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태 Dec 11. 2023

죽음에 관한 통찰

메멘토 모리, 까르페 디엠

Memento Mori (Remember the Death) 죽음을 기억하고
Carpe Diem (Seize the Day) 오늘에 충실하라!


폼페이에서 발굴된 모자이크 그림. 해골의 좌우 측량자에 왕을 상징하는 물건들과 거지를 상징하는 물건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메멘토 모리, 까르페 디엠"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 승리한 로마의 개선장군들에게 들려준 경계의 말씀이었음을…
스쳐 지나간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놓치게 되는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가르침이었음을…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할 때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이 존재할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BC 341~270)의 말처럼, 죽음과 함께 모든 감각과 의식이 끝나기 때문에 죽음에는 쾌락도 고통도 없음에도, 죽음에 대한 인식이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생겨난 건지도 모르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와 철학 속에서 죽음을 자주 논해왔다. 허무와 부정이 아니라 삶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교경전에서는 ‘모든 명상중 최고의 것은 죽음명상이다’ 라 하며, 무상(無常), 무아(無我), 고(苦)를 가르쳤다. 매 순간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되풀이하는 생멸(생주이멸/生住異滅, 생기고, 머물고, 변화하고, 소멸함)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무상함을 알게 되면, 매 순간 변하여 고정된 실체(동일성)가 없음에도, 이미 가버린, 곧 지나가게 될 대상에 집착함으로 인해 스스로 자초하게 되는 고통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는 가르침이다.  

늙음, 병듦, 죽음은 고통이기 때문에 종종 불쾌한 감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런 감각을 평정심으로 잘 관찰하지 않으면 두려움, 분노, 슬픔, 짜증으로 반응하게 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몸의 감각에 따라 마음의 상태가 매 순간 바뀐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아차림을 통해, 나를 포함하여 ‘이 세상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자연의 진리를 이해하게 되고, 이로써 삶의 모든 희로애락(喜怒哀樂)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하려는 가르침이다.


삶에서 죽음을 바라볼 때는 두려움과 공포로 느껴지지만, 시선을 바꾸어, 죽음에서 삶을 볼 때는 오히려 경이로운 감정으로 다가와, 현재에 대한 감사와 열정을 북돋게 한다. 가장 확실한 진실(Fact)인 죽음에서부터 다시 바라다보면, 괴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덤으로 생긴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우리의 인생이 미소 지으며 다가올 것이다.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갈 것인데 무엇이 두렵고, 무엇에 욕심 낼 것인가?


몸에 대한 관찰 기법 중 하나인 부정관(不淨觀) 수행을 통해서 바라보면, 그토록 탐해 온 미인의 아름다운 몸매 또한,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뼈와 살덩이 아래에는 피, 고름과 똥, 오줌이 가득하고, 생명이 다해 살덩이가 썩어지면, 뼈만 남게 되고, 이나마 풍파에 삭아지면 한 줌 흙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게 하여, 무지로 인해 탐하고, 집착하여 화를 초래하고, 고통받는 어리석음을 경계하게 한다.


물리학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만물은 결국 원자로 이루어졌고, 원자를 이루는 원자핵과 전자 사이는 99.99%가 텅 빈 공간이니, 그 생명이 다하면 먼지가 되어 사라지게 되는 것을.


생물학적으로도, 우리 몸을 이루는 수십조 개의 세포는 매 순간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여, 하루에도 수천억 개가 죽고 다시 태어나고 있고, 마음의 상태, 생각 또한 매 순간 바뀌어 “오만(가지) 생각을 다한다”라고 하지 않던가.


뼈와 살(지), 혈액(수), 체온(화), 호흡(풍)으로 유지되고 있는 우리 몸은 3주만 음식(지)을 먹지 못하거나, 3일만 물(수)을 마시지 못하거나, 3시간만 체온(화)이 유지되지 못하거나, 단 3분만 공기(풍)를 마시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롭게 되고,  생명을 다하면, 결국 이 4요소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혼자로는 생명조차 유지할 수 없이 상호 의존하며 전체로서 하나의 자연, 우주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으니, 불이(不二),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진실(fact)인 호흡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지/地, 내 몸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음식을 제공해 주신 모든 분들과 자연에  감사,

수/水, 내 몸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을 제공해 주신 모든 분들과 자연에 감사,

화/火, 내 몸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기를 제공해 주신 모든 분들과 자연에 감사,

풍/風, 내가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맑은 공기를 제공해 주신 모든 분들과 자연에 감사!


미련이나 후회, 집착, 기대를 모두 내려놓고
용서와 감사, 사랑으로 다시 세상을 바라볼 때,
어느새 고통은 사라지고,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호흡을 통해 살아있음의 기적과 신비를 느끼고,
감사와 사랑으로, 행복한 우리들의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틱낫한, '삶의 지혜 (Art of Living) - Peace and Freedom in Here & Now'

▶ 죽음이란 삶을 가능케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죽음은 변형이고 또한 연속이다. <2장 무상>
▶ 열반에 이른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무생무사(無生無死)의 통찰력을 깨닫는 것이다. 
   * 태어남이 없이는 죽음도 없고, 고통이 없이는 행복도 없으며, 오는 것이 없이는 가는 것도 없고, 
   선이 없이는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7장 열반의 경지>
* 머리 그래픽에 삽입된 그림 출처: 조르쥬 드 라 투르,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작가의 이전글 불교 명상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