담하고 거기에 잔디 구장이 깔려있는 곳이였다. 천막이 있는 계단 아래 앉아 떡볶이 한입을 먹었다. 음 시장떡볶이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어서일까. 떡볶이 맛이 .. 허허 밍숭맹숭하다. 옆에 앉은 초딩아이는 맛있나보다 엄청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괜히 말을 걸었다. < 언니 이거 혼자다 못 먹어. 같이 먹자> 거절당했다. 그런데 자기껄 다먹더니 내 옆에 와서는 다시 앉는다. <같이 먹자. 맛있다 이거> 귀여운 아이는 머뭇머뭇하더니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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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아이였다. 이런저런수다를 떨다가 지금 이순간을 공유하고 싶어져 사진을 찍었다. 음 그런데 여기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친구야. 나 사진한장 찍어줄수있어?> 이번엔 흔쾌하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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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예쁘게 담아줬다. 갑자기 감동이 밀려온다. 하하 뭔가 더 사줘야될꺼같아 <#깐돌이분식 에서 맛있는거 있으면 우리 더 사다먹을까?> 하면서 꼬셨다. 그랬더니 신나게 사왔다. 우리의 분식파티가 시작됬다. 그러다 친구 두명이 와서는 초딩친구에게 묻는다. <뭐해? 너네 엄마니?> 헐. 아니라고 하니 <그럼 이모? 언니?> 기절이다. 그래 내가 그정도 보일때가 됬지. 하하 그러다 <처음보는 사람이야 서울에서 여행왔대> 라고 나를 소개한다. 이정도 했으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지 하는 마음에 <안녕 친구들 이거 같이 먹자 일루와. 택시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하면서 말을 걸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던거 같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서울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들어주면서 맞장구를 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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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순박하다. 아이들 한명한명에게 약음이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사람 서울사람 하는걸까? 초등학교 아이들 다웠다. 이런 맑음과 순수함을 옆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게 너무 감사해졌다.< 얘들아 우리 기념사진찍자!>라고 말하니 좋아요! 를 외치며 다가왔다. 아이 예뻐라. 우리의 포즈컨셉은 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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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꿈이 뭐야?> 라고 물으니 한 친구는 당당하게 말한다. <저는 음악을 작곡하고 만드는 사람이될꺼에요. 20대 사람들에게는 밝고 신나는 곡을 써줄꺼구요. 40대 사람에게는 트로트같은 그런거 할꺼에요 > 또 한친구는 엄청나게 망설이더니 <걸그룹이요> 라고 말한다. <전 남자한테는 흥미없어요 엑소멤버도 이름 하나도 모르구요. 걸그룹이 더 좋고 멋있어요> 하하 예뻐라. 아, 또 한친구는 주짓수하고 있다며 운동가야한다며 먼저 갔다. 그렇게 30여분을 함께 있다가 택시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괜시리 헤어지는게 아쉬웠다.

교문 밖으로 나가는데 내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손 인사 한번을 더했다.


나의 제주 초딩친구들이 생겼다.

여행의 묘미이자, 뚜벅여행의 묘미, 그리고 혼자여행의 묘미다.

발길따라 온 이 곳이 정겨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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