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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Apr 11. 2021

아침에 스타벅스가 당기는데…

하와이 사는 이야기



다른 날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났다. 누가 노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먼저 깼고 그다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아니나 다를까 세라가 fieldtrip (소풍) 간다고 기분이 좋아서 얼마 전에 내가 구워준 CD를 들으면서 신나게 노래 부르고 있었다. 소피는 기분 맞춰주면서 옆에서 김밥 말고 있고. 내가 자는 사이에 지네끼리 기분 내고 있었던 거다. 나도 일어나 밥을 먹었다. 나에게도 김밥이 한두 개쯤 돌아올 줄 은근히 기대했는데 김밥 싸고 김이 모자랐는지 달랑 밥만 남았다. 그것 먹으며 세라와 한바탕 신경전을 펼쳤다. 딴 게 아니고 내가 자주 입는 재킷을 자기가 자꾸만 입고 가겠다는 거다. 세라는 그게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내 것이다. 크기도 자기한테는 너무 큰 데도 막무가내로 입겠다는 거다. 자기 꺼라는 생각이 속에 없으면 도저히 그러질 못할 것이다. 소피가 세라 편을 드는 바람에 결국은 2대 1로 져서 세라가 재킷을 가져갔다. 흙이나 달고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오는데 스타벅스 커피가 막 당겼다. 나는 출근시간이 여유로운데 소피가 시간이 모자라 방법이 없었다. 평소에는 소피가 차를 가져가는데 오늘은 내가 소피를 내려주고 스타벅스 커피 픽업해서 회사로 갈까 생각해보니 소피가 낮에 또 어디 갔다가 세라를 픽업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회사 앞에서 그냥 내렸다. 회사에 오니 동료 한 명이 일찍 출근하길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사라" 고 던져봤다. 아침에 정말 바쁘다며 일언지하로 거절했다. 음~ 내가 산다고 말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혹시 갈지도 모르는데... 나는 차도 없는데... 그래서 오늘은 당기는 스타벅스 커피 한 잔 못 마시고 이렇게 한 시간 먼저 회사로 그냥 왔다. 라테 한잔 살 사람 누구 없소?


(2004. 5.29)




2004년이면 세라가 초등학생 4학년 때다. 재킷 하나 가지고 세라와 티격태격했던 것을 읽으니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이제는 세라가 25살이다. 어느새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고 있다. 세라는 대학을 보스턴으로 가면서 기숙사 생활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그곳에 직장을 잡아 보스턴에서 계속 사는 듯했다. 그러나 1년여 정도 다니다가 자신이 하는 일이 생각한 것과 달라서인지 흥미를 잃은 듯했다.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버드에서 임시로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코로나를 맞아 하와이 집으로 오게 됐다. 하던 일은 온라인으로 할 수도 있다며 동의를 받고 온 것이다. 그러나  일은 풀타임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원하는 직종의 새로운 직장을 계속 찾고 있었다. 9월 초에 하와이로 와서 2주간 격리하고 집으로 왔다.


그러다 1월부터 원하던 분야의 일을 시작하게 됐다. 본사는 텍사스에 있다고 하는데 자신의 파트는 캘리포니아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의 IT 관련 파트는 모두 온라인으로 일하는 재택근무를 한다고 한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그 전부터도 모두 재택근무를 한다는 것이다. 본인으로서는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소위 디지털 노매드 잡이라 참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은근히 걱정이 들었다. 작은 집에서 다 큰 딸과 같이 생활해야 하는 것이 걱정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가 어느 정도 풀리면 보스턴이든 뉴욕이든, 캘리포니아든 본토로 이사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라가 하와이에 온 지 7개월이 됐다. 세라는 새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고, 아직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예상대로 다 큰 딸하고 함께 생활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느끼게 됐다. 어렸을 때 아무리 한국의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해도 학교에서 받은 교육과 친구들과의 교류, 그리고 대학 4년간의 기숙사 생활로 세라는 부모와는 다른 자신만의 생활 스타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방을 정리하는 일이나 키친을 쓰는 일 등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거슬리는 일이 자꾸 생겼다. 하나하나 지적하기도 꺼려진다. 그렇게 지적하는 것은 잔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보스턴이든, 뉴욕이든, 캘리포니아든 부모의 도움 없이 살 수 있을 만한 소득이 있는데 왜 독립을 하지 않는 걸까? 아직 코로나 때문에 그런가? 물론 언제까지고 부모와 함께 살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어렵다고 느끼는 만큼 세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6월에 두 달간 미국 전역의 친구들을 보러 여행 간다니 그때 자신이 살만한 곳을 찾아보려는 건가? 역시 성인이 된 자녀는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04.1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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