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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n 04. 2021

맥도널드와 노인

하와이 사는 이야기

마노아 공원


아침에 화장실 불을 켜려는데 들어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혹시나 해서 TV를 켜봤는데 역시다. 정전이다. 매우 드문 일이다. 거의 출근할 시간에 정전이 되어서 다른 불편은 없었다. 커피를 뽑지 못한 것을 제외하곤. 평상시에 가던 스타벅스 대신 오늘은 맥도널드에서 커피 한잔 테이크 아웃하러 갔다. 

키아모쿠 스트릿 맥도널드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노인들, 대부분이 남자 노인들이었다. 맥도널드가 시니어 할인을 해주기는 하지만 노인들이 아침 이 시간에 여기에 진을 치는구나. 친구도 만나서 외로움을 달래고, 아침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맥도널드는 노인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아침저녁으로 젊은이들로 북적거리고, 맥도널드는 노인들로 웅성거린다. 스타벅스를 찾는 연령을 20대와 30대로 본다면, 아침시간 맥도널드 평균 연령은 60대 이상인 듯. 40대와 50대를 위한 커피숍은 어딘가. 


(2006.6.20)




커피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는데 요즘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잔기침이 나서 혹시 커피 때문에 그런가 싶어서 얼마간 커피를 끊어보니 잔기침이 줄었다. 그래서 중독될 정도로 좋아하던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됐다. 벌써 1년도 넘은 것 같다. 지금도 커피를 마시라면 마시지 못할 것은 없지만 커피를 마시면 잔기침이 더 나오는 것 같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커피를 끊고 나서 대체할만한 것을 찾다가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동안 녹차와 페퍼민트차를 마시다가 요즘에는 우엉차와 둥굴레차를 주로 마신다. 차는 커피만큼 톡 쏘는 자극은 없지만 은은함이 좋다. 


스타벅스와 맥도널드에 모이던 사람들이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갈 곳을 잃은 듯하다. 커피와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던 사람들이 갈만한 곳이 없다. 스타벅스에 가는 사람들이 픽업해서 나가는 것처럼 맥도널드 노인들도 아침을 픽업해서 공원으로 가는 걸까? 마노아 커피빈에 자주 가서 차를 마시던 나도 그린티를 픽업해서 갈 곳을 찾아봤지만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하와이 생활 초창기에는 맥도널드와 버거킹, 잭 인 더 박스, 피자헛 등 패스트푸드점에 자주 갔었다. 패스트푸드점은 값이 싸고 먹기 간편한 점이 좋았다. 물론 아이가 있기 때문에 자주 가기도 한 것 같다. 그렇게 가다 보면 마치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것처럼 때때로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테디스버거, 다이아몬드헤드그릴버거, 쿠아아이나버거 등을 맛보게 되면서 맥도널드나 버거킹에서는 더 이상 햄버거를 먹지 않게 됐다. 시간이 더 지나면서 테디스버거, 쿠아아이나버거도 잘 안 먹게 된다. 전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 버거가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카할라 몰에 있는 더 카운터라는 곳에서 오랜만에 버거를 시켰다. 버거 하나에 19불 또는 15불이나 했다. 소피와 둘이서 버거 하나씩 시키고 프랜치 프라이 하나와 IPA 맥주 한잔을 시켰는데 60불이 넘게 나왔다. 그렇다고 썩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둘이서 한식집에 가서 고기 충분히 굽고, 소주 한 병 마시면 100불이 조금 넘게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 대비 만족도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 맥도널드에 가본 적이 아주 오래됐지만 아마 맥도널드도 버거, 프랜치 프라이, 음료로 된 세트메뉴를 시키면 8불 정도 할 것 같다. 하와이 생활 초창기에 맥도널드 버거 하나만 시키면 1불이었는데.. 벌써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20대, 30대 때 스타벅스에 가던 청년들이 세월이 흘러 60대, 70대가 되면 과연 맥도널드로 갈지 궁금하다.  


06.0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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