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 와우 진짜요?
엎어지면 코다을 거리에 사시네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정 심심하시다면
저랑 영화 보시죠
헬로우 고스트 안 보셨죠?
티켓은 제가 OK 캐쉬백카드로 일시불로 결제하겠습니다
인정 씨는
팝콘, 삼겹살에 소주랑 디저트까지만 쏘면 됩니다
하하 농담입니다
제가 무례했네요 하하
제 말은.. 제가 다~ 쏘겠습니다.. 하하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지금이라는 거죠 하하
진심으로 저의 초대에 응해주셔서 영광입니다 하하
.. 그런 의미에서 쨔 안~"
"캬 ~ 잘 넘어간다!!"
' 헉! 집이 수원? 많이 머네..
여기까지 놀러 나온겨? 놀고자 하는 집념이 대단들 하시네..
'잡념을 버리자 최선을 다하자!!
어떻게 잡은 기횐데...
오늘은 꼭 홈런을 치고 싶다!
될 것 같아 왠지 오늘은..'
... 하지만
사람 일은 간절히 바란다고
결과까지 좋으라는 법은 없다
'아니, 왜 벌서 집에 간다는 거야 왜?
내가 별론가?
'지갑에서 빠져나간 술 값과
하루뿐인 토요일 밤,
그리고.. 내일 주말 근무도 있다... 흑'
그렇다!
오늘도 허슬 끝에 결국 허탕을 쳐버리고 말았다
생글거리는 눈빛과 친절한 말투로
길거리에서 포착된 그녀들의 경계심을 허무는 데 성공하고
길거리에서 술자리까지 오는 길에서 느꼈던
핑크빛 솜사탕처럼 부푼 상상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입가에 묻은 끈적이는 설탕처럼 기분 더럽게
그녀와 친구는 택시를 잡아타고
내 욕망으로부터 영영 멀어져 버렸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서서
인생무상과 허무를 느끼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음주운전으로 안전하게 바래다준다는 호의도
단호하게 거부하고 택시와 함께 사라졌다
그나마 맘이 위로가 되는 이유는
막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택시비를 내준다는 말이 거의 나올 뻔했는데
잘 참아낸 거다
그녀와 헬로우 고스트를 볼 수 있는
희망은 날아갔지만
어쨌든 배춧잎 두장은 아꼈다
그나저나 나는 성공률이 높지 않다
'내가 요령이 없나?
다른 친구들의 무용담을 들을 때면 나는 초초해진다
문제는 끈기 없음이라고 보는 게 맞다
타율이 높은 어떤 친구는
홈런의 필수요건은 끈기 끈기 끈기라고 세 번 강조했었다
그녀보다 먼저 체력이 고갈이 왔고
눈이 점점 충혈되고 졸음이 몰려왔다
'피곤한가 보다 집에 가자'
그녀의 입에서 파하는 소리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어쨌든
투벅투벅 여관으로 걸어간다
놀기로 작정한 날은 집에 안 들어갈 생각을 하고
애초에 여관방을 잡아놓는다
'뭐? 밤에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 심장소리가 들려서 좋다고?..
ㅋㅋ 애초에 안 되는 여자였어... 좋은 경험이었다~ 뭐..'
여관비 4 + 용기와 철판 +술자리 값 4.5 +시간 + 긴장과 피로 + 패배감
오늘의 출혈은 과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명백한 사실은..
지난 주말에도 오늘 밤 같은 씁쓸함을 느꼈다는 거다
즉, 오늘 이후에도 이런 씁쓸함은 언제고 다시 올 거란 사실이다
자주.
친구는 집으로 보내고 홀로 여관방에 누워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 느끼는 그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아닌
동물적인 본능에 의해 충혈된 두 눈으로 천장을 멍하니 응시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쓴웃음을 자아내는
현실 속의 남과 여라고 나 할까?
로맨스보단 본능에 가까운
남성성이란 뭘까?
달아오르는 욕구란 뭘까?
해소시켜주는 본질은 뭘까?
점점 철학적으로 심오의 세계에 빠져들어가며
저절로 눈이 감겼다.
낮게 깔린 어두운 안개가 우주선 내부의 홀을 지배하고 있다
"제군들은 이제 곧 지구에 착륙해서 작전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