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는 이야기
지난주 교회에 다녀오는 차에서 소피에게 이렇게 물었다.
"하나님이 정말 존재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음... 글쎄....?"
"이 세상을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믿느냐 아니면 다윈의 진화론을 믿느냐" 하는 말이지.
"창조론을 믿고 싶지..."
뒤에 탄 아이는 닌텐도 DS 게임에 열중이다. 한국말을 알아듣기는 하지만 창조론, 진화론 이런 말은 모르니 대화에 끼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며칠 후 아이와 단 둘이 점심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어봤다.
"세라야, 너 이 세상을 하나님이 모두 만들었다고 생각해? 아니면 원숭이에서 점점 변해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해?"
"I don't know"
"그럼 학교에서는 어떻게 배웠어?"
"I don't know. I don't care"
아이는 창조론이건 진화론이건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긴 창조론이 맞건 진화론이 맞건 어쩔 것인가?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다가 가면 그만인 것을... 나는, 그리고 소피는 교회를 다니면서도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창조했다는 것을 아직 믿지 못하고 있다. 아니 심정적으로는 믿고 싶지만 머리가 믿으려 하지 않는다. 머리는 진화론을 설명해 놓은 책들을 믿으려 한다. 교회에 다니는 믿는 사람들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의 몇 %가 창조론을 믿을까?
(2008. 6.13)
인류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하는 문제는 늘 궁금한 주제였다. 창조론이 맞느냐 진화론이 맞느냐를 생각해보려면 아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할 것 같다. 진화론은 원숭이에 가까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직립이 가능했던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현생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호모 사피엔스로 발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창조론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고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를 만들면서 인류가 시작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창조론은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던 그 옛날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물리학, 지질학, 고고학, 고생물학, 유전학 등이 발전하면서 창조론은 신앙적이나 설화적 의미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현대 과학은 또한 우주의 생성을 빅뱅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138억 년 전 대폭발로 인해 우주가 만들어졌고 초기 우주, 광자 분리, 구조형성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가 만들어졌으며,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00조 년 후가 되면 핵융합 반응으로 모든 것이 소멸되고 암흑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의 과학이 우주를 설명하고 있는 하나의 이론일 뿐이다.
가만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점점 작아지는 인간의 존재를 느낀다. 우주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모르고, 인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 찰나의 삶을 살다 사라지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잘 낫든 못 낫든, 부자든 가난하든, 많이 배웠든 못 배웠든 길어야 100년에 불과한 인생을 살다가 갈 뿐이다.
06.25.2021