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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Aug 27. 2023

결혼 전에 꼭 확인해야 하는 것

2007년 1월 2일에 쓴 글을 고쳐서 올립니다.

결혼은 한 사람이 인생에서 내리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며 결정입니다. 이런 선택을 하는데 따져봐야 할 사항은 당연히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좋고 그가(그녀가) 가진 조건이 다 좋을 것이라 여기며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고민하지 않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이미 마음이 기울어 최후의 결정을 내린 순간이기에, 사소해 보이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는 수가 많습니다. '괜찮겠지, 그는(그녀는) 좋은 사람일 거야'하고 넘어가는 겁니다.


예전에 뉴욕타임스지는 '결혼 전 상대방에게 꼭 물어야 할 질문'이라는 리스트를 내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혼관이나 부부 사이의 역할 분담이 우리와 비슷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 아래에 그 리스트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저는 결혼 전에 과연 이런 질문을 아내와 주고받았는지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아마 지나가는 말로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려 했고, 다른 행동거지를 보고, 연인에서 아내로 변한 그녀의 모습을 추론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은 결혼 전에 했으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제게는 다음과 같은 [결혼 전에 묻지 않으면 후회하는 질문] 리스트들이 있습니다. 


첫째, 각자의 취미가 무엇이며 이에 대해 얼마큼 이해할 것인가?

상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취미가 있다면 사전에 이를 인정할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주말이면 집을 비우는 낚시나 골프 취미가 있거나, 부담이 큰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면 사전에 이해의 폭과 경제적인 부담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상대 부모의 노후에 대해 어떻게 관여할 것인가?

양가의 부모가 나이가 드시는 만큼 이 문제는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정작 이 문제가 당면과제로 돌아왔을 때 논의한다면 너무 늦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각자의 부모는 각자 부양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여하튼 부모와 자식관계는 부부의 관계만큼 중요한 관계입니다. 한쪽 관계에서 금이 간다면 다른 쪽 관계도 잘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셋째, 자식은 낳은 것인가? 낳는다면 주 양육은 누가 할 것인가?

요즘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게 큰 문제이지만, 여전히 대를 이어야 하는 생물학적 동기가 결혼의 커다란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사전에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넷째, 결혼 후에 자기 계발을 위해 비용을 지출한다면 허락할 것인가?

배우자의 자기 계발에 쓰는 비용은 가정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비용을 들여 자기 계발을 한다면 이후에 분쟁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결혼 전에 분명히 확인하고 배우자의 동의 혹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알아보는 게 좋을 것입니다. 특히 유학 등의 선택으로 장기간의 별거가 불가피할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결혼 후에 영향을 미칠 배우자의 부채 또는 부모의 부채가 있는가?

결혼 후에도 배우자가 상환해야 할 부채가 있다면 당연히 확인해야 합니다. 또는 결혼 과정에서 부채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면 반드시 배우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 탈이 없을 것입니다.


여섯째, 향후에 있을 중요한 결정에 충분히 상의할 용의가 있는가?

이직, 투자, 창업, 부채, 보증 등 한 사람이 내리는 결정이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일에 대해서 배우자와 충분히 상의할 것인지 확인하고, 다짐을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여섯째, 가사 분담에 대해 명확히 서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처는 요리를 하지 못하는 저의 무능력에 화를 내곤 했습니다. 결혼 전에 요리 못한다고 분명히 밝혀두고 양해를 얻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요리를 배워두었겠죠.  신랑이나 신부나 모두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고 살다가 독립해서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립한 성인으로서 가사를 해보는 것은 신랑이나 신부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직업을 갖고 있다면, 가사 분담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의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랑해서 결혼했겠지만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사랑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같은 열정이 식은 후에도 의리와 책임감으로 상대를 보살피고 돌보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희생과 배려의 마음입니다.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사랑에 들뜬 마음은 육 개월 정도만 지속이 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모든 문제가 다 가려지지만 그 사랑이 희미해지는 순간 다른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릅니다. 그 문제를 미리 확인하시면 결혼 후의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리스트>

1) Have we discussed whether or not to have children, and if the answer is yes, who is going to be the primary care giver? 아이를 가질 것인지, 아이를 가진다면 누가 주로 키울 것인지.


2) Do we have a clear idea of each other’s financial obligations and goals, and do our ideas about spending and saving mesh? 경제적인 의무나 목표, 저축과 소비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3) Have we discussed our expectations for how the household will be maintained, and are we in agreement on who will manage the chores? 가사 분담에 대해서 상의했는지?


4) Have we fully disclosed our health histories, both physical and mental? 병력에 대해 상의했는지?

5) Is my partner affectionate to the degree that I expect? 내 파트너가 날 충분히 좋아하는지?


6) Can we comfortably and openly discuss our sexual needs, preferences and fears? 성적인 필요화 취향, 싫어하는 것에 대해 상의해 봤는지?


7) Will there be a television in the bedroom? TV가 침실에 있어야 하는가?


8) Do we truly listen to each other and fairly consider one another’s ideas and complaints?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의 생각과 불평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는가?


9) Have we reached a clear understanding of each other’s spiritual beliefs and needs, and have we discussed when and how our children will be exposed to religious/moral education? 상대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자녀들의 종교 교육을 언제 시작할지에 대해 상의했는가?


10) Do we like and respect each other’s friends? 상대방의 친구를 좋아하고 존중하는가?


11) Do we value and respect each other’s parents, and is either of us concerned about whether the parents will interfere with the relationship? 상대의 부모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상대의 부모가 우리 관계를 관여할까 봐 걱정하는지?


12) What does my family do that annoys you? 우리 가족이 상대를 못 견디게 하는 것이 있는지?


13) Are there some things that you and I are NOT prepared to give up in the marriage?

결혼한 후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지?


14) If one of us were to be offered a career opportunity in a location far from the other’s family, are we prepared to move? 직장으로 인해 먼 곳으로 이사를 할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15) Does each of us feel fully confident in the other’s commitment to the marriage and believe that the bond can survive whatever challenges we may face? 결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상대방의 헌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 두 분의 결합은 그 어떤 도전에 직면해서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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