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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opian Aug 12. 2023

Another day in Paradise - #1

새로운 생활 기반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시나리오*


 뜨거운 햇빛이 이마를 태울 것 같다. 

창이 넓은 모자를 고쳐 쓰고 멀리 진행 중인 공사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거기에는 태양열 전지판을 줄줄이 달고 설치를 위해 움직이는 차량과 그 주변에서 적정한 위치에 패널을 가져다 놓는 작업 로봇들이 왔다 갔다 반복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이런 대단지의 에너지 팜을 만들 때 '팜'이라는 전통적인 식량을 생산하는 장소의 이름이 아닌 전기만을 생산하는 태양열 전력 단지였다. 거기에서 일하는 이들을 ‘파머’라고 부르려 하니 농작물을 생산하는 우리의 농부들이 들으면 뭔가 어색해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조성되는 솔라 팜은 솔라 에너지와 농장물을 기르는 ‘파밍’의 본연의 의미를 충실히 하는 시설이다.



 “Agrivoltaics”라고도 부르는 이 기술은 아프리카 지역의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태양열을 어느 정도 조절해 생물이 생장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도 그만큼의 공간에서 생산되는 전력 생산은 변함이 없을 수 있게 했다.  

  

 태양열 전지판이 마치 온실의 지붕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지면에서 충분한 높이를 두고 세워지고 그 아래에는 필요한 농작물을 심어 태양의 각도에 따라 전지판 사이로 선택적으로 내리쬐는 빛을 적정 수준으로 받아서 햇빛에 타버리지 않는 수준에서 생장을 촉진하고 또한 그 전지판이 만드는 지붕의 각도에 의해 밤 동안 식어버린 지열과 대기의 온도에 의해 맺힌 물방은 다시 지면으로 흘러내려 그 밑에서 자리고 있던 작물들에게 필요한 수분이 되게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 온도차에 의해 생긴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여 이를 관리하는 ‘파머’들은 낮 시간 동안 이곳을 돌며 작물들이 잘 자라도록 관리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그동안 타들어가던 아프리카는 새로운 에너지와 더불어 식량을 생산하는 장소로 바뀌어 가고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에서 또 다른 개척의 삶을 이어가고 그에 따른 생활 환경이 꾸며진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다가도 처음 이곳을 구축하기 위해서 들였던 노력은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기억처럼 남아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하지만 이젠 이런 에너지와 식량의 생산이 얼마나 지구에 도움이 되는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지 알게 되어 이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도로를 깔고 전력을 위해 발전소에서부터 전선을 연결하는 어마어마한 인프라 투자는 수소에너지 기반으로 각각의 모빌리티에 의해 필요한 장소에서 효율적으로 쓰이는 시스템으로 발전했고 전기 기반의 에너지 환경에서 모빌리티는 다양한 생활공간과 결합하여 이동 가능한 거주 인프라를 제공한다.

