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행의 기본자세 (2)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걷거나, 머물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그리고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
결국,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시와 장소의 가림이 없이 생활 속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선(禪), 명상 수행이라는 뜻이다.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대념처경 중에서)
경행 또는 행선으로 알려져 있는 걷기 명상은, "행주좌와"의 행(行)에 해당한다. 걷기 뿐만 아니라, 와선(臥禪), 심지어 누워서도 명상수행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하나, 일반 수행자에겐 권하지 않는 방법이다. 명상이 멍 때림과 다른 이유는 알아차림에 있다. 누운 상태에서는 알아차림에 대한 극단의 장애인 게으름과 졸림(해태와 혼침)을 유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걷기 명상이란, 숨 쉬는 것을 알아차리며 걷는 것으로, 자연스레 걷는 동안, 스스로 숨 쉬고 있음을,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를 통해 몸의 건강과 내면의 평화,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는 생활 속 명상 방법이다. 자연스레 거닐며 잊고 지내온 호흡과 걸음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하며, 새로운 내면 충전을 통해 스스로 건강과 행복을 찾아보는 체험의 기회를 갖게 한다.
명상수행의 기본자세는 좌선(앉는 자세에서 임하는 명상) 임에는 의문이 없으나, 걷기 명상은 좌선의 지루함과 결림을 완화시켜 줄 수 있으므로 초보명상에 큰 도움이 된다.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한적하고 공기 맑은 야외에서 호흡에 집중하며 발걸음에 박자를 맞추어 가며 걸어가는 명상(행선 또는 경행 자세)이 어쩌면 지루함이나 몸의 통증 없이 오랜 시간 호흡 관찰하기에 효과적이기에, 많은 수행자들이 즐겨한다. 야외에서 걷기 명상만 하는 경우도 있고, 좌선 중에 몸의 통증과 긴장도 완화하면서 명상을 이어가기 위해 실내에서 매우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 행선을 혼용하기도 한다. 야외에서 걷다가도, 멈추고 조용한 벤치나 잔디 위에 앉아 쉬어가며, 좌선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걸음걸이는 호흡당 반걸음의 속도로 아주 느리게 걷는 수행자들도 있고, 호흡당 서너 걸음에 이르는 아주 빠른 걸음을 걷는 수행 그룹도 있다. 초보자들의 경우는, 빠른 걸음보다는, 발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과 느낌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걷는 방법을 권한다. 실내에서 좌선과 혼용하는 경우도, 좌선에서의 고요한 호흡의 흐름을 가능한 이어가기 위해서는 느린 걸음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운동의 효과도 동시에 얻고자 한다면, 호흡 관찰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빠른 걸음의 걷기 명상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으므로, 환경과 개인의 수행역량(집중력, 관찰력)에 맞는 자연스러운 속도를 취하면 될 것이다.
걷기 명상에서도 좌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몸은 곧게 세우고, 안정된 자세로 임하되, 몸의 긴장은 풀고 편안한 자세로 서고, 걷는 것이 중요하다.
서있는 자세에서, 머리에서 목, 가슴, 허리 그리고 다리에 이르기까지가 일직선이 되도록 곧게 세우되, 몸의 힘은 뺀다. 정수리에 실을 매달아 하늘로 가볍게 당긴 것 같은 느낌으로 곧바로 세우되 편안하게 서라는 것이다.
이후 걸을 때, 가능한 덜렁거림이 없이 안정되도록 팔과 손은 배꼽부위에 가볍게 모아두는 자세를 권장한다. 손을 아랫배 부근에 모아서 포개는 자세(차수:왼손 위에 오른손 올려둠)는 팔과 손의 흔들림으로 인한 주의력 분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꼭 차수를 취할 필요는 없이 지나치게 흔들림 등으로 인한 주의력 분산만 없다면, 자연스러운 걸음에 따른 편안한 팔내림과 움직임도 무관하다.
특히, 빠른 걸음의 걷기 명상에서는 두 팔은 늘어뜨린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하고, 외형적인 자세에 너무 의식하는 것은 오히여 호흡과 걸음 관찰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다.
호흡 또한, 좌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들숨과 날숨을 의도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드나드는 호흡을 관찰하며, 발걸음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한다. 주위 환경에 눈을 돌리거나, 잡생각에 끌려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단, 시선이 방황하거나, 잡생각이 들면, 끌려 들거나 관여치 말고, 그냥 내버려 둔 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도록 한다. 잡생각은 내버려 두면 저절로 사라진다.
