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오늘은 분당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있는
서판교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기로 했다
‘늦었다. 많이…. 늦어버리고 말았네? 헐’
한 30분 정 도?
밖에는 은색 신형 아반떼가 기다리고 있었다
급한 마음으로 차문을 열고 들어가 앉은 슬이
차를 타자마자 적막한 침묵이 흘렀다
슬이 “ 우리 어디가? “
여전히 침묵이 흘렀다
슬이는 침묵을 싫어한다
성준도 침묵을 싫어한다 하지만 맨날 늦는 건 더 싫다
슬슬 슬이 마음이 삐진다
계속 침묵이 흐른다
성준이 입을 연다
성준 “ 우리 몇 시 약속인지 알아?
늦는 것 까진 이해 해, 대신 미안한 태도는 보여줘야 되는 거 아니니?
왜 그렇게 뻔뻔하니? ”
슬이 “(충격)!!!!!!!!”
화가 한번 나면 할 말은 해야 되는 성준
그런 일이 있고 며칠 뒤에 지 버릇 개한테 못준다고
또 비슷한 일을 겪은 성준
성준 “야,,,, 너 얼굴 보니까 내가 화가 나려고한다
놀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 졌고 너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 ”
슬이 ”,,,,,,!!!!!!!!!!”
슬이가 살아온 라이프 스타일에서
조금 늦었다고 화를 내는 건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냥 늦으면 기다려주고.. 그뿐이었다
문제 될 거라곤 없었다
하나, 오늘만큼은 이유 있는 변명거리가 있는 거야. 그래 -!!!
슬이 “ 아놔 -! 스타킹 빵꾸나서 꼬메고 오느라 늦었다 이놈아 -!!!”
성준 ”크큭 -!”
성준의 화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백기를 들고 말았다
하나 성준은 그냥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기분이 풀렸다는 신호이기도 한데 ,,,
성준의 어렸을 때부터 소문난 장난꾸러기여서
한 손으론 운전하면서 한 손으로 슬이 헤드락 걸기
머리 냄새 맡기,
민소매 입고 왔을 때 손가락으로 겨드랑이 찌르기
헤드락 걸기, 장난을 치면서 카페로 향한다
카페이란 곳은 누구랑 함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장소다
할게 대화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남자랑 소개팅하면 지옥
팀원들이랑 가면 사무실
성준과 슬이에게 카페는 완벽한 데이트 장소다
성준이가 말솜씨가 훌륭하다
한, 두 시간 잘난척하면 폼이 난다
슬이의 스타트업 성공 드라마를 듣는 걸 성준은 좋아한다
주변의 방해하는 사람들 이야기, 조력자 이야기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카페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낸 후엔
슬이 혼자 사는 그곳으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둘만의 시간을 갖는데
성준은 장난기가 또 발동한다
슬이가 가장 싫어하는 얼굴 정면으로 쳐다보기
목조르기
슬이 “하지 마아 ~ 하지 마아 ~”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슬이는 가까이서 얼굴 쳐다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어쩔 수없이 성준이 가장 싫어하는 간지럼 피기로 맞수 놓는다
슬이도 얌전하게 당하고 있는 위인은 아니니까..
그렇게 침대 위에서 구르고, 떨어지고,
부엌을 뛰어 댕기고, 넘어지고...
30분 뒤에 배고파진다
성준 “뭐 먹을래?”
슬이 “탕수육”
성준 “피자 말고 탕수육?”
슬이 ”응”
성준 “그냥 피자 먹지?”
슬이 ”아~아” 싫다는 뜻
탕수육을 먹는다
“쩝쩝”
“냠냠”
대화도 없이 둘이서 탕수육 먹고 있다
짜장면도 없이 달랑 탕수육
결혼을 앞두고 장인어른과의 식사자리를 마련한 성준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차라
코스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신사역 근처의 고급 중식집이었다
많이 긴장한 성준
밥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긴 했으나, 그대로 얹혀 버린 거지.
“커컥 “ 대고 쌩 쑈를 한다
장인어른들은 미동 없이 무표정으로 앉아계시다가
“ 자네 괜찮나?”
어떤 사내놈이, 귀한 딸 데려간다고 하니
올게 왔구나 하면서도 아직도 핏덩어리 같은데 벌써 시집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사위가 될 사람이라니..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딸이 남의 사람 된다는 아쉬운 마음이 갑절이나 크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나이도 찼으니
시집가는 것은 당연하다만
마음이 뒤숭숭 한 건 사위 나 장인어른이나 피차 마찬가지
어쩌면 눈치 보는 게 당연하고 불편한 게 당연한 거다
목에 음식이 걸릴 법도 하다
성준은 죄인이 된 마음으로 장인어른을 대하고
특히나 그렇게 슬이 혼자 사는 거처를 드나들더니
식도 올리기 전에 혼전 임신을 시켜버렸으니 사실
사위이기 전에 남성으로서 숨길 수없는 부끄러움도 있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술상이 조촐하게 자려졌고
술잔이 비워질수록 장인어른과 사위 간에 오고 가는
대화도 점점 늘어나고 서로를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마음을
이심전심이라고 하던가?
두 볼이 벌게지신 장인어른 의자를 차고 일어나 사위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는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한마디를 건네신다
“바통 터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