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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07. 2023

<스타트렉:Into Darkness>(2013)

 2013/06/25 23:4

스포일러가 많아요.  



영화 '스타트렉 인투 다크니스'는 전작 '비기닝'에서 보여준 위트와 재치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어요. 두 시간 넘게 액션과 폭발, (이제는 진부하게 보이는) CG로 융단폭격 했지만, 그 폭격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서 관객은 영화 중간 다른 세상으로 한눈을 팔곤 했을 거예요. 

J.J 에이브람스 감독은 Alias나 Lost에서 관객이 그 내용물을 몹시 알고픈 마법 상자를 내밀곤 했어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미스터리 구조가 없었어요. 관객은 감독이 보여준 마법 상자의 내용물이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훌러덩 상자 뚜껑을 열고 속을 보여주어서 당황스러운 지경이었어요. 정작 열어보니 내용물도 별 게 없었고요. 배트맨 'Dark Night Rising'이나 007 'Skyfall'이 상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잖아요. 비슷한 이야기를 SF로 포장한다고 내용이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위의 두 영화도 제겐 좋지 않았다고요.  

    

영화 초반에는 9.11 사태 이후의 미국을 비유하나 싶어서 살짝 대견해 보였어요. 한 테러리스트가 정부의 기록보관서를 폭파하고 사람을 죽입니다. 뜻밖에 금세 테러용의자의 신원이 밝혀지고, 커크 선장과 스포크 일등항해사,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은 테러범을 잡으려 지구 연합과 관계가 좋지 않은 클링온 영토 깊숙이 잠입합니다. 자칫하면 클링온과의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음에도 위험천만한 인간 사냥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곧 상징과 비유로서의 현실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고 말아요. 위에서 말한 두 영화의 플롯이 교차하면서, 무엇 때문에 이 22세기의 테러리스트가 그토록 무고한 살상을 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이야기는 우주 공간을 표류합니다. 이야기를 견고하게 만들고자 여러 다른 플롯들로 생명선을 연결하지만 그 어느 것도 구멍 나버린 우주복에 제대로 산소를 공급하고 있지 않아 보여요.. 스포크와 우후라의 사랑, 커크와 스포크의 사랑, 커크의 리더십의 문제, 군국주의화하는 지구 함대의 문제, 탐사나 폭력이냐의 갈등과 같은 내용이 바로 제 기능을 못하는 생명선이에요. 돌이켜보면 과거의 스타트렉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원래 그랬어요. 원시적인 CG와 제작상의 제약으로 B급의 느낌이 물씬 풍기게 만든 SF 드라마가 바로 스타트랙의 정체였거든요. (네, 저는 결단코 트레키가 아닙니다.) '비기닝'에서 빛나는 워프 도약을 하였기에 제 기대가 높아졌다 봐요. 


제이제이 에이브람스도 이렇게 김 빠진 오락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저는 오히려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소식은 이 감독이 '스타워즈'의 다음 후속 편을 연출하기로 되었다는 겁니다. 이번 영화에서 허우적댔으니 다음번엔 좀 반성하고 잘 만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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