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baseball)
당신은 야구를 해본 적이 있는가? 보는 것 말고. 직접 하는거 말이다.
귀가 얇고 유약한 아빠가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듣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아이와 같이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의식이 열린적이 계셨다. 그래서, 15살, 16살 때 일요일마다 호계 근린공원에서 나는 아빠와 단둘이 오전 내내 야구를 즐겼다.
사실, 아빠는 나와 누나를 때린 적이 없다. 아무리 술마셔서 엄마를 팼적은 많지만, 나와 누나는 털끝 하나 건드린 적도 없다. 또한,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의 95%에서의 삶의 모습은 강인하고, 부드럽고, 다정다감하다. 음주폭정으로 아내를 때린 것은 잘못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 아빠의 삶을 재단해서는 안된다.
무식한 아빠는 중학생인 나와 야구를 할 때도 봐준 적이 없다. 애초에 골프 드라이버를 아마추어급 이상으로 스윙해서 골프공을 100m 넘게 띄우던 사람이고, 힘도 엄청 세다. 1대1 야구에서 투수일 때 던지는 강속구에 얼굴을 맞은 적도 많고, 아빠한테 홈런을 맞은 적도 너무 많다. 타자일 때는 아빠의 변화구에 다 속아서 삼진 아웃 당하거나, 100km 정도의 직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했다.
승부욕이 강한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집에서 양말 뭉치를 모아 공처럼 만든 다음에, 슬라이더와 포심, 커브를 매일 연습했다. 스윙에 경우에는 나성범과 손아섭의 타격 메커니즘 영상을 돌려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었다. (Image training).
중1에서 중2 올라갈 때 10cm. 중 2에서 중3 올라갈 때 7cm 가량 컸다. 그때 키가 174cm가 되었다. 근력도 이제 어느 정도 생겼다.
여느 날과 다르게 찾아오는 두 남자의 징검승부. 내가 투수다. 초구는 커브. 아빠가 헛스윙한다. 두번째 구는 슬라이더. 파울(Foul). 셋째는 포심 패스트볼. 이빨 꽉 깨물고 전력으로 모든 힘을 야구공 구심에 모아서 쏘았다. 와장창창. 뒤에 있던 철판이 크게 울린다. 아빠는 헛스윙을 한 뒤였다. 삼구 삼진.
내가 이제 타자다. 난 우투 좌타다. 손아섭을 생각한다. 아빠는 보통 직구를 던질 때와 변화구를 던질 때의 투구 폼이 약간 다르다. 다리를 더 올린 것으로 보아 이번엔 직구다. 허리부터 열어서, 나의 코어(core)를 회전축으로 삼는다. 어깨가 열리고 배트의 중심부에 아비의 포심이 중심에 명중한다. 그대로 들어올렸다. 뒷산 너머로 공이 넘어갔다. Homerun. 한방. 손맛.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 메이져리그를 아주 씹어먹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근원적 차이는 있을 수 없다. 충분한 스포츠 교육 인프라와 체계적인 스카우팅 시스템만 잘 정착이 되면, 한국에서도 제 2,3의 오타니는 충분히 많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정후가 메이져리그에 잘 정착한 모습을 보곤 한다. 아직 초반이지만 워낙 성실하고 탁월한 선수이니, 완주까지도 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흔히들 이런 격언이 많다.
"야구는 인생이다."
내 인생은 아직 2회 초 투 아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