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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용진 Jun 14. 2019

초격차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가 말하는 리더십

초격차는 약 20년간 삼성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을 이끌고, 현재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권오현 대표가 경영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인상적인 것은 철저히 리더 관점에서 경영을 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W 또는 스타트업 경영을 다루는 책과 달리 ‘초격차’는 대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수많은 구성원 그리고 그들이 속한 조직을 어떻게 시스템 관점에서 다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이 비록 초격차(기술, 인재, 문화 모든 면에서 경쟁자 대비 월등히 우월해야 한다는 전략)이지만 이 책은 경영전략뿐만 아니라 조직 및 인재 관리에 있어 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습니다. 특히 책 2장의 ‘조직: 원칙과 시스템’은 경영자로서 기업문화, 매니지먼트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직 개편 관련하여 리더는 항상 가상의 조직도를 그리고 있어야 하며, 인사팀에서 준 조직도 또는 특정 인재 중심의 조직도가 아닌 목표 달성 위한 최상의 운영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사일로라는 단절되는 조직 구조, 그리고 그 속에서 소위 “내가 옛날에 대 해봤던거야”라는 식으로 왕으로 군림하는 리더에게 충격을 주기 위한 교차 배치 방법을 통해 조직 간의 소통을 시스템 차원에서 만드는 노하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밖에 기업의 큰 변화에 있어 구성원에 공감과 설득을 얻어내기 위해 의사결정의 대원칙과 세부원칙을 명확히 가이드로 제시하는 부분도 어찌 보면 냉혹한 측면도 있으나, 구성원 입장에서 아무 설명 없이 유야무야 변화를 탑다운으로 수용하는 것보다 기업문화 관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리더 입장에서 다루기 힘든 인재 운영 갈등을 다루는 부분도 저자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성과가 좋고 실력 있는 핵심인재라도 품성이 갖추어지지 않아 조직 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그 답변을 제시합니다.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실력자가 있다면 그 사람을 면밀하게 분석한 다음, 재교육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서 그 사람을 ‘고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중요하지 않은 자리로 ‘교체’가 가능한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 결정적이던 그 사람의 영향력을 줄여야 합니다. 그럴 경우 반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때는 안타깝지만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조직의 미래와 운명을 한 사람에 맡기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책 전반으로 이야기하는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단기적 손익보다 기업 사활에 영향을 주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단기적 손익에 집중하면 리더가 역할을 위임하지 않고 스스로 항상 바빠 많은 일에 쫓기게 된다고 밝힙니다. 자연스럽게 리더는 직원들에게 게으르고 책임감이 없다는 불평을 하게 되고,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지시하고 보고 받으려 합니다. 직원들은 마치 베이비시터처럼 사업을 리더의 아이를 임시로 맡는 것처럼 일하게 됩니다. 즉 오너십 얻게 일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리더는 베이비시터인 직원이 떠나면 그 많은 일을 직접 처리해야 하니 항상 바쁠 수밖에 없고, 사업의 미래를 그려 낼 실력과 비전을 키우기보다 시간에 기반한 노동 집약적 관리자로 전락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초격차 책은 리더십에 대한 책입니다. 현재의 리더에게 지혜를 줄 수 있는 점도 있지만, 현재 ‘부하’로 일하고 있는 미래의 리더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줍니다. 특히 해야 할 것뿐만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일종의 지침도 받는 느낌입니다 :)


아래는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리더가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말할 때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른바 ‘야생마’가 드러나는 순간이지요. 그 야생마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큰소리치는 인물입니다. 그는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저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야생마들은 조직에 위험을 초래합니다. 자신의 지식을 맹신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해서 조직의 균형을 깨트리는 사람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이런 사람들을 잘 다루지 못합니다...... 제가 이런 야생마와 같은 직원을 다루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제가 그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다음, 그 사람에게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보통 그런 야생마들은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반드시 논리나 대책에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이제 저의 경험이나 직관적인 판단에 따라 그 야생마의 논리의 맹점을 지적합니다. 야생마가 어떤 논리를 내세우든지 시간이라는 프레임에서 볼 때는 늘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지금 그렇다면 왜 그때는 안 되었는지요?”라고 질문하면 모두 당황합니다. “그렇게 대책이 완벽하다면 왜 그때는 대책을 세우지 못했지요?”라고 질문하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96쪽


“많은 리더가 직원들을 단순히 ‘베이비시터’로 대하고 그렇게 활용합니다. 직원들이 성장해서 그들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아이를 임시로 맡아서 키우게 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직원을 베이비시터로서 대하는 리더는 어떻게 될까요? 결과는 뻔합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아이를 돌봐야 할 겁니다. 베이비시터가 집을 떠나면 결국 그 많은 일을 다시 자기가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니 항상 바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285쪽


“신입사원을 선발하기 위해서 면접관들은 입사 응시자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집니다. 살아오면서 어떤 실패의 경험을 했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했던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묻곤 합니다. 그러면 응시자들은 어떤 시련을 겪었고, 자신이 어떻게 그 시련을 극복했는지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난관을 극복했던 방식이 아닙니다. 어떤 종류의 난관이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자기 주도적인 문제를 가지고 씨름한 것인지, 아니면 남이 시킨 일을 하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10쪽


“못해서가 아니라 일이 많아서 망한다” 208쪽


“먼저 과도하게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만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됩니다. 그러려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또 일하는 시간 중에서 필요하지 않은 시간을 먼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완벽하다는 건 무엇 하나 덧붙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83쪽


“최악의 리더들의 특징은 한결같습니다.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모든 좋은 것을 실컷 다 누립니다. 많은 보수를 받았을 것이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사회적 위상을 내심 즐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물러나고 난 다음 회사나 조직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가장 심각한 실패를 초래한 것입니다. 있는 동안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조직을 생존시키고 조금이나마 성장을 시켰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미래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을 막아버렸다면 그는 최악의 리더가 된 셈입니다.” 63쪽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최적의 조직을 셋업(set-up)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더들은 인사팀에서 준 조직도를 바탕으로 회사의 운영 시스템을 결정합니다. 즉 이미 그려져 있는 조직도의 빈칸에 어떤 사람을 쓸지만 고민할 뿐, 조직도 자체를 새로 그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죠.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우승이 목표냐, 예선 통과가 목표냐?’에 따라 팀 구성이 달라지는데 국가대표팀 축구감독이 팀을 직접 구성하지 않고 축구협회에서 정한대로 따라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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