야외에서의 걷기 명상 장소는 경사가 심하거나, 굴곡 많은 길보다는 평지 걷기가 좋다. 신경이 분산되거나, 호흡이 가빠짐으로 인한 주의력 분산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서도 20~30보 정도의 걸음이 가능한 공간이면 아주 좋다. 일직선으로 끝까지 걸었다가 천천히 돌아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느낌 관찰을 이어가도록 한다.
관찰의 대상은 처음에는 호흡보기에서 시작하여, 주의력이 깊어짐에 따라 점점 걸음 관찰과 마음 보기로 까지 확대해 간다. 복합적 확장을 통한 전체 보기가 어려우면, 호흡과 걸음을 바꿔가며 관찰해도 무방하다.
들숨, 날숨을 알아차리며 (주의를 기울이며) 걷는다.
다리(무릎 이하)의 움직임과 발이 닿는 느낌을 알아차리며 걷는다.
* 알아차림의 역량에 따라, 처음에는 오른발과 왼 발을 번갈아 가며, 발이 땅에 닿는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을 유지하다가, 점점 주의력을 높여, 4단계 <i) 발을 듦, ii) 발을 내밈, iii) 발을 내림, iv) 발이 바닥에 닿음>로 구분한 알아차림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단, 무리하게 4단계 구분 알아차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걸음전체 느낌을 놓치지 않고 걷는다.
마음보기: 잡생각이 나면 알아차리고 호흡과 발걸음 느낌으로 다시 돌아온다.
(1) 걷기에 앞서 충분한 스트레칭을 한다.
(2) 양다리는 어깨너비 또는 골반 너비 정도로 벌리고, 두 다리에 균등한 무게로 선다.
(3) 가슴은 펴고 턱은 당긴 자세로 허리와 등을 곧게 펴고 서되, 힘은 빼고 얼굴과 몸의 긴장은 푼다.
(4) 양손은 아랫배 부근에 모아 왼손 위에 오른손을 올려두는 차수자세를 취한다. (그냥 자연스레 두 팔을 늘어뜨린 자세를 취해도 무방하다)
(5) 시선은 전방 2M (5~6걸음) 정도 앞(바닥)에 두고, 특정 물체에 초점을 맞추거나 주위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도록 한다.
(6) 오른발을 먼저 들고 반 걸음 정도 내딛는다. 이때 발 뒤꿈치가 먼저 닿은 후 발가락으로 이동한다.
(7) 허벅지와 허리 힘은 빼고 발목으로 걷는다.
(8) 숨을 내쉴 때마다 오른발을 내미는 정도의 속도를 기본으로 하되, 관찰력과 환경에 따라 (호흡과 걸음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걷는다.
이상의 걷기 명상 방법은 건강한 걷기 자세를 감안하여 정리한 것이다.
건강 의학 전문가들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하루 4,000보를 걸으면 우울증 예방 및 치유에 효과적이고,
하루 5,000보를 걸으면, 치매, 심장질환, 뇌졸증,
하루 7,000보를 걸으면, 골다공증, 암,
하루 8,000보를 걸으면, 고혈압, 당뇨병,
하루 10,000보를 걸으면 대사 증후군의 예방에 효과적이라 한다.
이렇듯, 대부분의 병은 걷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다리가 뻐근하도록 걷다 보면, 몸이 피곤하게 되어 잠도 잘 잘 수 있게 되고, 잠자는 동안 혈액 순환도 잘 되게 되니, 결국 몸도 건강하게 된다.
심신일여(心身一如, 몸과 마음은 하나)라 했다. 마음이 평안해야 몸도 건강해질 수 있고, 이렇게 건강해진 몸은 다시 평안한 마음으로 이끌게 된다.
명상은 몸 전체 근육을 이완하고 평안한 호흡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니, 뇌에도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게 되어 일과 공부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고, 적절한 호르몬 분비도 유지케 하여 스트레스와 화병 관리에도 효율적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
● 걷기 명상 효과
▸잡다한 생각을 쉬게 하고 마음이 고요합니다.
▸질병을 낫게 하고 면역력 증강을 통한 예방효과에 탁월합니다.
▸소화기관 등 몸을 건강하게 하고 활기찬 생활이 됩니다.
▸오랫동안 선정에 머물게 합니다.
▸체력강화가 되어 먼 길을 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고 밖으로 나가봅니다.
그리고 걷습니다, 무작정!
길을 걷다 보니 자연스러운 리듬에 따라 호흡도 가다듬어집니다.
호흡을 따라, 밖으로 나갔던 어리석은 내 마음을 안으로 불러들여 봅니다.
들어오는 숨을 따라, 지치고 힘든 내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아나가는 숨을 따라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져 줍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괜찮아! 참 잘했어요!
어느덧 나를 괴롭혔던 욕심, 분노와 어리석은 미련은 사라지고,
사랑, 용서 그리고 감사가 자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