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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귀환

by 최용주

“야, 너희들 중 진수에게서 연락받았거나 걔 소식 아는 사람들 있니? 이 친구 나에게 마지막 연락 온 지 한참 되는데 영 연락이 안 되네. 휴대폰에 연락이 안 되어 회사에 전화하니 전화를 안 받아 전화국에 문의하니까 회사가 폐업했다고 하네.”

때는 2,000년 초, 장소는 사당동의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시는 주점이다.

오랜만에 만난 고교 친구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다가 5~6년 전부터 연락이 안 되는 친구인 김진수가 야속하게 생각되어 비난하는 어투로 이야기를 하였다.

“글쎄 그 친구가 우리에게 연락을 안 하는 것이 참 이상하네. 우리들 전화번호도 다 가지고 있고 직장들도 다 알고 있을 텐데 연락이 이렇게 안 되니 참 이상하다. 그 착실한 친구가…”

창기가 나의 말에 대꾸하여준다.

“아니, 이 친구 참 이상하네. 내가 연락을 안 하면 자기가 내 회사 전화번호 알아내서 전화하곤 했던 친구가 요사이 연락이 안 되니 참 답답하네. 전번에 헤어지면서 중국 소주에 염색공장을 차린다고 이야기했는데 중국으로 갔나?”

“야 중국으로 갔으면 우리한테 연락이라도 했을 텐데 이제껏 아무런 소식도 없는 것 보니 이 친구 죽은 것 아냐?”

창기가 섬뜩한 이야기를 한다.

“야 무슨 소리야. 죽기야 했겠어.” 하니, 창기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니야, 그 친구 품성으로 봐서 우리를 잊을 친구도 아니고 자기가 알아서 연락하는 성실한 놈인데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것을 보니 무슨 심각한 일이 있음이 분명해.”

창기의 말에 수긍은 갔으나 설령 죽기까지 했겠냐는 생각을 하면서 귀가하는 전철 안에서 진수의 웃는 모습이 취기로 어릿어릿한 나의 의식에 맴돌았다.


“용주야, 네가 알려준 그 인적사항의 김진수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 활동한 흔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하네.”

5~6년 전, 당시 20여 년 전에 우리에게서 사라진 진수를 찾기 위하여 나는 한 친구를 통하여 모교에서 진수의 인적사항(이름, 생년월일, 주소, 아버지 성함; 당시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었음)을 받았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진수의 행방을 찾아줄 것을 상수에게 부탁하였다. 상기 통화는 상수가 자신의 인맥을 통하여 알아본 것을 나에게 알려주는 내용이다. 나는 상수의 전화를 받은 후 진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살아오고 있었다.


2020년 7월 10일(금요일) 오후 4시 34분

“카톡.”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컴퓨터의 카톡이 울린다. 모니터 하단에 있는 카톡 아이콘을 클릭하니 고교 동창 모임인 석염회 단톡방에 문자가 떴다.

『Y대 아랍어과 졸업하고 오래 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아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창의 이름이 혹시 ‘김진수’ 아니었나? 내가 우연히 지금은 유명무실한 배X고 18회 동기회 카페에 들어와 보니 김진수가 13번이나 방문한 기록이 있네.』

변수종의 메시지이다. “야~ 친구들아, 진수가 살아있다”라고 친구들에게 연락하면서 위의 카페를 통하여 진수를 찾기 시작하였다. 여러 친구의 도움을 받아 본 카페의 게시판에 연락처를 남기는 등 여러 노력을 통하여 진수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었다.

“야 이 친구야 너 그동안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니? 난 너 찾으려고 상해 출장 시 소주에서 너를 수소문하는 등, 여러 군데 너의 행방을 알아봤는데.”

약간의 원망 섞인 반가움으로 26년 만에 진수와 통화를 시작하였다.

“야 진짜 미안해, 나도 너 찾으려고 XX제철에 전화하니까 근무하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를 그만두었나 했지. 하여간 반가워! 나 그동안 중국, 캐나다, 미국, 한국 등 여러 나라 오가면서 무역업하고 애들 공부시키고 엄청 바쁘게 살았어. 딸들은 시집을 갔다며.”

27~8년 전에 진수 가족과 내 가족은 함께 가족여행을 여러 번 하였는데 그것을 기억하면서 딸들의 안부를 묻는다.

“야, 너 어디야? 내가 당장 갈 테니 만나자.”

나는 당장 옷을 갈아입고 뛰어나갈 태세로 말을 하였다.

“아~, 나 지금 밖에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니 오늘은 안 되고 가능한 한 빨리 만나자.”

“아, 그래. 그럼 모레 너 시간 되니? 모레 만나자.”

“그래, 내가 모레 송도로 갈 테니 거기에서 나랑 만나자. 점심을 같이 먹을까?”

진수의 대답에 항상 남을 배려하는 진수의 성격이 아직 그대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럼 내가 카톡에 주소를 찍어 줄 테니 오후 1시에 송도에서 만나자.”


화창하고 약간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진수는 내가 알려준 집 앞 신정중학교 앞으로 약속 시각인 1시경에 도착하였다.

우린 서로가 26년 동안의 세월이 우리를 변하게 한 것을 살펴보았다. 날씬하였던 몸들이 불어 약간은 뚱해진 것과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얼굴을 제외하고 예전의 모습과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였음을 느꼈다.

“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그리고 애들은 잘 컸지?”

나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주먹으로 진수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면서 물었다.

“난 5년 전 캐나다에서 돌아온 후 무역진흥공사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 그동안 두 아들 공부시키느라고 정신없었어. 큰 애는 Yale대 Law School 나와서 미국의 law firm(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작은 애는 프로 골프선수 하고선 외국계 골프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넌 뭐 하니?”

예전처럼 명랑하고 성실한 표정으로 싱글싱글 웃으면서 애들 자랑하고선 진수는 나에게 정겹게 물어본다.

“난 7년 전에 XXX건설에서 정년퇴직 후 몇 가지 일들 해 보았지만 잘 안 되어 그만두고, 동네 도서관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고선 글쓰기 재미에 푹 빠져있어.”

열심히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진수에게 부러움과 열등감을 느끼는 복잡한 심경으로 말하는 나 자신이 약간은 부끄러웠다.

“용주야, 너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경험이 없어서 수출하지 못하는 중소업체를 도와서 수출업무를 해봐. 내가 너와 같은 경험자를 필요로 하는 업체를 알아봐 줄 테니…”


진수가 귀환하자 나는 수출의 역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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