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사업가가 되고 가장 슬픈 것이 있다면, 바로 휴가가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오늘 하루 쉬는 날로 정해 일을 쉴 수는 있겠지만, 온전히 일에서 벗어나 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는 일에 대한 생각이 계속된다. 몸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일하는 느낌이랄까?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기도 하다.
이번에 중학교 친구들이 15년 만에 제주에 왔다. 2010년 내 결혼식 이후에 처음이다. 물론 한 명씩 다녀간 적은 있고, 가족끼리 내려왔을 때 잠깐 만난 적은 있지만, 다들 결혼하고 사느라 바쁘고, 아이들이 어리고 하니 다 같이 만나는 게 쉽지 않아 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처음이었다.
결혼하고 각자 다른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살다 보니 명절에 고향을 가도 가족들과 함께 있을 시간도 모자라 친구들끼리 모이기는 어려웠다.
매년 "올해는 꼭 한 번 보자."는 말만 하다 시기를 놓치곤 했는데, 올해는 정말 만나게 된 것이다. 비행기표가 가장 비싼 성수기였지만, 그래도 여름휴가를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시기였기에 무리해서라도 일정을 맞추고 제주에서 다 같이 만나기로 했다.
친구들이 온다는 생각에 1달 전부터 설레었다. 하지만 마음은 너무 바빴다. 휴가기간에 머릿속에서 업무를 지워도 되는 직장인과 달리 1인 사업가는 다르다. 내가 손을 놓으면 업무를 대신해 줄 동료도 팀도 없다. 그래서 친구들이 오기 전부터 3일 동안 할 일을 미리 다 처리하고, 온전히 일을 멈춰도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둬야 했다.
블로그 예약 글을 쓰고, 강의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고, 독서모임 자료도 미리 만들었다.
내 성격상 미리 해놓지 않으면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마음이 온전히 함께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일처리를 해뒀다.
친구들과 함께한 3일은 마치 하루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밤을 새우고,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해도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노을 지는 해변을 걸으며 발을 담그고, 제주 숲길을 걸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육아에 지치고, 직장에서 치이며 살고 있었지만,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나름 일상을 잘 견뎌내며 살고 있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지 않고 그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이, 그런 관계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2박 3일 동안 절실히 느꼈다.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친구들이 모두 간 집은 무척이나 휑했다. 원래 우리 가족만 살고 있던 집이었는데, 대가족이 살았던 것처럼 아쉽고 그리워졌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책상 앞에 앉아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여전히 친구들과의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시간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긴다면 이런 시간을 더 자주, 더 오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을 위해 다시 힘을 낸다. 이 길이 때로 외롭고, 때로 지치더라도 내가 바라는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진짜 ‘나만의 휴가’를 누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