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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머 (humor)

by 바람

미국인들만큼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난 솔직히 미국이 패권을 잡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유머를 사랑하는 문화적 요소도 깊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만큼 표현(expression)의 자유(freedom)가 가장 잘 발달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코난 오브라이언의 쇼에 등장한 탑스타들이 대놓고 sexual적인 농담과 자학개그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국 할리우드계와 문화계에 잠재된 내적 에너지에 유머(humor)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칼럼의 메인 이미지는 고3 졸업사진이다. 나만 여장한게 아니라, 나랑 같은 조인 아이들이 다 여장했다. 사실, 난 이때 별로 즐겁지 않았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단지, 부반장이기도 하였고, 담임 선생님이 굉장히 유머러스한 분이셔서 도와드리려고 우리 조에 여장 컨셉을 제안하였고, 착한 친구들은 동조해주었다. (이 사진 보고 피식한거 다 안다. ㅋㅋ.)


Humor. 유머는 중요하다. 삶은 좋은 일만 있지는 않다. 나쁘고, 이해할 수 없고, 슬픈 일이 너무 많다. 하지만, 유머를 가진 사람은 그것을 가볍게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진화심리학에서 본 내용이 있다. 유머러스한 남성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물적자원이 풍부할수록 유머가 많기에, 유전자적으로 끌린다는 이야기였다. 맞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웃음. 개그. 어머니가 개그 욕심이 많다. 맨날 나한테 이상한 드립 친다. 학창시절 내내 오락부장을 했다고 한다. 25년간 보고 배우니 몸에 베었다. 솔직히, 난 항상 너무 울적하지도, 흥분하지도, 즐겁지도 않다. 그냥 무덤덤하다. 고3 연세대 최초합 때 친구 주완이는 나의 합격에 소리를 질렀다. 나는 무덤덤했다. 2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교육사령부 정문을 나섰다. 동기들은 기뻐보였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그래도, 유머를 하면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언어유희로 사람들을 웃기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붐치키 빠치키 붐붐!! (여기서도 피식하면 당신의 패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었다. 사촌동생 돌잔치가 열렸다. 누가 분위기를 띄어주었으면 해서 사회 보는 사람이 댄스 지원자를 뽑았다. 나대는거 좋아했던 나는 사실 별로 즐겁지 않았지만, 춤을 추었다. 사람들이 좋아했다. 현란한 스텝과 해드뱅잉으로 관객들을 장악했다. 웃음. 즐거움.


농담을 사실 좋아하진 않는다. 보통 네거티브식 농담이 용이하고, 반응이 좋은데 마음 여린 사람이 대상이 되면 상처를 입는 것을 보곤 했다. 포지티브식 농담은 한국에선 잘 통하지 않는다. 마음 아픈 현실이다. 탱킹이 좋은 사람을 곁에 두면 사실 나의 유머는 증폭된다.


가끔 방문을 잠근 다음에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춘다. 노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폭넓은 독서 덕분에, 음악에도 딱히 취향이 없다. 락을 듣거나, 아이돌 노래를 듣거나, J-pop을 듣거나, 힙합을 듣는다. 근데, 재밌는게 나만 그런게 아니라, 친누이 예빈이 누나도 자기 방에서 춤을 춘다. 가끔 볼일이 생겨서 누나 방에 접근하면, 쿵쾅쿵쾅하며 숨이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누나도 댄서구나. 노크 똑똑.


'어, 용규야. (아무일 없는 듯이)'


'프린트 좀. (모른척 하며)'


이게 우리 남매의 서로간의 예의이자 매너이다.


안양시 전국노래자랑에서 누가 더 높은 결과를 얻을까. 기대된다.


"비트 주세요. Rock and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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