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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기분은 어떤가요?

Mikey 17

by Utopian

영화가 끝나는 순간, 아쉬움이 남는다.

더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만 돌아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처럼 아쉽다.

스포를 당하더라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이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 다양한 이전의 기억과 연결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다. 퍼즐 조각을 흩뿌려 놓고 관객에게 맞추게 한다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이야기가 곳곳의 기억을 자극하지만 완전히 다른 조합으로 새로운 경험을 준다.

그리곤 몇 번이나 반복되는 질문, 유일한 친구이지만 배신자에게서, 관심을 주는 이성에게서,

죽는 기분은 어떤가요?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질문에 대답해보려 한다.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열일곱 번이나 반복되는 동안의 기억은 어떠했을까? 18번째 자신과 마주한 기분은 어떠했을까? 만약 나의 18번째가 지금 나를 쳐다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불로초에서 시작한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반복된다.

1986년 영화 하이랜더는 중세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영생의 인물이 또 다른 영생의 존재와 세기를 걸친 악연의 이야기 이다.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며 결투하는 영생의 이유가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한 것이었고.

2015년 아달린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불의의 사고로 변치 않는 젊음을 얻게 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영생이 아닌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된다.

2011년 인타임에서는 영생을 시간으로 치환해 부와 시간이 동일하게 된 세상에서 계급으로 나뉜 삶의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삶의 지속이더라도 그 영생이 목적이 아닌 삶의 의미에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그 생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가이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의 영생은 선망이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이타적인 영생의 의미를 제안한다.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도전적인 환경에서의 인체실험을 직업으로 삼는 어쩌면 비자발적 이타심을 발휘하는 영생이다. 그래서 그의 삶은 극한의 상황을 견뎌야 하는 비극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삶 자체가 무료한 듯 보인다. 한 번의 삶이라도 의미와 가치에 따라 그 삶의 진정성이 달라지는 것 같다.

다시 태어날 것을 알고 죽는 미키의 삶은 고통은 받아들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주변의 사람들은 한 번 밖에 없는 생명을 비춰 죽음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 계속 질문한다. 죽는다는 것이 왜 궁금할까? 고통이 주는 두려움일까 아니면 살아있는 것을 지속할 수 없는 아쉬움일까? 지극히 개인적 일 수 있는 질문이나 분명히 개인적이지 않은 죽음이라는 것을 미키는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런 반복은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익숙함을 만들어 낸다. 마치 어떤 일에 익숙한 사람에게 초보자가 질문하는 것처럼 미키의 죽음은 일상이 되어있다.

이야기의 절정은 그 일상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인식의 차이, 즉 다시 태어날 것을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 17과 18의 입장의 차이를 만든다. 더 이상 없음은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진다. '나"라는 자아가 형성되고 나와 연결된 다른 사람들의 삶이 스며들고 나와 너의 성격과 역할이 규정된다. 결국 지금 우리가 죽는 것이라는 어떤지를 묻기 이전에 우리의 삶이 수 만 번 반복되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삶이 마지막이라면 그것은 이전의 9천9백9십9번의 생명보다 중요해지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 가치 이 모든 의미들을 고려해 새로운 개척지를 위한 여행에서 단 한 명의 사람에게만 실험할 것을 허락하고 있다. 효율과 실질을 따져보면 과학의 발전을 앞당기는 그런 시도를 하게 된다. 분명 시행착오와 다수의 피해를 막는 길일 수는 있지만 삶은 결국 삶으로 마무리된다. 누구의 삶이라도 그래도 되는 것은 없다. 미키 + 숫자의 삶이 아닌 미키 반스.


영생을 갈망하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결국 우리가 더 나은 존재로 살아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민족의 해방을 이끌어 갔던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의 힘’ 또한,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한 없이 가지고자 하셨던 그 '문화'의 힘이 지난 역사에서 최초로 우리를 우리답게 하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흔들리지 않고 다른 이들을 해치지 않으며 함께 공존하면서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문화의 힘.

지난 시간 동안 반복되었던 주제도 새로운 사유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의미를 위한 새로움을 조합해 내는 문화적인 소양이 높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젠 분명 세계적인 수준의 감독은 그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 주는 배우를 만나 지금의 기술에 대한 공감대와 시대적인 필요성을 조합해 현실을 풍자하며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착하지만 다소 수동적인 주인공과 또 친구인척 그를 이용하는 주변인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을 사랑하고 애처로워하는 동료와 아예 사람취급도 하지 않고 그저 도구로만 생각하는 무지하면서도 무자비한 어리석은 군중에 의해 대표되는 덩어리와 그 옆에 있는 간사한 다른 덩어리.

이 모든 군상들은 오늘의 이 뒤섞인 욕망의 부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그 안에서 빛이 나는 숭고한 주인공과 그 답답함의 거울과 같은 또 다른 그에 대한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양면성에 대한 분석과도 같다. 이런 양면성을 모두 품어 주는 그의 사랑은 어리석은 상황을 뼈 때리는 직언으로 일깨운다.

도대체 누가 외계인인가!

결국,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가르는 것은 생명의 형태가 아니라,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다


영화를 다시 돌이켜 보면 '내가 도대체 몇 편의 영화를 본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로 많은 이슈들을 최적의 조합으로 새로운 이야기에 담에 세련된 화면과 배우들의 연기로 기억에 남긴다.

이건 분명 새로운 문화의 힘이다. 각자의 특징의 차별화만이 탁월함의 근거라고 생각하던 나의 가치관이 새로운 조합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른 도 높은 수준의 탁월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중

분명 어디서 본 듯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어떤 부분에도 의도적인 흠을 내려하지 않는 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영화는 이러한 장면들을 마치 카메오 출연하는 유명한 연기자와 같이 심각한 주제사이사이에서 빛나는 위트와 같이 풀어낸다. 환경의 파괴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는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그중 '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우시카'에서 주인공이 오무들에 둘러싸인 모습은 과같이 미키가 크리처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은 심오한 주제 중간에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을 준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중 다친 주인공을 치료하는 오무들

그리고 그 생명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완전히 다를 것이고 모습도 다르지만 옳음에 대한 가치는 분명 같은 이해를 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형상을 한 어떤 생명체는 지적으로 낮은 그저 크리쳐일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비웃고 옳은 일은 마법과 같이 치유된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과 대화하고 심지어는 농담도 주고받는 것은 인간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교류라는 착각에 대해 뒤통수를 때리는 깨달음을 준다. 스타워즈에서도 많이 나오는 장면이지만 대부분은 인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외계인이라는 설정이었다.

너무나 재미거리가 풍부한 영화였다. 한 장면 한 장면 보물 찾기와 같은 장면과 대사 그리고 연기자들의 표정과 행동들이 이제까진 할리우드나 우리나라의 유명세를 탄 영화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공감대를 만든다. 아마 내 또래의 감독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의 가치관에 내가 공감이 되어서일까? 영화는 매일 걷던 산책길에서 새롭게 변하는 계절의 찬란함과 유난히 맑은 하늘에 떠있는 단 한 번도 똑같이 생기지 않았던 구름을 보며 상상하는 것과 같은 신선함을 준다.

아니 가만 잠깐 생각해 보니 미키는 죽는 것이 어떤지 모르는 게 아닐까? 왜냐하면 죽기 직전의 기억은 벽돌에 업로드하고 미션을 실행하는 동안의 기억은 우주선의 과학자들에 의해 업로드되나 죽는 순간의 기억은 그저 화면이 꺼지는 것과 같이 신호가 끊어지는 것으로 전달될 뿐이니 그 기억은 다음의 미키에게 업데이트되는 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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