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원하지만 누구에게나 없는

온전한 내편

by 지안

시간이 좀 지났지만 일면식도 없던 야구해설가 하일성 씨가 목숨을 버렸을 때 받았던 충격은,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김윤희 씨가 어느 날 갑자기 남편과 동반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큼이나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하일성 씨는 그 일이 있기 얼마 전에 모 프로에 나와서 유난히 길게 도드라진 귀털에 대해 사회자가 물었을 때


"귀털이 길게 나오면 장수한대요. 그래서 보기엔 좀 그렇지만 그냥 두고 있는 거예요."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분명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해요."


항상 웃는 모습으로 행복을 외치던 김윤희 씨도 지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 것 같은데.. 하일성 씨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어느 정도 힘들면 다 버릴 수 있을까..

밝게 웃고 있어도 그 속을 누가 알랴..


"세상살이가 지랄 같아도 온전한 나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여. 나가 이제부터 니 편 해줄랑께 니는 니 하고잡은대로 다 하고 살아라."


영화 '계춘할망'에서 할망 윤여정이 가짜 손녀라는 걸 알아채고도 김고은에게 해 준 말이다.


믿어주는 할망에게 믿음 가는 손녀가 되고 싶었던 김고은.


우리 꼬맹이가 농구를 하면서 선후배속 관계를 버거워했을 때.. 어깨에 크고 작은 멍자국이 생기면서 힘들어할 때마다 나는 우리 꼬맹이에게 말해주었다.


"너도 주먹으로 한 대 쳐."


"엄마 나는 못 때리겠어.."


꼬맹이가 농구를 그만두던 날 어깨가 축 처진 꼬맹이에게 나는 계춘할망의 말을 해주었다.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너를 응원해! "


몇 년의 시간을 연기며 농구며 기웃거리다가 공부가 많이 쳐졌지만 성향인지 잘 적응하는 것 같아서 기특하고 대견한 꼬맹이. 때때로 생각하게 된다. 올 해로 팔십이 되신 내 엄마도 온전한 내 편이겠지. 김윤희 씨나 하일성 씨는 온전한 내 편이 없었나 보다.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는데..


아무 일 없이도 점점 힘들고 버거워지는 세상살이.

너와 나.. 우리 모두 서로서로에게 편이 되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진은 디엠씨 지하철역 부근을 지나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