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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주 Nov 03. 2021

어휴, 내 배둘레!

나는 아주 깡마른 갈비였다.

입대 전에 키 175cm에 55kg이 안 되었으니 마음먹고 조금만 살을 뺐으면 과거 모 대통령 후보의 아들처럼 군대 못 가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해병대에 지원 입대하였다.     


해병대 신체검사장이다.

팬티만 입고 신체검사를 위하여 많은 젊은이가 군인들의 안내에 따라 이리저리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는 키, 몸무게, 가슴둘레 등 신체를 측정하고서 한 손으로 신체검사 용지를 들고 시력 검사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넓은 홀 중앙을 어슬렁거리면서 오가는 젊은이들을 살펴보고 있던 땅딸막한 중사가 나를 불러 세운다.

“야, 너 머리 길고 빠짝 마른 놈!”

아주 전형적인 군인 말투다.

“예, 저 말이에요?”

아직 군인도 아닌지라 약간은 껄렁한 태도로 대답하였다.

“너 이리 와서 다시 가슴둘레 재보자.”

아주 신경 거슬리는 투로 다가와 나를 데리고 신체 측정하는 곳으로 간다.

“야, 이놈 가슴 다시 재봐. 이렇게 마른 놈이 해병대 생활하겠어?”

가슴을 측정하는 사병에게 명령한다. 사병이 다시 측정한 수치를 중사에게 알려주니 중사는 고개를 꺄우뚱거리면서 나를 놔준다.

‘아니 x발, 군대 가서 나라에 충성하겠다는 데도 지랄이여, 지랄은…. 참 더럽네.’하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입대 후, 고된 훈련을 하니 음식을 많이 먹어도 배가 고팠다.

먹고 뛰고 먹고 뛰고 하니 항상 배가 고팠다.

3개월의 신병훈련을 거쳐 김포의 자대에 배치되니 청와대에서 나오는 특검 준비를 한다고 엄청난 훈련을 한다. 자대에 와서는 음식을 충분히 주고 훈련을 시켰다.

입대한 지 6개월 만에 20kg이 늘어 75kg의 근육질 몸을 갖게 되었다.

제대가 가까워지니 술 마실 기회가 많아지고 제대 후 미래에 대한 걱정 등 생각들이 많아지면서 운동도 안 하고 끼니도 거르는 경우가 많아 살이 빠지기 시작하여 68kg으로 날씬하여졌다.

   

“용주 씨, 몸무게 얼마나 돼요?”

아내가 결혼 전 데이트 중 어느 날 나에게 물어본 말이다.

당시 여자와 같은 고운 손과 가느다란 나의 손목을 보고 남자로서 힘을 쓸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겉으로는 이래 말라 보여도 벗겨놓으면 사람들이 뜯을 것은 있다고 그래요.”

약간은 불쾌한 기색을 담은 목소리로 대답하니 한 10여 분을 웃기만 한다. 아마 순진한 아가씨에게 할 말은 아니었나 싶다.

아내는 신혼여행 첫날밤에 나의 튼실한 팔/가슴의 근육과 허벅지를 보고서 그때 ‘내가 뜯을 것은 있다’고 한 이야기를 수긍했다.  


33살에 건강을 위하여  담배를 끊을 때까지 68~70kg으로 몸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담배를 끊자 정서 불안증이 닥쳐와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다.

담배 끊은 기념으로 더욱 건강해지라고 아내가 장만해준 개소주까지 먹으니 3~4개월 사이에 77kg이 되었다. 8kg이 3~4개월 사이에 찐 것이다. 옷들이 불어난 몸에 안 맞아 새로운 옷으로 장만해야 했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나는 회사를 퇴직할 때까지 테니스, 마라톤, 골프, 등산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하였다.

3~4개월 사이에 8kg이 늘었지만 몇 년을 열심히 운동하니 3kg 정도밖에 줄일 수 없었다.

찌기는 쉽지만 빼기는 엄청 힘들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다.    

8년 전 정년퇴직할 때의 몸무게는 74kg이었다.


퇴직 후 패배감에 젖어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운동도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다. 3년이 지나자 83kg 나가는 뚱보가 되어 다이어트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을 절제함과 동시에 음식의 양을 대폭 줄이고 운동의 양을 늘렸다.

다이어트 시작한 지 1년 후 나의 큰딸 결혼식에는 73kg의 날씬한 몸을 가질 수가 있었다.

1년 후의 작은 딸 결혼식 때는 약간 몸이 늘어 75kg이 되었다.    


이러한 몸무게의 변화 과정들을 통하여 깨달은 것은 아래와 같다.

“운동만으로 몸무게를 절대 줄일 수 없다. 음식의 양을 줄여야 한다. 특히 저녁의 음식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의 양만 줄이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의 균형이 깨져 병이 생길 수 있으니 다이어트와 운동은 꼭 병행하여야 한다. 여기에 적당한 보조식품을 곁들여 먹으면서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면 금상첨화!”    


현재 몸무게는 80kg이 넘어섰으며, 배둘레가 장난이 아니다.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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