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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Taking Chance> (2009)

천안함 전사장병의 애도 기간이어서  KBS1은 [가요무대] 대신 HBO에서 제작한 2009년도 영화 [Taking Chance]를 방송했습니다.  그런데 긴급 편성으로 묻히기에는 이 영화의 가치와 성취가 적지 않습니다.


[Taking Chance]는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 해병 챈스 펠프스 일병의 유해를 부모에게 운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소개한 줄거리만큼 단순합니다.  운구의 책임자이자 스토리 텔러인 미 해병 중령 마이클 스트로블은 영화 속에서 별다른 목적도 없고, 선악의 대결을 벌이도 않습니다. 이렇다 할 갈등도 없습니다. 엄숙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사가 많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관객은 영화에 사로잡힙니다.


마이클 중령은 전사한 펠프스 일병과는 알지 못하는 사이입니다. 단지 해병 게시판에 뜬 전사자 명단을 보고 고향이 가깝다는 이유로 운구에 자원합니다. 알고 보니 그의 고향 근처에서 펠프스 일병은 고교 시절에만 잠시 살았던 것뿐이었습니다. 생판 모르는 전사자를 처음 가보는 곳으로 운구하면서 마이클 중령은 팰프스 일병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의 관이 움직이면서 애도를 표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마이클은 챈스 일병을 대신해 위로를 받습니다. 생면 부지의 타인인 챈스 펠프스 일병의 운구가 끝날 즈음에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인 것처럼 마이클 중령은 가슴이 아파집니다. 


보여주고 과시하기에 혈안이 된 다른 영화의 영상과 달리 이 영화는 보여주지 않고 숨기려 합니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한 일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전사한 해병을 섣불리 영웅으로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전사자의 얼굴도 흉터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한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고, 그것을 애도하는 많은 이방인의 경건함이 그의 죽음을 가치 있게 만듭니다.  말하지 않고도 말하고 보여주지 않고도 보여준 영화입니다. 자칫하면 미군의 홍보쯤으로 치부될 수 있는 소재를 제작진은 사려 깊게 생명과 가족, 사랑의 메시지로 풀어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들은 우리와 추억을 나누고 않았기에 그들의 과거를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죽지 않았다면 누렸을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리사욕과 성공을 위해 모두 달려가는 이즈음,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복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꽃다운 희생의 안타까움을 영화 [Taking Chance]는 정치와 이념, 나라의 벽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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