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는 이야기
아침 일찍이 마키키 산 쪽으로 걸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평소 자주 가던 마키키 등산로 쪽인 자연센터(Nature Center) 입구를 살짝 비껴, 왼쪽으로 U자로 굽어진 차도를 따라 올라간다. 왼쪽으로 언제 봐도 멋있는 다이아몬드 헤드 경치가 나타난다. 그다음으로 호놀룰루 시가지, 그리고 파아란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을 뽐낸다. 미술관 조금 못 미쳐 언덕 위 전망 좋은 곳에 서있는 멋진 집 앞에서 잠깐 쉰다. 활짝 열린 대문 사이로 귀엽고 포근한 열대수들이 보인다. 바다 경치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조그만 정자도 있다. 나무에 매어둔 하얀색 그물같이 생긴 해먹과 파란 잔디가 그림 같다.
잠시 앉아 있어도 행복이 물밀듯 밀어닥칠 것 같은 마당 한가운데 놓인 정원이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그러나 해는 여전히 구름에 가리지 않는다. 부슬부슬 비는 오는데 아침 햇살이 내리비추니 선명한 무지개가 나타난다.
내 집이 이런 곳이라면 아마 문밖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부러운 듯해본다.
(2002. 10.03)
하와이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호놀룰루다. 호놀룰루에서도 중심지에 속하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앞쪽으로 난 큰 길이 키아모쿠 스트릿 (Keeaumoku Street)이다. 이 스트릿에는 타깃, 문 닫은 월그린, 맥도널드, 월마트, 샘스클럽, 로스, 한국식당 서라벌, 한국 슈퍼 88 슈퍼마켓 등이 있다. 또 키아모쿠 스트릿에서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마칼로 아 스트릿 쪽으로 가면 한국식당과 가게 등이 많다. 요즘엔 새로운 콘도미니엄 건축공사도 한창이다. 하와이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거리가 아닌가 싶다.
하와이는 특별히 한인타운이라고 부를만한 곳은 없지만 이곳이 한인 상점들이 많은 편이라 비공식적인 한인타운이다. 이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마키키(Makiki)라는 동네가 나온다. 이곳은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산 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한인들이 즐겨 찾는 마키키산이다.
마키키산에 갔다 오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울창한 숲이 항상 반겨주는 곳이다. 그 사이로 언듯 언 듯 보이는 바다경치도 멋지다. 코올라우 산맥으로 연결된 트레일을 따라 가면 하루 종일 걸릴 수도 있지만 보통 밸리 쪽으로 힌바퀴 돌아 나오는 코스대로 가면 천천히 가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야생 닭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고, 아주 드문 경우지만 멧돼지도 볼 수 있다. 적당한 거리에 적당한 높이, 아름다운 경치, 이 산이 여기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위로가 된다.
(02.05.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