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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May 28. 2021

평행선 같은 삶

하와이 사는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동네, 마노아 - 차 한잔 마시며 멍하니 산을 바라보기에 좋은 곳.


나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 찾고 있는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무엇이 아닌지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 무언가를 내 속에서 요구하고 있다. 변화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다. 내가 변화해야 세상이 변화한다. 세상은 나에게서 변화를 요구하는데 나는 세상에서 변화를 찾으려 한다. 평행선을 끝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 속에서 변화를 시작하는 일.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2006.4.20)




사람이 스스로 변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과거를 뒤돌아 생각해보면,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은 나 스스로가 먼저 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거나, 내 주변 환경이 변함으로써 내 삶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단연 하와이 이주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7년간 다니다가 하와이에 여행을 온 것이 계기가 되어 어느 날 하와이에 가서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유학으로 온 하와이는 경제적으로는 어려워도 마음은 편하게 해주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려워도 이대로 계속 하와이에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 운명이 원래부터 그랬던 모양인지 영주권을 받고, 시민권을 받으며 하와이에 살게 됐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는 앞날에 대한 걱정이 참 많았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까지 걱정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생각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어떤 일이 잘 안 풀리면 "거봐~ 그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고, 다행히 잘 풀리면 잘 해결되었다는 사실을 금세 잊은 채 또 새로운 걱정을 시작하곤 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끊임없이 걱정 속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하와이에 와서는 성격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뭔가 걱정되는 일이 생겨도 "아나, 잘 풀릴 거야"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걱정하고 있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데 미리 걱정하는 것은 걱정을 스스로 사서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하와이의 따뜻한 기후가 나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하와이에 살면서도 많은 고비를 겪은 것 같다. 회사를 관두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한때는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고, 아무런 대책 없이 뉴욕으로 이주할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충분한 학비를 대줄 수 있는 저축이 없었음에도 아이를 동부의 비싼 사립대학에 보내기도 했고,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집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고비 때마다 극한 상황으로 가기보다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이었다. 지나고 보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 일이 긍정적으로 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큰 변화가 없다면 내 삶은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어떤 변화를 원한다면 주변 환경을 먼저 바꿈으로써 나 스스로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지금 나는 현재와 같은 삶을 그대로 살고 싶은가, 아니면 어떤 변화를 바라는가? 이젠 나이도 있으니 지금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한편에는 인생 그리 길지 않은데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스멀스멀 자라고 있는 듯하다.            


05.2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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