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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5. 2023

<최종병기 활>

2011/08/02



[최종병기 활]은 사극판 '본'시리즈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숨 가쁜 롤러코스터에 관객을 태우고 있습니다. 신궁이 누이동생을 구한다는 단순한 이야기에, 주인공의 주 무기가  활입니다. 활은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겨냥해서 당기는 어찌 보면 단순한 무기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한 무기로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나올지 걱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이 올라가고 화살이 시위에서 떠난 순간, 관객은 숨을 참고 화살이 날아가는 궤적을 쫓아갑니다. [최종병기 활]은  장점이 많은 영화이고, 관객을 실망하게 하지 않습니다.


인조가 쿠데타로 광해군을 몰라내고 집권한 직후, 병자호란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신궁 남이(박해일)의 누이동생 자인(문채원)이 혼인하던 날, 청나라군이 마을에 들이닥칩니다. 매제 서군(김무열)과 자인이 청나라군에게 끌려간 것을 알고 남이는 목숨을 건 추적을 시작합니다. 극의 전반부는 남이의 추격전이고, 후반부는 청의 쥬신타(류승룡)의 추적으로부터 도망가며, 피치 못할 최후의 대결을 해야 합니다.


'활'은 박자와 리듬이 좋습니다. 관객을 쉴 새 없이 몰아치며 이야기를 들이댑니다. 단순한 이야기인 만큼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중요한 영화인데, 이 부분 김한민 감독의 재능이 발휘됩니다.


'활'은 액션의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쫓고 쫓기며, 저격하고 피하는 반복적인 액션을 창의적인 안무로 재미를 더했습니다. 영화 [원티드]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곡선의 궤적을 그리는 국궁의 특징을  살려 저격의 재미를 주었습니다. 액션 영화는 액션에서 쾌감을 주는데,  관객은 상쾌한 쾌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국궁은 화살이 상하 포물선으로 궤적을 그리는 데 좌우로 궤적을 그리는 것은 좀 아쉬웠죠. 트집입니다.)


굳이 약점을 찾자면 극의 템포에 말려 드라마가 깊지 못한 점입니다. 그러나 이런 액션 롤러코스터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적당한 곳에서 쉬지 못했다고 평하는 것을 괜한 불평으로 보입니다. 멜로 관계가 취약하지만 극의 구성을 잘 만들어 낸 시도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감독의 스타일이 지나치게 훌륭해 배우가 덜 돋보인 점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을 비롯해 모든 조연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극이 진행되었습니다. 간혹 코믹 연기가 과장되게 나왔던 이한위 씨의 연기마저 잘 버무려진 것을 보면 연출의 내공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전통적인 눈물 코드와 멜로 이야기를 자제하면서 단순한 이야기를 매력적인 액션 영화로 만든 [최종병기 활]의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제작진이 산 골짜기 이곳저곳을 무거운 장비를 메고 배우와 함께 뛰었을 것을 생각하면 경이로울 뿐입니다. 그들의 고생으로 한국식 오락 영화의 각을 세워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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