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 감정은 근무 중
격세지감
그리 오래지 않은 동안에 상당히 많이 달라져서 전혀 다른 세상 혹은 다른 세대가 된 것 같은 느낌
-출처 다음 백과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몇 년 만에 최저임금이 배 가까이 올랐으니 말이다. 최저임금 만원 시대가 정말 코 앞에 다가왔다.
9160원. 올해 최저임금을 나타내는 숫자. 이제는 최저 시급만 받아도 1달에 200만 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지금을 사는 청년들이 참 부럽다. 내가 그들의 나이였을 땐 상상도 못 하는 금액이었는데 알바를 해도 200만 원이라니…
20여 년 전만 해도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1만 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돈이었다. 전문 내레이터 모델이나 받을 수 있는 큰돈이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내레이터 모델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며칠만 일해도 웬만한 아르바이트 한 달치 수입이었으니 말이다.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주유소 주유원이었다. 당시 시급 1400원을 받았는데, 하루 8시간, 한 달 꼬박 일해도 손에 쥐는 것은 30만 원이 조금 넘었다. 그래도 그때는 참 크게 느껴졌다. 학교 앞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해도 1만 5천 원이면 충분했으니...
취업한 후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저임금 자체가 낮으니 월급이라고 해봤자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 이상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도 모두 지갑 사정이 비슷했다.
나의 첫 직장은 지방 신문사였는데, 그래도 나름 지방에서 메이저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기자라는 타이틀은 참 좋았지만 지갑은 언제나 얇았다.(박봉이어야 기사가 잘 써진다는 선배들의 이상한 말을 들으며 회사를 다녔다는...)
나의 첫 월급은 1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쥐꼬리만 했다. 수습을 끝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6개월 후 정식 기자가 되어서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 다시 한번 실망했다.
우연히 11년 전 월급 명세서를 찾았는데…133만 원. 어디 가서 말하기 참 부끄러운 금액이다. 그 시절이면 내가 직장 생활한 지 이미 5년 차였을 시기인데 올해 최저 임금의 3분 2밖에 되지 않았다. 분명 정규직인데 정규직 같지 않은 이 느낌은 뭔지… 그래도 그때는 감사하며 살았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있어서…
그나마 나는 아버지 세대보다는 나은 편이다.
여름의 문턱에서 군대를 제대한 나의 생활은 일 년을 쉬고 또 한여름의 아침 햇살을 맞이한다.
책 월부 대리점을 경영하던 중 큰 형한테서 연락이 왔다. 정부에서 한창 새마을 사업으로 열기가 올라 있을 때 지역에 한일합섬 새마을 공장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입사 대상자는 군인가족, 직계 가족이다. 3개월 양성기간만 지나면 돈벌이가 괜찮다고 했다. 그 당시 5급 공무원 월급이 15,000원이었는데 기능공이 되면 6-7만 원은 충분히 벌 수가 있다고 한다.
나는 50여 명과 입사를 했는데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하여 받은 양성 급료는 1800원. 나 스스로 일한 것에 대한 대가이기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1982. 4월 어느 날, 과거를 회상하며 쓴 아버지 일기장 중-
수습 월급이 1800원
아버지는 1970년대 초 직장생활을 시작하셨는데, 수습기간 받은 급여가 1800원. 대학시절 나의 시급과 비슷한 돈을 주급도 아니고 월급으로 받으셨다. 그렇게 적은 돈에도 흐뭇해하셨다. 땀 흘려 받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인 데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그 속에서 장밋빛 미래를 그리셨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월급보다 더 놀라운 것은 5급 공무원의 월급이다. 치킨 한 마리도 사 먹지 못하는 15,000원. 요즘 5급 공무원 1호봉 기본급이 250만 원이 넘는데 여기에 수당 등등을 합하면… 같은 기간 짜장면, 휘발유, 돼지고기 등도 50배 정도밖에 안 올랐는데 공무원 월급이 150배나 상승한 것을 보니 다시 한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취준생이 공무원 시험에 사활을 거는지도 모르겠다. 물가보다 상승률이 높으니...
보통 직장인은 매월 20일 또는 25일 월급이 들어온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월급을 보며 한숨을 쉬고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하지만 잊지 말기 바란다. 월급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월급은 신성한 노동의 대가이자 우리가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숫자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숫자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