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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태 Dec 18. 2023

제행무상(諸行無常)

무상(無常)은 허무가 아니라 새로움이다!

무상은 허무가 아니라 변화와 다양성, 즉 새로움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흑백사진보다는 컬러사진,

그보다는 동영상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정된 것은 생명, 생동감이 없어 무생물이라 하던가?

생물이란 생명이 살아 숨 쉬고 끊임없이 변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봄이 오고, 꽃이 피니, 꽃이라 아름답고

꽃이 져서 슬프기보단

푸른 잎과 풀들로 온 천지를 녹음으로 뒤덮으니 더욱 포근해서 아름답고,

가을 되어 녹색이 가시고 단풍 듦은 성숙이 주는 결정체라 말이 필요 없다.


낙엽도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으니

여백, 공간의 미가 바람과 눈에 자리를 내어주고 

새 생명을 움틀 준비를 위함이니,

다가올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이토록 끊임없이 변하기에,

날로 새롭기에, 모든 것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이래서 공즉시색(空卽是色)이요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 하나 보다.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아름다움이니

과거에 집착하고,

오지 않은 막연한 미래에 현재를 놓쳐버릴 틈이 없다.


미미한 점 들이 어우러져, 거대한 대자연, 우주를 이루어내니,

결국은 구분된 각각이 아니라, 어우러진 하나이기에 두 모습이 아니라 하던가?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


반면,

멀리 있는 남의 것, 이름 지어진 것만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내 앞에 보이는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놓쳤던 아름다움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가만히 앉아 무심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 멀리가 아니라, 바로 내가 앉은자리,

지금 여기에 아름다움이, 모든 진리가 오롯이 다 존재함에도

왜, 멀리에서만 찾으려 할까?


여기 이 자리에 모든 것이 다 있는 것을!


이제 다시 크게 세 번 심호흡을 하며, 어지러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밖으로 나간 마음을 안으로 불러들여본다.



- 마르쿠스아울레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현존하는 모든 사물이나 이후에 생겨날 사물조차도 얼마나 빨리 우리를 스쳐 지나가며 사라져 버리는지를 거듭 생각하라.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멈춤이 없고, 영원토록 변화를 거듭하며, 그 원인 또한 무한히 바뀌어간다. 결국 이 세상에 정지해 있는 사물은 아무것도 없다. 

바로 우리 곁에는 무한한 과거와 미래가 위용을 자랑하고, 모든 사물은 깊은 영원의 심연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인생의 시간이 마치 영원한 것처럼 갈망하고, 노여워하며, 안달하는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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