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증기 배출이 있겠습니다. 푸욱시익익~~~~~”, 압력밥솥에서 흘러나오는 맨트 후, 밥솥에서 증기가 외부로 배출된다.
잠시 후, 거실 흔들의자에서 책을 보고 있는 나는 향기로운 밥 냄새가 코를 통해 뇌를 자극하면 입안에서 침이 사르르 고인다.
이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및 아시아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의 현상이라 생각한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들은 오븐에서 갓 구워지는 빵의 냄새가 우리가 밥에서 느끼는 냄새와 같은 향기를 느끼리라.
상기와 같이 일정 지역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있지만, 사람별로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음식들이 있다.
고기 혹은 생선을 굽는 냄새는 육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향기로운 냄새일 수도 있지만,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아주 역겨운 냄새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김치와 된장의 냄새가 향기로운 냄새로 여겨지지만, 외국 사람들에게는 혐오스러운 냄새로 여겨진다.
해외로 이민 간 교포들이 된장과 청국장이 먹고 싶어 이웃에 사는 본토인이 자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 창문을 꼭꼭 닫은 채로 끓여먹고, 집안에 배인 냄새를 빼기 위하여 선풍기로 창문을 통하여 냄새를 내보내고 방향제를 뿌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홍어의 삭힌 냄새는 처음 대한 사람들 혹은 홍어의 맛에 빠져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악취로 느껴지지만, 이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이는 기분 좋은 냄새이다.
포항의 과메기는 꽁치를 말려서 파와 곁들어 미역이나 김으로 말아 초장에 찍어 먹는 음식으로서 비위 약한 사람들에게는 비릿한 냄새가 나서 별로 당기지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맛을 본 사람들은 이의 구수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에 마음을 사로잡히며, 이제는 포항·구룡포 과메기는 전국적 음식이 되었다.
북한의 평양냉면은 그 고유의 담백/깔끔한 냄새가 평양냉면 맛을 아는 사람들의 식욕을 돋아나게 하지만, 매운맛에 익숙한 남쪽의 사람들에게는 맹맹한 맛으로 느껴진다.
40대 초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사무소에 근무하였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국가에서도 한국의 홍어와 같이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 있는데, 그것은 과일의 왕이라는 불리는 두리안이다.
큰 레몬만 한 열매로서 표면에 거센 가시가 삐죽삐죽 돋아있어 도깨비방망이를 연상시키는 모양이다.
이를 쪼개면 5개의 노란 속살이 드러나는데 이 속살 안에는 양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씨가 있다.
잘 익으면 열매가 쫙 벌어지며 드러나는 노란 속살을 먹는데 열량이 매우 높아 술과 같이 먹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홍어와 같이 현지 사람들도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 사람과 먹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지는데 현지 사람들도 반반이라고 한다.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달콤한 향기로운 냄새를 느낀다.
하지만, 이를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 냄새가 누린내, 더 심한 표현으로는 시체 썩는 냄새와 같다 하여 질색을 하며, 냄새가 아주 진하여 1km 떨어진 곳에서도 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두리안을 차의 트렁크에 잠시 넣었다가 빼내도 열흘 이상 그 냄새가 지속하는데 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차에서 내리기도 한다.
우리 식구가 자카르타의 아파트에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어 교포의 집에 초대받았는데, 주인은 두리안을 내놓고 우리의 눈치를 보았다.
딸들이 초등학교 1학년, 4학년이었는데 내놓은 두리안을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서 초등학생이 처음 대하는 두리안을 맛있게 먹는 것은 처음 보았다고 우리 식구들의 식욕에 놀라움을 표하였다.
먹고자 하는 음식을 각자의 취향으로 선택하듯이, 태생적으로 같이 지내야 하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개인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홍어와 같이 처음에는 톡 쏘지만 나중에는 변치 않는 우정을 베푸는 친구, 구수한 깊은 맛을 내는 과메기 같은 친구, 담백하고 깔끔한 평양냉면과 같은 친구, 엄청난 열정과 향기를 지닌 두리안 같은 친구 등 자기에게 위안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과 친구, 선후배, 연인, 부부로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오늘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일이다.
국민의 운명과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하여야 할 때 어떠한 음식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치인은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이다.
취향에 맞춰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이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정치인을 선출한다면 우리나라가 정치적인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되리라 생각한다.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은 홍어, 과메기, 평양냉면, 고기와 생선, 채소, 심지어 두리안 같은 독특한 맛을 풍기는 다양한 사람들을 고루고루 선택하여, 국민들을 위한 문제를 그들의 다양한 견해로 논의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가 충족될 수 있는 결정을 도출하여 정치를 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자치단체장은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음식 냄새를 풍기는 인물을 선출하면 지역민의 이익을 도모하기가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우리의 모든 국민이 좋아하는 밥의 향기와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를 온 국민에게 풍기며, 홍어, 과메기, 평양냉면, 고기, 채소, 등 우리나라의 모든 음식을 좋아하면서,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자르면서 세계의 지도자와 떳떳하게 외교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윗글은 2020.04.15.에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