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비록 직장은 같지만 하던 일이 많이 바뀌어서 한동안 그것에 적응하느라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때가 겨우 1년 6개월 전이다. 그런데 이제 그 일이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모양이다. 벌써 똑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고 있으니... 방랑벽인가? 무언가가 적응될만하다 싶으면 어느새 또 다른 변화를 바라고 있다. 물론 변화는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변화가 주는 새로움, 또는 낯섦이 낯익음보다 보다 더 좋으니 어쩌랴. 충격적인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5년 이내에는 뭔가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그 일이 나의 적성에 맞고 동시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2008. 2.28)
사람이 같은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는 것이 과연 좋을까? 처음 발을 디딘 분야에서 평생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도중에 직업을 바꾸는 경우보다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도중에 직업을 바꾸고 싶어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그렇고 공무원, 교사 같은 직종도 그렇다. 그뿐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일을 계속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같은 일을 계속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걸까?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던 일이 싫증 나더라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세상 한 번 사는 건데 싫으면서도 같은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이민자들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기업체에서 사무직 일을 하던 사람들도 미국에 와서는 한국에서 했던 것과 유사한 일을 하기가 어렵다. 아예 처음부터 미국의 어떤 회사에서 일하려고 취업비자를 받아온 경우이거나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미국의 회사에 취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문화도 모르고 영어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민자들이 자영업을 시작한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을 도와주며 일을 배우다가 유사한 업종을 차리는 것이다.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누가 맞아주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직업이 정해진다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또한 어떤 업종이 잘된다고 소문이 나면 그 업종을 따라 하는 경우도 많다. 뉴욕으로 이민 간 한인들 가운데 델리나 네일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와이에 사는 한인들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까? 한국에서 여행 온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일단 1세와 2세 이후를 구분해야 할 것 같다. 2세 이후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미국 회사에 취업이 가능하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2세들도 많다. 그럼 1세는? 하와이에 사는 1세들의 직업은 한인사회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영업이 많은 편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하와이는 특히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라 관광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다른 지역과의 차이점이다. 여행사나 한식당 등을 경영하거나 그런 한인 업주들에 고용되어서 일하는 가이드, 요리사, 웨이트리스 등이 많다. 호텔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인 회사에 국한된 업종은 아니지만 필요한 인력이 워낙 많기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한인들도 많다. 그 밖에도 한인 슈퍼마켓, 리커스토어, 개인병원, 한의원, 한인은행 등을 들 수 있다. 라이선스를 가지고 일을 하는 부동산, 보험, 건축 등의 업종에도 많은 한인들이 일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우체국에서 일하는 한인들도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웬만한 업종에서 한인을 찾아보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은 것 같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한인들이 일하는 분야는 어딜까? 아마도 한인식당, 여행사, 부동산, 리커스토어 정도가 아닐까 어림짐작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