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把守)꾼
당신은 야구를 좋아하는가? 나는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거의 보지는 못하지만, 15년도 16년도에는 모든 시즌 경기를 다 챙겨 보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과거에는 경남 창원 소재 NC 다이노스의 팬이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이 기아 타이거즈로 이적하면서 아버지를 따라서 두산 베어스로 갈아탔다.
두산 베어스는 LG 트윈스와 함께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구장으로 홈으로 쓰는 구단이다. 모기업인 두산이 재정 상태가 좋지 않지만, 항상 새로운 인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뚝심과 화수분의 야구. 다승왕과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전설적인 선발 투수 더스틴 니퍼트. 2015년 정규시즌 최다승 투수이자 토종 최강의 이닝이터, 느림의 미학 유희관. 두산 선발좌완의 에이스 장원준. 이외에도 노경은, 알칸타라, 린드블럼. 2010년대부터 두산의 센터라인을 견고하게 지켜온 한국 프로야구 역사 최고의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악동으로 사고를 많이 쳤지만 스타성만큼은 타고났던 2루수 오재원, 2015년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서 3루수하면 언제나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던 허경민. 스마일맨으로 유명하며, 타고난 센스플레이로 센터라인을 견고하게 지킨 유격수 김재호. 초월적인 힘을 가진 1루수 오재일. 백업 최주환, 이원석. 두산의 간판타자이자 국가대표 외야수였던 김현수. 중견수와 우익수를 맡으며 파괴적인 힘과 스피드를 보여준 민뱅, 민병헌. 곱상한 외모에 스타성과 성실함까지 갖춘 우익수, 박건우. 2016년 이후 홈런왕과 타점왕을 기록한 외야수 김재환. 이외에도 홍성흔, 최준석, 김동주 등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한 두산 베어스는 사실 모기업의 재정 상황과는 별개로 항상 엄청난 성적을 내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두산을 Miracle 두산이라고 부른다.
내가 이 두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난 바로 정수빈을 외칠 것이다. 여름 밤에 드넓은 잠실구장에 가본 적이 있는가? 한국에서 가장 큰 구장인 잠실에서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와 경기가 열릴 때면 그 뜨거운 열기는 말로 다할 수 없다. 4회 즈음에 광활한 외야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서늘한 바람이 불 때 그 상쾌함과 청량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리고, 이 두산의 외야를 지키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정수빈.
1990년생으로 2009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두산베어스에 지명 받은 뒤, 계속해서 두산을 지키고 있는 정수빈. 90 트리오 박건우, 허경민이 이적하더라도 정수빈만은 두산을 버리지 않았다. 안타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타구들을 인간 초월적인 범위의 슈퍼 다이빙 캐치로 다 잡아내는 정수빈. 엄청난 범위의 수비 범위와 날렵한 야구 센스, 준수한 외모, 빠른 발로 베이스를 훔치는 도루 능력까지.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맹활약하며, 두산의 우승을 이끈 그는 26세의 나이에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팬들에게는 ‘잠실의 아이돌’이라고 부르며, ‘아기 곰’이라고 불리던 그가 이제는 팀 내의 최고참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탁월하고, 잠실과 두산의 외야를 지키고 있다. 파수(把守)꾼이다.
21년도에 군입대 전에 조정아 학부대학 경제학과 교수님이랑 신촌에서 상담할 일이 있었다. 본 칼럼의 메인 이미지는 그때 찍은 연세대학교 독수리 상이다. 독수리(Eagle). 항상 나의 모교를 누구보다 높은 하늘에서 지켜 주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 파수(把守)꾼.
나의 할아버지 이만재는 한국전쟁 때 수많은 동료들과 부하들이 포탄과 총알에 둔부가 뚫리는 것을 경험했다. 조부께서 그들을 잃으면서까지 살아남아 피눈물을 흘려가며 조국을 지켰던 것처럼, 나 또한 한국 사회의 파수((把守)꾼이 되고 싶다. 정수빈처럼. 연세대학교 독수리처럼. 용맹한 파수(把守)꾼처럼. 오늘도 나는 치열하게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소통을 하고, 새벽까지 공부를 한다. 파수(把守)꾼을 꿈꾸니까. 그 누구보다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용감한.
할아버지가 목숨과 맞바꾸며 노무현 전 대통령께 수여 받은 무궁훈장이 더럽혀지게 절대 내버려 둘 수 없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疾風)같은 용기(勇氣)를
거친 파도(波濤)에도 굴하지 않게 (하지않게)
드넓은 대지(大地)에 다시 새길 희망(希望)을
안고 달려갈거야 너에게
(너에게 너에게 너에게)”
하현우의 ‘질풍가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