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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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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Sep 28. 2023

미국일기 7

파티 문화:  2005년 7월에 쓴 글.

2000년 초반부터 한국에도 미국식 파티라는 것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에서  마케팅 행사로 상업적인 목적에서 여는 파티도 시작되었고, 좀 튀고 싶은 젊은 전문인(광고, 출판, 패션, 방송인 )들이 파티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말에 아담한 호텔의 가장 큰 방을 빌리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파티도 있었습니다.  저도 미국에 와서 서너 번 파티라는 것을 가봤습니다. 학교나 단과대학 등에서 여는 공식적인 파티도 있었고, 학생끼리 모인 자리도 있었죠.  대학원생의 나이나 수준이 있어서인지 미국 청춘영화에서 보듯 질펀한 자리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어떤 기업이나 단체가 주최한 공식적인 파티에는 과자와 음료수와 같은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배고픈 유학생들이 살짝 요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잠시 있었던 캘리포니아 쪽은 이곳 동부 뉴욕 보다는 음식 인심이 훨씬 후해서 다과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모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물론 사전에 음식을 준비한다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개인이 주최한 파티의 경우는 문화가 좀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이메일이나 E-VITE 등의 SITE를 통해 초대장을 발송합니다. 장소와 일시를 안내해 주고 호스트가 어떤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밝힙니다. 그럼 여기에 찾아오는 손님이 회답을 합니다. 


    "초대해 줘서 고맙다, 내가 갈 때 맥주 한 박스 사가지고 갈게"

    "당연히 가야지. 마침 와인이 하나 있으니 가져갈게."


이런 식으로 십시일반 음식을 장만합니다. 이런 파티를 Pot Luck Party라고 부른답니다. 이렇게 모이면 서로 친구를 소개해 주고 끼리끼리 모여서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떱니다. 수다를 떠는 분위기가 미묘해, 좀 친분이 없다든지, 말발이 딸리면 약간 소외되는 뻘쭘한 분위기도 나타납니다. 제가 제일 당황한 케이스는 생일을 맞은 친구의 파티였습니다. 뉴욕 다운타운의 멋진 바를 하나 예약하더니 초대장을 발송했습니다. 마침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이었는데 바에서 식사거리를 줄 것 같진 않아서 미리 햄버거를 하나 먹고 들어갔습니다. 바에는 친구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제가 모르는 친구들이 와있었고, 제게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초대받은 사람은 선물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고 빈손으로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몇몇 아는 친구와 인사하고 잡담을 하는 도중 눈치를 보니 파티의 호스트는 손님이 무엇을 마시는지 전혀 신경을 쓰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또 손님은 각자 다른 음료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가만 보니 초대받은 손님이 각자 바텐더에게 가서 자신의 음료를 주문하고 계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저도 음료를 하나 주문해 손에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생일을 맞은 호스트로서는 참으로 경제적인 파티였습니다. 바에 미리 전화해 예약하고 친구들에게 초대하면 친구들은 선물 들고 찾아와 축하해 줍니다. 자기가 먹을 것은 알아서 사 먹는, 한국인이 보기에는 비정한 파티가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고 있더군요. 


문득 한국의 집들이 문화가 생각이 났습니다. 집주인 내외가 음식을 장만하고 청소를 한다 법석을 떤 후에 손님들을 폭풍처럼 들이닥칩니다. 지금에야 이런 문화가 사라졌지만 그 집에 밤늦도록 남아 포커나 화투를 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준비에 하루, 행사에 하루, 뒤처리에 하루를 보내며 허리가 휘도록 고생합니다. 손님에게는 그토록 즐거운 집들이가 집주인 입장에서 '집을 들었다 놓는' 큰 사역인 것이죠.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집들이와 같은 '초대'를 하는 일은 아주 드물어졌습니다.


주인이 고생하고 손님에게 극진한 대접을 하는 우리의 '파티 문화'가 좋은 가요? 아니면 서로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기에 자주 만나서  웃고 떠드는 이들의 '파타 문화'가 좋을까요?  각자 장단이 있겠지요. 하지만 손님에게는 한국식이 좋고 주인에게는 미국식이 좋은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절충형의 파티 문화를 만든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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