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 블루스에서 느낀 사람 냄새
나의 첫 혼자 여행은 <내일로>였다. 2011년 여름 이었으니 벌써 5년 전 이야기다. 그때 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내일로를 떠났는데 기차 옆 할머니부터, 역무원 아저씨, 진로를 고민하던 한 친구부터 이런 여행을 즐기는 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었다. 그 후로 또 혼자 한 몇 번의 여행에서도 사람을 만났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시각들이 깨어져갔다.
그때 알게 되었다. 여행의 힘은 사람에 있었다. 난 그런 사람 냄새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걷고 또 걷고, 걸음걸음에서 느껴지는 여백과 시간의 흐름. 그 길 위에서의 인연을 느끼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떠나게 된 제주도. 홀로 여행에 있어 게스트하우스를 선정한다는 건 꽤 고민되는 일이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검색하다가 맛있는 해물라면을 발견했고 바로 예약을 했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인연의 재미. 제주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신나서 이야기하고 다닐 때였다. 한 친구에게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건네니. "쌤! 저 다음 달부터 거기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탭으로 일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와우. 바로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소름 소름! 이 작은 인연은 <하루 종일 이 게스트하우스에 있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웠다. 진짜 나에겐 인복이 있나 보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밤에는 바비큐 파티도 여신 다고 하셔서 참여하기도 했다.
맛있는 목살, 양념고기도 있다. 버섯에 소시지까지 뿌연 연기가 계속 나면서- 쉴 틈 없이 리필된다. 게다가 맥주와 한라산 게다가 캔맥주까지! 무엇보다 좋았던 건, 뒤에는 바다, 앞에는 스크린과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존 메이어의 음악이었다. 정말 기절할 만한 제주의 풍경이다. 잔디를 밟고 있다는 것도,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그리고 다이어트 후 얼마만의 이런 만찬을 만나는지 하면서 쾌거를 불렀다. 한라산을 꼴깍꼴깍.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건 분위기 덕분!
열심히 인스타에 그 순간의 느낌도 올리고, 술자리에서 알게 되는 사장님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이번 연도 봄부터 오픈했던 하바나 블루스. 하지만 이날도 사람이 북적일 정도로 많이 찾는 공간이 되었다. 크, 멋지다. 20년 동안 광주에서 고깃집을 하신 사장님답게 터프하셨고, 분위기를 띄우고 놀 줄 아시는 그런 분이셨다. 나도 열심히 이등병 헨리 역할을 했다
사장님이 연거품 말씀해주신 이야기가 있었다.
" 나는 10명이 아니라 200명에서 줘. 그냥 베푸는 거야.
그럼 그중에 2명은 남아. 내 사람이 되는 거지.
난 이 한 마디에 무수히 많은 사람 관계를 겪으신 분이구나.라고 느껴졌다. 아이 프로젝트에서는 7주 차에 변화력 에 관련된 강의를 한다. 그 강의시간에 들어가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노숙자와 수백억 대 부자분을 인터뷰한 이야기다. 가장 큰 차이는 <사람 중시>였다. 내가 사람을 중시할 줄 아는 것. 자신의 직원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정말 그 이상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 또한 인연의 끈을 잡는 것이 미숙해서인지.. 혹은 나의 미성숙한 부분을 알아서인지 내 옆의 자리가 소중하다.
하바나 블루스, 제주의 밤은 정말 길었다. 공연이 시작됐다. #센치한버스 라는 어쿠스틱 밴드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와. 어떻게 저런 예쁜 목소리를 지녔을까? 싶을 정도였다.
너무나 퓨어한 밴드 아이들과 함께하게 된 깊은 밤. 개인적인 요청으로 백예린의 팬인 나는 곡 요청까지.. 하하 그런데도 이렇게 즉석에서 들려주기 있냐는 ㅠㅠ힝 너무 좋다. 사실 이 순간이 나의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 친구들이 밴드를 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노래 한곡을 만드는 그 과정까지. 하나하나가 너무나 큰 나에겐 영감이었다. 이렇게 예술의 창작이 만들어지는구나. 마음과 감정을 담아 탄생하는 노래 한곡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는 사실 이 밴드를 열심히 키우고 계셨다. 기타도 노래도 소울 담아 연주하실 줄 아는 사장님. 지금까지 쌓아온 사장님의 마음들이 아마 이곳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의 조식. 푹푹 떠주시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이 감사의 마음! 사장님의 고향도 전라도! 하하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직접 묵은지를 담아서 주셨다고 한다. 나의 시골과 같아서 음식 맛이 너무 정겹다 ㅠㅠ 할머니 밥상을 먹고 있는 것 같아 눙물눙물 히히
난 사람 냄새가 좋다. 돈 냄새만 나는 사람보단, 그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있든 간에 밑바닥의 자리에 있든 간에 목적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좋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좋다. 진지하게
지금의 나의 발걸음을 이끌어주는 것은 바로 내 곁에 있는 이러한 사람들임을 안다.
때문에 이번 여행을 걸어가 본다. 억지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사람'을 만나본다.
누구를 만나던지 '그 사람의 삶'을 만나고, '그 사람의 삶의 자세'를 만난다.
더 많이 눈을 맞추고, 더 많이 인사를 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려 노력하기.
여행에서 사람들에게 수없이 말했던 인큐, 인문학, 예술. 그리고 수없이 생각했던 미래의 교육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져야하는가. 아.. '소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깨달아 가는 나 자신을 바라본다.
나를 만들어준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는 것도 사람이다. 감사하다.
내가 진짜 누구인지 , 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감사하고 감사하다.
이번 여행도 사람 덕분에 1분1초가 소중했던 시간이였다.
난 어느 곳에서 나 좋은 인연들은 나를 위해 자리를 잡고 도사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한 명 한 명의 인연이 소중해진다.)
삶도 곧 여행이니, 나의 삶에서 만나는 이 좋은 인연들에게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