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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5. 2023

[조선 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2011/02/08

스포일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스타는 김석윤 감독입니다. 시트콤을 통해 코미디를 다져온 예능 PD 답게 배우의 호흡을 정확하게 당기고 늦추면서 관객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배우를 프레임 안에서 보여주고 숨기며, 영상을 가르며 재단하는 감독의 검술이 아주 화려합니다. 섹시하고 맵시 있고 리듬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보다 김석윤 감독의 존재가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사극 미스터리란 어려운 줄타기에 성공했습니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불꽃처럼 터지며 재치를 빛냅니다. 쉽고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만듦새가 좋은 만큼 이야기가 충실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는 '한 객주가 누구인가?' 하는 미스터리인데 정답을 맞히기 쉬워 밀도가 떨어졌습니다.  문제와 답이 조금 어긋나 보입니다. '공납 비리를 저지른 자는 누구인가?'가 던져진 질문이었는데 이야기는 정약용이 '한 객주'의 매력에 혹하면서 답을 찾지 않고 헤맵니다. 서필의 정체를 밝히는 마지막 미스터리는 관객에게 단서를 제대로 주지 않아서 공정한 게임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단서가 적었다는 것은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고민할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서필의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관객은 놀라지 않았고, 반전의 의도는 헛물을 켜고 말았습니다. 연출의 짜임새로 웃음을 만들었지만, 미스터리로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코미디와 미스터리의 결합은 불완전해 보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박제될 수 있었던 '정약용'이란 위인을 살아있는 싱싱한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비상한 머리이지만 잔머리에 강한, 대부분 삼십육계이지만 무술의 고수, 그러나 유혹에 약한 '정약용'을 스크린으로 탄생시킨 순간, 정통 사극과는 영 작별을 했습니다. 그때 이 영화는 코미디로서의 자기 정체를 확실히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정체성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감독의 장점을 살려 이야기를 코미디로 더 강하게 밀어붙였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용의 구멍을 감독의 재치와  배우들의 개인기에 가까운 코미디로 채웠는데, 아예 작정하고 웃겼으면 좋았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김명민, 오달수는 한국의 미스터 빈이 되기에는 너무 거룩한 캐스팅이었을까요? 손님도 웃기고 미스터리도 풀고, 역사도 보여주려 여러 마리의 토끼를 쫓다 많이 놓쳤습니다.

천주교 도입 시기를 배경으로 했지만, 천주교 신자로서 아씨와 한 객주가 보여준 행실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제게는 이야기의 또 다른 약점으로 보였습니다. 박해 속에서도 천주 신을 영접한 캐릭터가 복수의 화신이 되는 것은 영 교리에 맞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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