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주 Jul 26. 2022

Fisherman

외로운 낚시꾼

5월 말, 늦봄의 약간 따가운 햇살이 비치는 늦은 오후다.

뒤쪽에 위치한  달빛공원에서 아내와 산책하고 있었다. 은퇴 후 만학도로 변신한 아내는 중간고사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수변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아트센타교에서 컨벤시아교를 향해 가는 중에 수변가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보니 외국인이 5~6대의 낚싯대를 거치 놓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약간 웨이브 진  머리를 가진 백인이다. 적당히 기른 콧수염과 턱수염에는 흰 수염이 섞여있었으며 둥그런 테 안경을 쓰고 있다.  50대 중·후반으로 근처에 있는 채드윅 국제학교의 교사이거나 약간 떨어진 국제캠퍼스 대학 중 한 대학의 교수일 것으로 추정되는 점잖은 모습이다. 송도에 있는 공원에서는 낚시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서 태연스럽게 낚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 것이 불법인 것을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내는 내 얼굴을 보면서 약간은 어색한 미소를 띠고서, “여보 저 사람에게 이곳은 낚시를 하는 곳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한다.

나 역시 외국인을 보면 입이 굳어버리는 외국인 두려움증을 가진 한국 사람들 중 하나이므로 그에게 말을 걸기가 두렵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거북함을 느꼈다. 평상시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본 아내는 가끔 마트나 음식점에서 한국 사람과 대화가 안 통하는 외국인을 보면 가서 도와주라 한다. 그럴 때 몇 마디 도와주면 외국인은 매우 고마워한다. 하지만 이번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고,  내 영어가 잘 안 통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할까 두려웠다.

나는 아내에게 “괜히 쓸데없이 참견해서 뭐해.”하고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아내는 나의 그러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던지 약간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따라온다. 그 낚시꾼이 있던 자리를 피하기 위하여 멀리 돌아서가는 길을 통해 귀가하였다.

달빛공원의 아트센타교와 컨벤시아대교 사이 수변 산책로


저녁 식사 후 서재에 앉아서 휴대폰의 영어 회화 앱(app)을 열어 영어공부를 하려니, 산책길에서 만난 fisherman 생각이 난다. ‘아까 그 상황에서 내가 뭐라 말해야 했을까?’

나보다 어려 보이지만 외국인이니까 존중다는 의미로, ‘Sir’로 호칭해야 하지 않을까? ‘이곳은 낚시가 허용되지 않는 곳입니다. 를 Fishing is not allowed in this park.’라고 하면 되겠지. 왜 그러냐고 그러면 뭐라 하지? 아 맞아 ‘Fishing is not allowed by the law or regulation.(법에 의해서 이곳은 낚시가 허용되지 않습니다.)’라 해야지. 그리고 ‘낚시하다 걸리면 당신 벌금 물어야 한다, 는 You’ll be fined if you get caught fishing.'이라고 하면 맞나?  사전 찾아봐야겠다.

용기가 없었음을 자책하면서 '다음에 만나면 자신 있게 말을 해줘야지'라 다짐하지만 다시 만나지 않기를 내심 바랬다.

성경에서 자주 나오는 말, “두려워하지 마라! (Do not fear!)”를 마음에 새기며 영어공부를 시작하였다.


며칠 후 아내와 같이 다시 달빛공원 산책길을 걷고 있멀리 그곳에서 사람이 또 보였다. 그 fisherman임이 분명하다. 오늘은 아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지나가기를 바랐지만 아내는, “어머 저 사람 또 저기서 낚시하고 있네.”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비겁하게 지나가지 말고 한 마디 해주라는 의미의 눈길이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서 그 fisherman에게 다가간다.

“Ex~ excuse me, sir. I’m very sorry, but I have to tell you that in this park fishing is not allowed by the law. (선생님, 죄 ~죄송합니다만 이 공원에서는 법으로 낚시를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지나가던 산책객들 나의 용기 있는 모습을 바라며 지나간다. 내 말을 알아듣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 한국에서 배운 영어이기에 내 영어 발음에는 전혀 버터끼가 없으니 잘 알아듣지 못하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이 항상 있다.

직장 생활 중 외국인 설비 판매자와 협상할 때는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있고 나는 설비를 구매하는 ‘갑’의 입장이라 약간은 어색한 표현과 발음은 상대편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라 별 어려움 없었지만 이러한 돌발적인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는 영어는 항상 걱정이 앞선다.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fisherman은, “Why? I saw other people fishing. (왜요? 다른 사람들도 낚시하던데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였다. “You, you --- saw other people fishing?” 나는 그가 한 말을 반복한 후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한 후, “They are also against law. (그들도 법을 어기는 것이에요.) You will be fined if you get caught.( 당신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해요.)” 하니 그는 약간은 의심스럽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나에게 던진다.

“I didn’t mean to hurt your feeling, but I just want you to know the fact that fishing is not allowed here. Take care! (나는 당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려고 하는 것아니고 단지 이곳은 낚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조심하세요.)”

이 말을 던지고 아내와 가던 길을 갔다.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며 걷는 나를 대견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아내는 미소 지으며 따라 걷고 있다. 컨벤시아대교를 지나니 수변의 경계목에 부착한 ‘낚시행위 금지(과태료 10만 원)'이라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아내는 그것을 사진 찍어서 그 사람에게 보여주자고 한다. 휴대폰으로 그 현수막을 촬영한 후 다시 fisherman에게 되돌아갔다.

“I’m here again to show you this sign. This says that fishing is prohibited and people will be fined one hundred thousand won if they get caught fishing. (나는 당신에게 이 현수막을 보여주기 위해 왔어요. 이 현수막은 이공원에서 낚시는 금지되어 있고 낚시를 하다가 걸리면 1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라고 되어있어요.)”라고 이야기하니 fisherman은 약간은 못마땅한 미소를 지으면서, “Anyway, thank you for your kindness.” 한다.

낚시금지 현수막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자리를 살펴보니 fisherman은 사라졌다. 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중, “여보, 저기 보세요.”한다. 아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fisherman이 공원에 비치된 안내문들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비치된 안내문을 다 꼼꼼히 촬영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오늘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국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외로운 외국인의 즐거움을 빼앗은 것 같아 fisherman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

공원이용 안내판


한 달 후 산책하고 돌아는 길이다. 공원에서 빠져나와 우리 아파트 가기 위하여 신호등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가, “저 사람 보세요.”한다. 대각선의 맞은편에서 머리에 헬멧(helmet)을 쓰고 반바지를 입은 fisherman이 자전거를 타고 공원 진입로를 향하고 있었다.

fisherman에서 cyclist로 변신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cycling은 허용되니까 열심히 맘껏 자전거를 타세요.’하고 마음속으로 이야기하면서 흐뭇한 기분이 된다.

가만 이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  

작가의 이전글 만학도(晩學徒) 부부의 열정과 즐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