 다시 한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점심의 태양이 뜨겁게 달아오른 때

 아무리 새로운 희망이 가슴 뛰는 일이지만 일은 일, 잠깐 쉬었다 해야 할 것 같다. 휴식을 위한 공간과 사무 공간은 특별히 차별을 두지 않고 대형 모빌리티 차량을 여럿 연결해서 활용하고 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준비해온 샌드위치와 과일 주스를 꺼내놓고는 작업 차량과 로봇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화면에서 작업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벌써 이 단지를 건설을 시작한 지도 일 년 남짓인데 그러다 보니 일부 장비는 내구성을 지키기 위해서 점검이 필요한 것들도 표시된다. 휴식이 끝난 후에 그 장비들은 별도로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미 솔라 팜이 조성되어 전기와 작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단지의 동료에게서 연락이 온다. 이유는 태양에너지로 생산된 전기가 저장되는 ESS가 벌써 70% 수준에까지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생활에 필요한 전기나 다른 지역으로 전송하거나 해야 하는데 아직은 타 지역 전송을 위한 전선을 설치하는 것이 들어가는 자원과 비용을 고려하면 생산된 전기를 쓰는 다른 곳의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비용이 전가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ESS에 저장을 해 두어도 충분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는데 최근 쏟아 내리는 태양과 전지판의 효율이 예상보다 높아 저장 공간이 빨리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정되었던 수소 생산공장은 정책의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건설 완료가 늦어져 이것마저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들은 어느 때나 있어 왔고 그렇게 방법을 찾아온 우리는 이제 태양이 주는 에너지를 온전히 쓸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에 이르게 되었다. 맨 처음 인류가 시작된 곳으로 다시 돌아와 새로운 인류의 엘리시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많은 영화에서 미래의 세상은 빈곤층과 부유층이 나누어져 부유층에게만 주어지는 에너지와 의료 혜택 등을 그리며 디스토피아를 그려 왔지만 모든 결말이 파멸로 이어지는 것처럼 한쪽에만 치우친 번영은 결국 중심을 잃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그만큼의 에너지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이러한 발전을 볼 수 있는 오늘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매년 매일 아니 매분 더 더워지고 있는 지구에서 적도의 아프리카를 선택해 이곳을 녹지화하고 에너지의 자립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어 마치 이마에 내리쬐는 햇볕을 창이 넓은 모자를 씌워 그곳에서도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젠 이 시설들과 인프라가 더 갖춰지면 우리는 어쩌면 이곳에서 새로운 천국의 하루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 화석연료를 통해 과잉 생산과 지나친 풍요를 위해 생산만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는 천연 에너지를 통해서 지구에 그리고 우리에게 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치우친 중앙 집중식 에너지가 아닌 필요한 곳에 적절히 나누어진 자립식 에너지와 식량 인프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집중적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나눠주는 방식의 그간의 발전은  화석 연료를 쓰는 동안에는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했을 수 있으나 어쩌면 그것은 효율이 아닌 권력의 집중화가 가능했기에 지속적으로 활용되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더 빠른 엔진 더 효율적인 엔진을 만들고 더 단단한 소재 더 가벼운 소재를 얻기 위해 들였던 화석연료 기반의 인프라는 높아지는 진입 장벽과 대규모 시설의 필요에 의해 더 강력한 기득권을 만들 수 있었던 허락된 가치관이었다.

 새로운 시도는 효율과 비용의 담을 넘지 못해 결국 기존의 방식을 더욱 튼튼하게 해오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런 지속적인 남용은 자원 고갈과 환경이라는 문제를 서서히 진행시켜 임계점을 넘게 되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뒤늦은 대처라도 부랴부랴 하게 한다. 

   

  수전해 시설이 완공이 되면 지금 생산하는 태양에너지를 바닷물을 담수화한 순수한 물을 가지고 생산된 천연 전기 에너지로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여 수소는 저장용기에 넣어 필요한 지구 각 지역으로 이송하고 산소 또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필요한 부분의 수소는 이곳의 연료전지를 활용하는 모빌리티를 통해 자립식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쓰일 수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각 지역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마을에 필요한 전기를 모빌리티에 탑재된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하고 또한 생산되는 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할 수가 있다. 담수화된 물을 전기분해에 쓰기도 하지만 분명 충분한 생활용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된 산소는 작물의 생장을 위해 태양열 그린 하우스에 공급되고 또한 지역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 더 맑은 공기와 더 깨끗한 물을 수소라는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서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진작부터 하지 않았나 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칼 벤츠가 자동차를 만들 때 포르쉐의 전기차와 수소 인프라도 제안이 되었지만 당시 어떤한 우연과 필연의 조화로 석유 기반의 인프라가 실용성을 높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다시 되돌리는 노력을 다시 하게 되었다. 

 어쩌면 100여 년의 괜한 짓을 한 게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일어난 일을 어떻게든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필요한 노력을 들이는 것이다. 

 시설이 제대로 가동되면 해가지는 시간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겠지만 아직은 건설 중인 시설이라 장비들은 저녁에도 자율적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생활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하지만 간간이 작동 상황은 개인 디바이스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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