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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타당성의 함정"

창의 시대를 위한 성찰

by Utopian

창의와 보편타당성 사이의 갈등

상사에게 "나는 너를 보편타당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라는 말을 들은 지 10년이 흘러 또다시 듣게 된 말은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아."

그간의 나 스스로도 많이 변했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하나도 변하지 않고 같은 고민과 같은 문제를 안고 고군분투해 가는 모습을 여태껏 지켜오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마는 드디어 창의가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인가. 얼마 전까지 디자이너로서 그야말로 어려운 출신성분으로 부단한 노력으로 성공에 이른 이에게 들었던 다행스러울 평가이다.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새로운 산업의 변화의 시기가 진정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보편적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타당한 생각과 위계와 질서를 존중하던 시기는 점차 돈의 논리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 중심의 사람의 가치에 의한 깨달음으로 각자의 가치관과 창의가 인정받는 분위기가 오기 이전에 산업의 변화에 따른 생존의 논리로 굳이 창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창의를 받아들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세대의 생활방식이 가장 주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열어준 스마트폰의 세계는 커뮤니케이션(소통의 방법)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네이버의 라인,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는 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으며,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만든 새로운 식문화는 창의적 접근이 만든 사회 변화의 좋은 예다. 언젠가 물물교환에서 화폐로 넘어간 경제 순환의 틀이 네트워크 상의 연결로 바뀌어 그 복잡하면서도 다양하며 새로움이 평범함으로 바뀌어 버린 세상에서 살아남는 최고의 방법론을 창의에서 찾게 된다.

무언가 없었던 것을 무언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생겼다.


교육 시스템의 모순

선인들의 지혜를 따라 보편타당한 진리를 찾아오던 우리에게는 "하면 된다"라는 정신으로 뭉쳐 지도자의 지휘하에 목표로 달려가던 방식에 타격을 받게 된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던 세대는 더 넓은 곳을 바라보고자 하고 개개인의 가치를 그들의 가치와 동일시하지 않으며 각자의 삶에 의미를 둔다.

SKY를 가는 200가지 방법으로 여전히 자신들의 자녀를 보편타당의 불확실성으로 몰아넣는 나를 포함한 부모 세대들은 이렇게 바뀌어 가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들의 삶의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각각의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만큼이나 다른 "창의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거기에서 삶의 방식을 찾아갈 것이다.

KAIST나 서울대 같은 최상위권 대학들조차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입학 전형을 다양화하고 있는 현실은 교육계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와 달리 여전히 많은 학원들은 획일화된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Fear is your only God"라는 말처럼 자녀들이 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종교와 같이 학원과 학습에 쑤셔 넣고 있는 오늘의 모습에서 "창의"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개그보다 더한 폭소를 만들어 내는 이 학원들이 내세운 학생들을 가르치는 가치관은 "창의 교육"이다.


창의성의 본질과 가치

보편타당한 세상에 창의는 없다.

각자의 개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중이 인정을 받는 세상에서 창의가 발휘된다.

아직 창의로 가는 길이 겨우 보이는 듯한 이 시기에 더 이상 상업적 논리로 그나마 남은 희망을 변색시키지 않기 위해서 나 나름의 노력을 차근차근 쌓아가기 위해서 어설프지만 생각들을 모아 두고 있다.

네이버의 지식인에서 시작된 집단지성의 개념은 위키피디아로 발전했고,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개인의 창의적 표현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성공 역시 기존의 K-pop 공식을 벗어난 창의적 접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보편적 공식을 넘어선 창의적 시도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교육과 사회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표는 더 나은 인간상을 실현하기 위함이지만 현실에서는 더 좋은 직장과 수입으로 편하고 고급스러운 환경에서 기득권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며 그들만의 리그로 들기 위해서 발버둥 친다. 이젠 그 노력도 나누어진 계층 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러 사회가 변하고자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그에 세뇌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한다. 교육이 먼저인지, 직업이 먼저인지, 수입이 먼저인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각기 분야에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변화의 폭은 더디고 당장 내 손에 있는 아이들을 보자면 알지만 이 흐름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기업 문화의 변화와 미래 전망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간다. 그렇게 시작된 "창의"에 대한 연구는 먼저 기업의 사회적인 영향력에서 볼 수 있다.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좋은 기업에 취직해 더 많은 수입 혹은 안정된 직장에 취직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그저 삶을 지나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고 그러다 보니 기업은 변별력을 키우기 위해서 더 어려운 관문을 더 세분화해서 한 해에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을 줄 세우기로 뽑고 있으니 여기에서부터 그 방식을 바꿔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에서는 이미 수시채용과 경력 채용을 이루고 있어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표 기업들이 공채 중심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흐름은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스타트업 문화의 확산으로 창의적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대기업 대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이들은 어이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 이러한 것에도 정보가 빠르면 더 좋은 자리에 더 적합하게 스스로를 만들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방법의 정합성 이전에 변화의 시작에 박수를 보낸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제안

이제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까? 진정한 창의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 방식의 혁신: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질문과 탐구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처럼 학생 중심,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업 문화의 변화: 연공서열이나 규격화된 평가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접근법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구글이나 3M과 같이 직원들의 창의적 시간을 보장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야 한다.

개인의 의식 변화: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발전시키는 데 가치를 두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들이 모여 진정한 창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보편타당성의 틀에서 벗어나 각자의 빛깔을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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